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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42화 - 부서진 심장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1 17:07:38
조회 215 추천 18 댓글 9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42화 - 부서진 심장



안나………..?”


통증으로 인해 반쯤 넋이 나간 엘사가 봐도, 안나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했다; 갑자기 다급하게 망원경으로 전방에 나타난 배들을 확인하더니, 갑자기 돌이라도 된 것처럼 굳어버린 것이다.


공주님……?”


주변의 선원들도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몇몇이 묻자, 그제서야 엘사 자신만큼 창백해진 얼굴로 망원경에서 눈을 뗀 안나가 말했다:


우리……. 아렌델의 함대에요……..!”


“…………………….!!!!!”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에 들은 모두가, 심지어 엘사조차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애당초 엘사가 아렌델로 향하지 않고 서쪽으로 방향을 틀은 건, 풍향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도 있지만 그걸 위즐튼이 노릴 걸 직감해서였다. 그런데 어째서 아렌델의 함대가 엉뚱한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듯이 있는 거지?


오오, 혹시 도와주러 온 걸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잖아. 우리가 이쪽으로 올 줄을 어떻게 알고……?”


선원들 역시 혼란스러운지 자기들끼리 수군대기 시작했지만, 안나의 표정을 본 엘사는 그들처럼 낙관적일수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그 둘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느낀 것이다.


한스의 배신? 충격적이었지만 아예 예상 못할 건 아니었다. 위즐튼의 공격? 그런 적의야 숨쉬듯이 당연한 거라 안 그러면 오히려 놀랄 것이다. 하지만…… 저 앞에서 기다리는 아렌델의 함선들은 다르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라도 저들이, 안나의 백성이자 고향이자 가족인 저들이, 그녀가 생각하는 목적을 위해 이곳에 있는 거라면…… 마음이 너무 괴로워진다.


선장, 어떻게 하죠……..?”


옆에 다가와서 묻는 카산드라의 표정 역시 난감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엘사조차도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찌됐던 저쪽의 저의를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도 섣불리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꼬리에 맹추격하는 위즐튼 함대를 단 채로 아렌델의 함대에 시시각각 다가가는 노스 윈드였다. 거리가 많이 좁혀진 상황에서 다시 보니, 최전방에 위치한 배 한 척에서 무언가 주변과 다른 점이 보였다: 위에 달린 깃발에 크로커스가 아닌, 어딘가 낯익은 옆얼굴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었다. 저건…………….!


“’아렌의 창’…….. 언니의 기함이에요…….!”


“…………..!!!”


그 말인즉슨, 저 앞에 있는 함대에는 멜리사 여왕 자신이 직접 행차했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우웅


하지만 그 사실의 의미를 파악할 시간조차 없이, 갑작스럽게 저 앞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아렌의 창 옆에 사열해 있던 군함들이, 마치 학의 날개가 펼치듯 옆으로 퍼지더니 그대로 노스 윈드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무슨………….?!”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당황한 엘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노스 윈드의 주변이 아렌델 함선들로 인해 겹겹이 포위된 뒤였다. 그 와중에 공격을 할 기미는 전혀 없고, 오히려 추격하던 위즐튼의 함선들로부터 막아준 모양새가 되긴 했다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선장, 여왕의 기함이 접근합니다!”


카산드라의 외침이 엘사의 귀를 때렸을 땐, 이미 아렌의 창이 노스 윈드의 바로 옆까지 접근한 뒤였다. 이제 두 배 사이의 거리는 서로의 선원들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가까워졌다. 정말 멜리사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엘사가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는 순간


쿠웅----------!!!


갑자기 엄청난 진동음과 함께 갑판이 살짝 흔들렸다; 아렌의 창으로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뛰어올라 노스 윈드 쪽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것의 덩치가 너무 커서 순간 포탄인 줄 알았던 엘사였지만


마시멜로……!”


깜짝 놀란 안나가 외치고 나서야 알았다 이전에 보았던 근육덩어리의 거한, 아렌델의 근위대장이었다……!


공주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 어서 이쪽으로!”


석 달만에 고향 사람을 만난 안나가 반가움에 다가간 순간 몸을 숙여 공주와 곁에 있던 라푼젤을 함께 끌어안은 마시멜로가 그대로 몸을 날렸다-!?


잠깐, 마시멜로, 뭐하는 으아앗?!”


