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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38화 - 배반자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04 17:17:29
조회 224 추천 19 댓글 14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38화 - 배반자



“……………?”


깊은 밤, 어딘가 방향이 이상한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엘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지, 이 쎼한 느낌은…… 안 그래도 꺼림칙한 일을 하게 되어서 신경이 예민한데.


으으, 바람 되게 묘하네요……”


옆에 있던 안나도 그런 소릴 하는 걸 보니 자기만 느낀 건 아닌가보다. 추위를 안 타는 엘사가 느끼기에도 꽤나 싸늘한 북풍……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저 북쪽, 멜리사 여왕과 한나가 있을 아렌델의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뭐야? 두 사람 다 갑자기 기분나쁜 표정 짓고서. 무슨 일 있어?”


근처에서 키를 잡고 있던 플린이 묘한 얼굴로 물었다. 못 느낀 건가? 하긴 옷을 저렇게 두껍게 입었으니 못 느낄만도 하구나.


“……. 아무것도 아닙니다.”


엷은 한숨과 함께 다시 저 앞의 캄캄한 밤바다를 내다보는 엘사. 왠지 저 앞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자신들의 미래같아 답답했다.


그래, , 기분좋게 가자고; 기왕 하기로 한 거 완벽하게 해야지.”


역시 옆에 놓인 대포에 화약을 재던 크리스토프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의 이런 점은 확실히 좋았다; 거의 유일하게 전서구를 통해 전해진 작전에 반대한 선원이었지만, 일단 엘사가 대책을 짜서 하기로 결정하자 군소리 한번 없이 따라준 것이다.


“…… 안개가 짙네요.”


안나의 말대로, 안 그래도 칠흑 같은 바다는 두꺼운 안개구름이 내려앉는 바람에 방향 잡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안개는 이쪽에서 공격할 때에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수비적인 입장에서는 몹시 불리하다. 곧 그들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의 엘사는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위험성을 감수할만큼 큰 의의가 있어서 그런 거긴 하지만.


“…… 저기 보여; ‘섬이야.”


돗대 위에서 망을 보던 알라딘이 내려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안개가 아주 살짝 걷히면서 저 앞에 시커먼 바위섬의 윤곽이 나타났다.


“………. 설마 이곳을 오게 될 줄이야.”


엷게 한숨을 쉬는 크리스토프 옆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안나. , 거기까지는 못 들었구나.


윤 섬은…… 한때 노르드의 왕국이 위치했던 곳이에요.”


……..!!!”


거기까지만 말해도 안나는 알겠지…… 저 풀 한포기 없는 시커먼 바위섬이야말로 엘사와 한나가 태어나고 자란 곳…… 지금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그녀의 고향이었다.


후후, 신경쓰지 말아요, 다 옛날 일이니까.”


마치 모른 게 죽을 죄라도 되는 양 황망한 표정을 짓는 안나를 웃으면서 안심시키는 엘사. 거짓말은 아니다; 물론 슬프긴 하지만, 엘사가 제국을 적대하는 이유는 과거의 원한 때문이 아닌, 현재 고통받는 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니까.


엘사는 사람이 너무 좋아요……”


반칙이에요, 라며 뒤에서 투덜거리는 안나였지만, 좋은 말이니까 그저 웃으며 넘기는 엘사였다. , 이제부터가 진지해질 때인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다들 알고 있죠?”


어느새 자기 뒤로 집결한 선원들을 보며 말하는 엘사. 물론 모두 만족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꼭 선장 혼자 가야 돼? 위험할 수도 있다며?”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묻는 플린에게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엘사.


어쩔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게 그 정보원과의 거래 조건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거든요.”


“…… 하지만 함정이라면요?”


웬일로 플린과 의견이 일치하는지 카산드라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함정이라면 더더욱 혼자 가야죠; 우리가 모두 가면 분명 역으로 의심을 살 테니까.”


엘사…… 솔직히 너, 스스로의 위험에 대해선 별로 생각 안 하는 타입이지?”


머리를 짚으며 크리스토프가 중얼거리는 건 상큼하게 무시했다. 왠지 안나도 약간 동의한다는 표정인 건 좀 신경쓰이지만……


생각을 하니까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한 것 아닙니까. 다들 기억하죠? 제가 들어간 다음 허공에 신호탄을 쏘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니까, 최대한 빨리 저와 합류해서 전력으로 탈출하면 됩니다. 혹시 모르니까 계속 주변을 경계해야 해요.”


하필 안개 낀 날에 말이지……”


탄식하는 알라딘이었지만, 더는 군말 없이 원숭이처럼 날렵하게 밧줄을 타고 다시 망을 보러 올라갔다.


그 와중에 노스 윈드는 별 탈없이 바위투성이 해안가에 정박했고, 엘사가 홀로 하선을 준비할 때 곁에 있던 안나가 문득 그녀의 손을 꼭 감싸쥐었다.


