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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40화 - 괴수의 아가리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08 11:09:05
조회 225 추천 14 댓글 10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40화 - 괴수의 아가리



…… ……”


어지간해선 참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돌바닥에 주저앉은 엘사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솔직히 지금까지 참은 것도 대단한 거다…… 손에 정통으로 총을 맞고 비명을 안 지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호오…… 동료를 부르는 걸 선택한겁니까? 그 정도 반사신경이라면 그냥 절 쏴버리는 편이 빨랐을텐데요.”


여유작작하게 그녀 앞에 서서 아직 연기가 나는 피스톨을 휘리릭 돌리는 한스가 말했다.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태도가 오히려 더 열받았지만…… 어쨌든 지금 그는 총을 쥐고 있고 엘사는 총을 떨어트렸다. 어쩔 수가 없다.


한스의 말대로, 늦게 총을 뽑았으면서도 먼저 발포한 건 엘사였다. 만약 그 총구를 그대로 한스에게 겨눴다면, 지금 이렇게 손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죽을 위기에 처할 일도 없었겠지. 하지만 그러는 대신 그녀는 선원들과 약속했던 대로 하늘에 신호탄을 쏘았고…… 그 대가로 오른손에 시원하게 바람구멍이 뚫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망설임없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야,


“…… 당신이 날 여기서 죽일 리 없으니까요.”


본인의 의도야 어찌됐던, 엘사는 양쪽 제국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이 걸린 현상범이다. 그런 악명 높은 해적이 잡혔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이런 곳에서 슥삭해버릴 리가 없다; 분명 사람들을 잔뜩 모아놓고 공개 처형하기를 원하겠지. 그 제국의 허영심이 엘사의 수명을 연장시켜준 셈이다.


흐음, 확실히 당신은 여기서 죽으면 안되는 사람이긴 하죠……”


마치 날씨 얘기라도 하듯이 가볍게 대답하며 싱긋 웃는 한스. 그리고는


타앙----!!!


커흑……!”


이번엔 왼손에서 피를 뿜으며 신음을 토해낸 엘사를 지켜보는 한스의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거 실례; 방금 당신의 반응 속도를 보니, 충분히 왼손으로도 절 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 .”


솔직히 그걸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선선히 웃는 얼굴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쏘다니…… 역시 자신이 느낀 불안감이 근거 없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얼굴은 멀쩡할지언정, 저 남자의 마음은 도저히 사람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려있었다.


, 그리고 좀 발을 묶어둬야 할 필요도 있으니까 – “



으윽……!”


이번엔 두 발의 총성과 함께 양쪽 다리에 동시에 격통이 달렸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엘사를 내려다보는 한스의 무구한 미소가 배로 섬뜩하게 느껴졌다.


후후…… 이쯤 했으니 물러나도록 할까요. 아마 당신의 동료들이 날 잡아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을테니, 그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선 당신이 적당히 다쳐주는 게 좋거든요.”


어처구니없는 말에 엘사가 고통을 참으며 한마디 쏘아붙이려는 그 때


엘사----------!!!!”


선장, 어디 있어?!”


젠장, 총성이 더 들렸어! 어떤 새끼냐, 죽여버린다!”


저 멀리서 노스 윈드의 선원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빠르게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거기엔 안나의 목소리도 섞여있었다. 이 순간 자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올 이들이 있다는 게 눈물나게 기쁜 엘사였지만……


후후, 이미 늦었습니다; 위즐튼의 함대가 이미 이 섬을 포위하고 있어요. 저들은 당신을 구하러 왔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이미 함께 죽는 길밖에 없어요.”

“………………..!!!”


역시,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녀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한 거였다. 돌파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없어……


그럼 작별입니다, 엘사. 다음번에 뵐 때에는 처형장이 되겠군요. 그럼 안녕히……”


한스………!”


가증스러운 이름을 내뱉으며 고개를 간신히 드는 엘사였지만, 이미 재빨리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한스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엘사!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경악에 찬 비명과 함께, 고통으로 흐려지던 엘사의 시야에 휘날리는 붉은 머리가 들어오나 싶더니, 이내 안나의 따뜻한 체온이 그녀의 피투성이 몸을 끌어안았다.


안나……”


아직 끝나지 않은 걸 알면서도, 곧 더 큰 위협이 닥쳐올 걸 알면서도…… 그 따스함이 너무 좋아서 아주 잠깐 동안 그녀의 온기 속에 자신을 내어주는 엘사였다.


엘사! 이런 젠장…… 공주님, 이리로! 엘사는 내가 부축할 테니까, 어서 여길 벗어나야……!”


크리스토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퍼뜩 다시 정신을 차리는 엘사였다. 그래, 당장 움직여야 한다. 지금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는 건 그녀뿐이니까, 정신을 차려야……!


어서 배로…… 곧 위즐튼의 함대가 여길 덮칠 거에요……!”