당황한 안나가 외쳤을 때는, 이미 마시멜로가 두 사람을 안은 채로 다시 아렌의 창으로 도약한 뒤였다. 그리고 안나가 노스 윈드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엘사의 귀에, 멀리 있으면서도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 발포.”


콰앙--------------!!!


단 한 발, 단 한 번의 포성이 아렌의 창으로부터 울려퍼지는 순간


콰직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열음이 엘사의 귀를 때렸다. 거의 반평생을 배와 함께 살아온 엘사가 이 소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배의 척추, 배의 심장…… 노스 윈드의 용골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 안돼……..!”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지만, 엘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건너편에서 고개를 숙인 채 이쪽을 향하고 있는 한 인영에게 향해 있었다…… 검붉은 제복을 입은 채로, 방금 그녀의 배에게 처형 선고를 내린 사람.


“…… 그렇게 선택하셨습니까, 여왕님.”


“……………. 그래.”


고개를 들지 않은채 조용히 대답한 멜리사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나 싶더니 그대로 크게 도약해 순식간에 꼼짝 못하게 된 노스 윈드 위에 나타났다.


“……………!!!”


쉴새없이 겹겹이 쌓이는 충격 속에서 선원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와중에,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어떻게든 유지하며 숨을 고르는 엘사 곁으로 다가온 멜리사가 조용히, 오직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 한나는 무사하다.”


“………….!!!!!!!!”


오늘 도대체 몇 번이나 놀라게 되는 걸까. 이제 와서는 믿기 힘든,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진실이길 바라는 동생의 소식에 엘사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엘사와 마주친 멜리사의 표정은……..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언니…………..”


저쪽에서 안나의 침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그녀도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멜리사는 말해준 것이다; 아렌델의 여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그녀는 그들을 쳐낸 것이라고.


“…… 아렌델의 여왕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끊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멜리사에게 아렌델의 병사들이 마시멜로를 필두로 일제히 응답했다:


받들겠나이다!”


엘사로부터 등을 돌려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을 바라보는 멜리사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그녀의 목소리에 배인 흔들림만은 못했다:


수배범, 해적 엘사 드레이크와 그 일당을 모조리 체포하라…… 현 시간부로 이들은 아렌델의 죄수다.”


여왕의 명을 받은 병사들이 단체로 노스 윈드로 건너오기 시작했지만, 이미 재기불능에 빠진 배만큼이나 전의를 상실한지 오래인 선원들이었다; 두 제국을 상대로 집요하게 괴롭히며 악착같이 싸워온 그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엘사도 이젠 무리였다; 한스에게 총으로 난자당한 팔다리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고, 억지로 붙들고 있던 의식이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밀려오는 어둠 속에서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자신을 구속하기 위해 다가오는 마시멜로의 거체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안나의 흐느끼는 얼굴이었다.


엘사가 처음으로 안나의 눈물을 본 날…… 그 날은 곧 처음으로 엘사 드레이크가 완패, 기함인 노스 원드가 파괴된 날이었다.

 


- 작가의 변 - 


아.... 찌통화...... 아아, 노스 윈드는 참 좋은 배였습니다..... 소제목 대로, 오늘 여러 사람 마음 망가졌습니다...


이젠 알만한 쥬미들은 다 알겠지만, 이건 처음부터 위즐튼과 통스의 함정이었던 거지. 37화에서 멜리사가 눈물을 삼키며 출정해야 했던 이유도 아렌델의 안위를 담보로 여기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고. 어쩌냐, 진짜로 잡혀버렸네.... 그래도 멜리사가 직접 잡은 거라 위즐튼에게 잡힌 것보다야 낫겠지만.....


붙잡힌 엘사와 선원들이 어떻게 될지는... 미안하지만 모레까지 기다려야겠어요. 내일은 현퀘때매 쉬어갑니다. 일단은 예고로 만족해달라구!



- 43화 예고: 북풍이 멈춘 뒤 - 



아무리 중죄자라 해도 재판 없이 판결을 내릴 수 없는 법……. 우리가 체포한 해적들이니, 우리의 법대로 처리할 것입니다.”


...


공주님…… 역시 여왕님께 한번 더 말씀드리는 게 어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


랩스, 올라프한테서 한나가 머물던 방이 어딘지 들었지?”


...


후후…… 면회를 막는다고 못 오는 사람은 하수죠. 그렇지 않습니까?”



일이 꼬이는구만.... 여러가지 의미로. 그래도 건필건독 부탁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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