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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Say You Love Me 21

버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2 02: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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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는 싸늘한 눈빛을 남기고 집으로 발을 옮겼다. 네가 먼저 가라고 서로 등 떠밀며 엘사를 따라 들어온 집 주인 남매는 누가 시키기도 전에 알아서 반성 자세를 취했다. 안나와 한스는 소파에 바르게 앉아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앞에 선 엘사는 한참 동안 혀를 차며 남매를 노려봤다.



“이 미친 머피들아.”



쭉 뻗어 둔 팔과 허리가 뻐근해질 때쯤에야 엘사가 입을 열었다.



“무슨 짓들을 한 거야? 너희 사기단이야?”


“저, 그게 말이죠..”



한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저희가.. 잘못.. 했는데요.... 나쁜 짓을 하려던 게 아니라요...”


“그쪽이 이렇게 엮인 것부터 이건 나쁜 짓이 아닐 수가 없거든요?” 엘사는 어이없다는 듯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어- 언제부터... 저번에 가게에서 싸운 건 뭐예요? 왜 모르는 사이인척 했어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안나와 한스는 엘사의 눈치를 보며 눈을 맞췄다. 한스가 안나를 향해 네가 말하라는 듯 턱짓했지만 안나는 입을 꾹 닫고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아예 푹 숙여버렸다. 한스는 입 모양으로 작게 욕을 중얼거리더니 한숨을 내쉬고 다시 웃었다.



“아..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



한스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안나가 .. 뜬금없이 사랑에 빠졌다는데... 얘기 들어보니 너무 망쳐놨길래.... 마침 아는 사람이고 해서 조금 도와줄..”



한스가 우물쭈물 말하자 엘사는 못 들을 소릴 들었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벌렸다. 엘사는 거칠게 두어 번 팔을 휘두르곤 날카로운 소리로 따졌다.



“그때 와서 이름 맞추는 척 사랑이니 뭐니 난리 친 게 다 날 부추기려는 짓이었단 말이에요?”



그날 한스와의 대화는 잠수 타서 끝낼 것을 고려하던 안나와의 관계를 지금껏 잇게 해준 결정적 사건이었고 그로 인해 엘사의 일상에 큰 변화가 인만큼 의미 있게 기억해 둘 법도 했지만, 솔직히 오늘 그를 다시 보기 전까지 그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심지어 지금 눈앞에서 직접 실토하기 전까지도 그 일과 안나를 연관 짓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가 맞겠다. 일부러 연기까지 하며 모르는 척한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뻔한 일이었지만 엘사는 제가 그따위 얕은수에 넘어갔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 길고 긴 식사 시간 동안 머릿속의 추리를 애써 부정했다. 동생 연애에 그렇게까지 애써주는 오빠가 어디 있어. 그 일은 안나랑 상관없는 수작질이었고 싸우고 모르는 척한 건 그냥 장난이었겠지. 사실 그런 생각이 단순히 현실 부정이라기엔 조금 타당한 구석이 있긴 했다. 그 날따라 유독 이상하게 굴긴 했지만 한스는 원래 그와 비슷한 시답지 않은 소리로 엘사에게 작업을 걸었었다. 한스가 저에게 늘 가볍게 작업 걸어온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자신을 마음에 뒀던 것 같은데, 동생 말 한마디에 다 잊고 자기 맘에 들었던 여자랑 동생이 만나게 도와준다니. 외동으로 나고 자랐다지만 그런 헌신적인 오빠는 영화에나 나오는 것쯤은 알았다.


그런데, 짠.

그런 오빠가 여기 있네.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한스가 가볍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냥 사랑이 얼마나 멋진 건지 말해주고 싶었어요. 꼭 안나를 만나 보란 게 아니었-, 아니, 그랬으면 했지만...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 달... 까.”



한스가 말끝을 흐리며 중얼거리자 엘사는 양손을 주먹 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본 남매도 겁에 질려 덩달아 바들바들 떨었다. 아, 이거 안 먹히나? 좀 헛소리 같긴 했어. 변명이 전혀 통하지 않는 걸로 본 한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엘사가 주먹 쥐고 떠는 이유는 한스의 말을 멍청한 헛소리로 들은 탓이 아니었다. 엘사는 오히려 한스 말이 맞는 소리로 들려 열이 받았다. 그날, 한스의 말에 넘어가서 안나에게 먼저 연락한 건 맞지만 확실히 한스가 안나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었다. 했던 말이 전부 기억나는 건 아니었지만 별것 아닌 흔한 사랑 얘기였던 건 맞다. 거기에 홀려 혼자 고민하다 발 넣은 건 엘사가 스스로 벌인 짓이었다. 어른 흉내 내며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며 실컷 가르치려 들어놓고, 한스가 주절거린 사랑 얘기엔 홀랑 넘어갔었다니. 날 얼마나 우습게 알았을까? 여기서 쟤들한테 화내봤자 나도 안나처럼 멍청했단 걸 인정하는 꼴 아냐?


