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여름눈송이 1부모바일에서 작성

AS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09 04:44:08
조회 836 추천 30 댓글 7


“환자 정보는 병원 방침상 외부인에게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딱딱한 어조로 여직원이 말했다. 귀찮아 죽겠으니 제발 좀 사라져달라고 애원하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흡사 지저분한 강아지인 것마냥 바라보는 눈빛에 안나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랬다. 안나는 모든 것을 알아내기로 마음먹고 혼자서 요양원을 방문한 것이다. 삼촌과 오큰으로부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는 들었다. 하지만 제 눈과 귀로 전부 확인하고 싶었다. 한스가 넘어진 계단 옆에 엘사가 있었다는 건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찜찜함이 계속 속을 콕콕 찔렀고 방 안에서는 아무런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답답함을 참다 못해 책상 위를 밀어버리고 책을 내던지려던 참에 안나의 눈에 초콜릿이 들어왔다. 다음 방문 때 엘사에게 주려던 딸기맛 트러플이었다. 잠시 초콜릿을 응시하던 안나는 뻗쳐나오던 노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걸 느꼈다.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몰랐다.

안나는 조심스레 초콜릿을 가방에 넣고 차키를 챙겨 문밖을 나섰다. 더 이상 방 안에 죽치고 앉아 수수께끼나 풀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카트린과 통화한 다음 왜 바로 행동하지 않았을까 그제야 비로소 의문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면 직접 움직여서 알아보면 된다. 엘사와 직접 만난다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았다.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요양원에서 알게 된 첫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엘사가 짐을 싸서 나갔다고 한다. 도대체 왜? 언제? 시기를 미루어 본다면 자신이 카트린과 통화한지 얼마 안되어 나갔을 것이다. 엘사가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시설을 나갔단 것에 안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마치 어두운 동굴에 홀로 내쳐진 기분이었다.

말을 못하니까 내게 전할 방법이 없었던 거야? 안나는 서운함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도 카트린 아줌마라면 이야기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장이라도 카트린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아니었다. 격앙된 감정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는 둘째치고 지금은 요양원을 살펴봐야 했다.

안나는 여직원에게 엘사가 언제 나갔는지, 무슨 일로 나갔는지 꼬치꼬치 물었다. 그리고 어디서 한스의 사고가 일어났는지도 물었다. 그 대답으로 시설 방침이 돌아오자 안나는 기어이 화가 폭발해 온갖 욕설을 쏟아냈다. 아니, 쏟아내려고 했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기 무섭게 뒤에서 오큰이 어깨를 붙잡았던 것이다.

“오, 안나 양. 시설 내에서는 이런 언행은 삼가주세요. 카리, 당신도 그런 불친절한 태도는 안 됩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군요.”

정신? 무슨 소리지? 안나는 오큰이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것에 놀라야 할지 여직원을 쏘아보는 그의 표정에 놀라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카리라고 불린 여직원은 얼굴을 팍 구기더니 죄송하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표정에 죄송함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지만 안나는 신경을 끄기로 했다.

“방문하기 전에 연락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안나 양. 오빠와 엘사 일로 오신 거죠?”

오큰은 안나의 팔을 놓고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고 안나는 주저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안 그래도 아론다이트 씨에게 한번 직접 와달라고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참 잘 됐습니다. 전화로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게 있어서요.”

아론다이트 씨? 안나는 오큰이 말하는 이름이 삼촌의 이름이라는 것을 한 박자 늦게 알아챘다. 항상 삼촌 아니면 아론 삼촌이라고만 불렀던 탓에 원래 이름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오큰은 안나가 따라오도록 걸음을 늦추며 말을 이었다.

“전화로 이야기했을 때 CCTV가 고장난 거라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했었죠. 그때도 말씀은 드렸지만 그건 100% 저희 불찰입니다. 정말 미안해요, 안나 양.”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바뀌었군요.”

오큰과 안나는 어느 병실 앞에 멈추어 섰다. 6인용 병실이었지만 명패에 기록된 이름은 하나뿐이었다. ‘겔다 도슨’

오큰은 노크를 두어번 한 후, 문을 열고 안나를 안으로 인도했다.

“들어가죠, 안나 양.”

안나는 왠지 속이 꿈틀대는 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게 빠를 겁니다.”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ㅁ

겔다의 모습을 보자 안나는 안타까움으로 속이 타들어갔다. 한스의 사고가 있던 날 저녁, 그녀 역시 복도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설마 이런 모습일 줄은 안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통통했던 여간호사는 안 본 며칠 사이에 살이 빠져 홀쭉했고, 왼팔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었다. 왼쪽 머리가 시퍼렇게 멍들어 부어 있었고 항상 단정히 뒤로 묶여있던 머리칼도 풀어 흩어져 제멋대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는 겔다를 보자 안나는 안타까움에 속이 썩어들어가는 것 같았다.

“오 안나 양...어서와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설마 병문안을 올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간 잘 지냈나요.”

안나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지자 겔다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급히 사과를 건넸다.

“미안해요. 직업병이라 그런 인사가 습관이 되어서...힘들 때에 괜한 말을 했네요.”

안나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양 옆으로 저었다. 목젖까지 울음이 차올라 고개를 움직이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 제 꼴이 좀 그렇지만 보기보다 괜찮아요, 안나 양. 정말로요. 안 죽으니까 얼굴 피세요.”

따뜻하게 건넨 농담에 안나는 기어이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시설에 들어서면서 계속 긴장해 있던 탓인지 막을 새도 없이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런 자신을 겔다는 성한 팔로 끌어안으며 작은 동물을 위로하듯 등을 토닥였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했다. 한스의 사고가 난 것도, 엘사가 시설을 떠난 것도 겔다의 잘못이 아니었다. 오큰의 잘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한쪽은 책임을 지고 용서를 구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상처투성이면서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안나는 겔다를 양팔로 꼭 끌어안았고 겔다는 그런 안나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계속 등을 토닥이며 기다렸다. 안나에게는 아직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건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안나가 제 어깨에서 얼굴을 떼고 양 눈을 비비자 겔다는 웃음기를 지우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깨어났다고 오큰이 따로 연락해서 안나에게 오라고 했을리는 없다. 아마 엘사와 제 오빠에 관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스스로 온 거겠지. 그리고 운이 좋게도, 자신은 바로 어제 깨어났다. 겔다는 빨간 머리 소녀를 찬찬히 훑어보며 생각을 굳혔다. 안나는 한스와 엘사 둘 다의 보호자로서 모든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었다. 그게 얼마나 이 소녀에게 가혹하게 다가올지는 상상이 안 되지만.

추천 비추천

30

고정닉 1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4 ai힘을 빌리면 개쩌는 픽썰 쪄지냐 [2] ㅇㅇ(223.38) 11:41 18 0
1123713 이 음란한 갤 [1] ㅇㅇ(223.38) 11:39 10 0
1123712 안녕 털복숭이들 [1] ㅇㅇ(112.157) 11:26 9 0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13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69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2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5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8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31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25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7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3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5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2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9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6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4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8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7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0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2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7 5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3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20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2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6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4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2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6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7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6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2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2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7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3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9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4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3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6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9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6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9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