엘사…… 몸조심해요.”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으면서, 남에 대한 걱정은 그렇게 잘할 수 있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엘사였지만, 싫지는 않았다;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으니까.


후후, 우리 공주님께서 이렇게도 걱정해주시는데,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리 없겠네요. 갔다 올게요, 안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밧줄을 잡은 채 날렵하게 배 밖으로 몸을 날려 아래로 사라지는 엘사였다.

 


***

 


, 그렇게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 불안한 건 엘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답지 않게 도박을 걸었지만, 솔직히 말해 실패일 가능성도 충분히 상정해놓고 있었다. 물론 그러니까 나름 대비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초조한 건 어쩔 수 없다.


정보원에게 건네받은 전갈에 따르면, 접선 장소는 옛 노르드 왕성이 있던 곳이었다. 왜 하필 거기를 골랐겠는가; 정보원은 분명 엘사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말해준 적이 없음에도. 본인에게 협조하는 정보원이 본인의 뒷조사를 했다는 건 절대 유쾌한 경험이 아니고, 그에게 의심이 가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제발 그 걱정이 기우이기를.


8살 때 이후로 한번도 온 적이 없는 곳이었지만,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엘사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은 그녀의 발길을 반쯤 무의식적으로 폐허가 된 섬을 건너 중앙의 궁터로 인도하고 있었다. 거의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간신히 초목이 자라나기 시작할 정도로 초토화된 고향…… 새삼스럽지만 그녀의 적들이 이곳에서 저질렀던 만행을 상기당한 엘사의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여기서 마주할 사람의 정체가 아이러니 그 자체인 거지만. 괜히 선원들과 안나에게도 말 못한 게 아니다.


그런 상념에 잠긴 사이, 엘사의 발은 착실히도 그녀를 약속된 장소에 데려다놓았고…… 십수년 만에, 한때 자신의 집이었던 곳 한복판에 서게 된 엘사였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한 감흥보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그 한가운데에서 차분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후드 차림의 남자였다. 제법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걸 보면…… 아냐, 아직 안심할 순 없다.


“…… 직접 마주하는 건 오랜만이군요.”


예에, 그 말대로……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엘사.”


그야말로 신사적으로 웃는 남자의 후드 밑에는 선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엘사의 표정은 다소 굳은 채 그대로였다.


반갑다……라고는 빈말로라도 못하겠군요. 굳이 이 장소로 저를 불러내다니, 취미가 나쁘네요.”


섭섭한 말씀을. 위즐튼의 공작이 지나갈 경로를 예측해서, 가장 적절한 위치를 잡았을 뿐입니다. 당신에게는 마음아픈 장소겠지만, 큰 일을 치루기 위해선 그 정도 고통은 참을 수 있겠죠.”


저 상냥한 말투와 몹시도 매치되지 않는 무정한 소리였지만, 그 말에 오히려 쓴웃음을 짓는 엘사였다.


하긴, 우리가 할 말은 아니군요…… 형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왕자.”


엘사의 폭탄발언에 남자의 미소가 넓어지더니…… 쓰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선선히 대답했다:


천만에요, 엘사. 오히려 바다의 악마 검은수염과 함께 그 쓰레기들을 치워줬으니 대신 감사라도 해야 할 지경입니다.”


마침내 드러난 녹슨 철 같은 붉은 머리와 반반하지만 어딘가 섬뜩한 미소를 띤 얼굴을 보며 엘사가 나지막이 탄식했다:


“…… 당신은 정말로 무서운 사람입니다, 남부 제도의 13왕자…… 한스 웨스터가드.”



- 작가의 변 - 


이번화 한줄요약: 통-----------------------------------------------------------------------------------스


망했어, 망했다구...... 엘사, 왜 믿어도 저런 놈을 믿는고야..... 물론 쥬미들이야 저놈이 나쁜놈인걸 다 알지만, 작중 시점에선 한스가 워낙에 완벽한 위선자라 그걸 알 턱이 없으니...... 그나저나 이번화 소제목이 '배반자'인데..... 과연 남부 제도의 왕자이자 엘사의 정보원인 한스가 배반한 건 어느 쪽일까?


내 픽에서 통스가 제대로 등장한 건 처음인거같은데, 과연 이번엔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다음화를 기대하라굿! 예고를 보자!



- 39화 예고: 살인미소 - 



제 덕분에 당신은 남부 제도와 위즐튼을 크게 뒤흔들었고, 그 과정에서 절 핍박하는 형들은 평가가 깎이거나 숙청되거나…… 로니와 루디처럼 아예 제거당하기도 했죠.


...


그렇네요…… 그럼 한번 확인해볼까요? 큰일일수록 확실히 해야죠.”


...


그 때 더 말렸어야 했는데…… 혹시 뭐가 잘못됐다면……”


...


안돼……!”



소제목의 상태가......? ㅋㅋㅋ 이미 눈치빠른 쥬미들은 지난 몇 화동안 빌드업해온 떡밥을 눈치까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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