엘사가 그동안 안나가 품어왔을 생각을 의심하며 안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 엘사.. 있잖아요..” 안나는 엘사의 속마음을 읽은 듯 손가락을 맞대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 오빠가 무슨 짓 했는지 몰랐어요.. 안 믿을 건 아는데... ”


“야! 치사하게 혼자 발 빼냐?”


“맞잖아? 난 그냥 오빠가 모르는 척하라 길래 말 들은 거라고.”


“와- 와! 내가 누구 때문에 그랬는데.. 이, 이 은혜도 모르는!”



남매는 서로의 볼과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엘사는 그런 남매를 가만히 지켜봤는데, 안나의 말이 사실일지 아닐지를 생각하다가 문득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냔 생각이 들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아니면 어쩔 건데? 속았다며 헤어지자고 해봤자 쟤 좋을 짓만 하는 거지. 언제나, 언제나 그랬듯 황당한 짓을 벌여 제 머리 뚜껑을 열리게 만들어도 도무지 저걸 떼어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안나가 먼저 헤어지고 싶어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뜻대로 해주는 마음 좋은 짓은 더 못하겠다. 귀찮은 일엔 한 발 빼며 살아온 날이 삶의 대부분이건만 어째 저건 갈수록 무슨 짓을 해서든 길들이고 싶단 생각만 드니, 잘못 걸렸단 생각이 들면서도 그나마 다행이다 싶긴 했다. 사실이 어떻든 다 저를 꼬시려고 벌인 짓 아니겠는가. 사실, 둘의 관계를 알기 전 했던 생각대로 붙어먹은 게 아니란 걸 알고 난 뒤론 엘사의 화는 거의 가라앉아있었다. 안나가 뒤통수치고 양다리 걸친 것보다야 맛탱이 간 남매인 걸 숨기려 했다는 게 훨씬 나은 소식이니. 가족 식사에 초대하길 꺼렸던 것도 저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가 아닌 겨우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심되기도 했다. 그래, 뭐가 문제야? 잠수 탈까 말까 고민 중이었으니 한스가 아니었어도 쟤한테 연락했을지도 몰라... 아마 했을걸? 요즘 들어 뭐 하나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지만 아직도 인생의 주도권은 제가 쥐고 있다 믿고 싶은 엘사였다.



“그만 해요.”



안나가 한스 위에 올라타 머리털을 뜯기 시작하자 엘사는 크게 발을 구르고 말했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 나도 꼭 그쪽이 한 말 때문에 안나한테 연락한 건 아니고..”



그 말에 순식간에 바로 앉은 남매가 환히 웃자 엘사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것들이 진짜 돌았나? 뭘 잘했다고 바로 웃어!!”



그래도 끝까지 속여먹으려 들었다는 것까지 용서되는 건 아니었다. 그딴 연기로 사람 바보 만들어놓고 말 한마디에 바로 얼굴 푸는 저 꼴! 아무리 생각해도 맛이 간 남매다. 엘사는 이 사건에서 뭐라도 얻어야만 했다.


엘사는 구겨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한스를 바라봤다.



“..안나가 저랑 헤어지려고 했던 건 알아요?”


“...네..”



한스가 기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그래도 저는 엘사 편이에요! 그 소리 처음 들었을 땐 엄청 패줬다니까?”



내 편인데 날 이런 죽음의 연애로 밀어 넣었니?? 엘사는 순간 치밀어 오른 화를 겨우 밀어 넣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



“저, 얘 때문에 정말 미칠 것 같거든요? 내 편이면 좀 도와줘요.”


“아, 그렇죠. 그렇겠죠... 제가 어떻게...”



한스가 양손을 맞대고 비비며 굽신거렸다. 엘사는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안나를 흘긋 내려다보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집 좀 비워줘요.”



엘사의 말에 남매는 눈을 크게 뜨고 굳어버렸다. 안나가 크게 뜬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젓자 한스는 잠시 그 모습을 멍청히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보자-”


“아-! 오빠!!!”



안나가 소파에 벌러덩 누우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동생이 엄한 짓 당할 상황은 막아야지 뭐 하는 거야!!!”