크리스토프에게 업히는 와중에, 고통과 빈혈로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말하는 엘사.


, 아주 처음부터 작정을 했었구만…… 선장, 괜찮겠어?”


걱정스러운 크리스토프의 말에 엘사의 마음 속에서 미안함이 끓어올랐다.


괜찮게 만들어야죠…… 미안해요, 크리스토프. 당신이 이 안건에 반대할 때 들었어야 했는데……”


뭔 소리야? 누구나 실수할 때도 있지…… 그리고 아직 놈들을 엿먹일 기회는 많이 남았거든. 스벤!”


크리스토프의 부름에 충직한 그의 순록이 서둘러 달려오고, 능숙하게 그 위에 엘사를 싣고는 그 뒤에 올라탄다.


엘사, 조금만 참아요……!”


당장에라도 울 것만 같은, 그러면서도 애써 듬직한 표정으로 엘사의 손을 꼭 잡아주는 안나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는 걸 마지막으로, 엘사의 의식이 잠깐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

 


엘사가 정신을 잃었을 땐 본인의 정신이 나갈 뻔한 안나였지만, 다행히도 노스 윈드로 복귀한 직후에 간신히 의식이 돌아오긴 했다. 하지만 참사로 끝난 회담에서 그녀가 입은 상처는 꽤 깊었다; 팔다리에 총상 하나씩이라니, 아예 거동을 못하게 만들어놓으려는 의도가 명확히 보였다. 뭐 이런 악마 같은 새끼가……


선장이 말한 그 정보원이 남부 제도의 왕자였다니……”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카산드라. 이래저래 충격이 큰 모양이다.


그 새끼, 처음부터 배신할 생각으로 엘사에게 접촉했다는 거 아냐. 다음에 잡히기만 해봐라……!”


출항 준비를 서두르며 이를 가는 플린이었지만, 곧바로 크리스토프에게 제지당했다: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고,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고! 이미 위즐튼의 군함이 쫙 깔렸어!”


그의 말대로, 어느새 안개가 많이 걷힌 바다 저편에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접근해오는 배의 무리가 보였다…… 설마 위즐튼이 외교 목적으로 아렌델을 방문하는 데에 함대 하나를 통째로 끌고 올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알았으면 절대로 기습 작전 따위는 생각 못했을 거다.


그치만 어디를 뚫어야 하지? 진짜 빈틈 하나 없이 포위해놨구만……”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는 플린.


당연히 북쪽이지! 아렌델로 향하는 쪽이기도 하고, 보니까 저쪽이 포위가 제일 얇아!”


망루 위에 있던 알라딘이 외쳤다. 역시 그래야 하나…….?


그럼……”


선장실 안에서 치료받고 있던 엘사를 대신해 안나가 지시를 내리려던 그 때


잠깐, 잠깐만요----------!!”


선장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안색이 창백한 엘사를 부축한 라푼젤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잠깐, 랩스?! 아직 선장이 회복도 다 안됐는데…..!”


경악한 카산드라가 뜯어말릴 기세로 두 사람에게 다가왔지만, 가만히 손을 든 엘사에게 저지당했다.


북쪽은 안돼요…… 지금 아렌델로 향하면 안됩니다.”



- 작가의 변 - 

 

와! 40화! 근데 한참 남았다! ㅋㅋㅋㅋㅋ 미쳤어 ㅋㅋㅋㅋ


한스의 캐릭터에서 잠깐 얘기해볼까. 원작에서 한스를 강렬한 악역으로 만든 건 사실 '반전'이잖아. 근데 쥬미들은 이제 통스가 개나쁜새끼인걸 알기 때문에 더 이상 그를 반전 캐릭터로 써먹어도 그만한 임팩트가 없어. 내가 픽에서 한스를 잘 안 쓰는 이유기도 하고.


그래서 고민 끝에 여기서 통스에게 부여한 캐릭터성은 '인면수심'. 얼굴은 존나 선량하게 생기고 웃을 때 예쁘고 한 천상 미남인 주제에, 그렇게 부드럽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총쏴버리는 개미친 싸이코패스로 설정해버린 거. 나름 설득력이 있으려나?


아무튼, 결국 통스의 함정이었네.... 나름 대책을 세우고 와서 그 자리에서 으앙 죽음은 면하긴 했는데, 과연 여기서 잘 벗어날 수 있을까.....? 예고를 보자!



- 41화 예고: 대탈출 - 



함정이에요…… 일부러 북쪽의 포위망을 얇게 해서, 우리가 거기를 파고들 걸 예상하고 조여올 거에요. 그리고……”


...


우리 선장을 이 꼴로 만들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보냐!”


...


엘사, 그 몸 상태로는 위험해요! 안에 들어가 있어야……”


...


전방에 함대 출현! 누구지? 위즐튼은 아닌 것 같은데……”



오오..... 전개가 급박해진다..... 필력이 후달린다........ 그래도 잘 부탁해.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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