안나가 여섯 살 먹은 어린애처럼 괴성을 지르며 난동 부리자 엘사와 한스는 갑자기 편먹은 듯 나란히 서서 실실 웃음을 흘렸다. 쟤 날뛰는 것 좀 봐요. 그니까, 진짜 웃겨. 그렇게 한스와 함께 키득대기를 약 삼 분. 엘사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떼쓰기 전에 할 말 있지 않아?”



엘사가 말하자 안나는 정신없이 휘두르던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엘사를 봤다. 엘사는 팔짱을 낀 채 시간을 재듯 손가락을 까딱였다.



“한스는 노력이라도 하는데, 넌 어째 사과 한마디도 못 하니?”



안나는 입을 비죽비죽 내밀더니 쿠션으로 얼굴을 가리고 웅얼거렸다.



“... 잘못했어요....”


“알면 됐어.”



엘사는 안나의 손을 잡고 일으켜 앉혔다. 얼굴에 덮고 있던 쿠션을 치우고 웃는 낯을 가까이 보여주니 안나는 어리둥절했다.



“왜 그렇게 질색해? 내가 너 잡아먹어?”


“그야...”



둘만 있으려는 게 무슨 꿍꿍이인지는.. 안나는 한스의 눈치를 보며 엘사의 손에 잡혀 있는 제 손을 꼼지락거렸다.



“잠은 소파에서 잘게.”


“잠은? 자기 전엔 뭐 하려고요?”



엘사는 입을 오므리고 한스를 올려다보더니 눈을 깜박였다.



“오빠 앞에서 그런 얘기 해도 돼? 난 상관없는데-”



그 말에 안나가 다시 드러누워 몸부림 시동을 걸자 엘사는 쿠션으로 안나를 뭉개고 그 위에 엎드려 짓눌렀다.



“아, 노.. 푸큽..! 큭.. 농담이야! 아무 짓도 안.. 큭ㅎ..!!” 엘사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외쳤다.


“가요! 빨리 가!”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스는 웃음을 흘리며 엘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안나는 다 포기한 듯 얌전해졌다.







*




“이거 입어요.”


“이게.. 뭐야...?”



엘사는 안나가 옷장 안을 뒤적이다 건넨 목 늘어난 셔츠와 해진 반바지를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옷”


“넌 귀여운 거 입고 난 왜 이런 거 줘?”



엘사가 안나가 입고 있는 곰돌이 무늬 원피스 파자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밖에 없...” 안나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내 곰돌이 입고 싶어요?”


“아니.”


“뭐야... 그냥 주는 대로 입지 정말-”



안나가 뒤돌아 옷장을 뒤적이며 투덜거렸다.



“나 잘 때 아무것도 안 입고 자.”



안나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옷을 벗어 던지고 속옷 차림을 한 엘사가 브래지어의 끈을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뭐야!!”



안나가 눈을 가리며 소리치자 엘사는 코웃음을 쳤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제발, 팬티는 벗지 마요. 셔츠라도 좀 입고!”


“너 진짜 이상하다. 달려드는 게 아니라 옷 좀 입으라니.”


“자신감 쩌네.”



대충 눈을 가린 안나가 엘사에게 셔츠를 던져주고 침대 위에 있던 이불까지 돌돌 말아 건넸다. 투덜거리며 셔츠를 입은 엘사는 이불을 받아든 채 믿기지 않는단 표정을 짓고 안나를 봤다.



“진짜 소파에서 자?”


“그러겠다면서요?”


“아니.. 보통 그러는 척하고 있으면 침대로 부르지 않아?”


“그러는 척도 안 해놓고? 정말 웃겨.”



엘사는 입을 비죽이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느릿느릿 거실로 나갔다. 억지 부리기는.. 이상하게 좀 짠하긴 한데- 그렇다고 선 넘을 순 없지. 잠시 후, 안나가 베개와 안 입을 거 아는 바지를 챙겨 거실로 나가보니 엘사는 소파 위에 나뭇가지처럼 뻣뻣하게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날 이런 취급해.”


“자- 여기 베개도 베고- 옳지.”



안나는 못 들은 척 생글생글 웃으며 엘사의 머리를 살짝 들고 아래에 베개를 끼워줬다. 로맨스 영화 좋아한다는 애가 어쩌고 클리셰를 모르니 저쩌고... 엘사가 끊임없이 중얼거리자 안나는 이불까지 올려 덮어주며 엘사를 토닥였다. 안나가 얼굴의 반을 이불로 가려놓은 탓에 욕지거리 뱉는 입 모양은 못 보여주고, 엘사는 눈만 깜박였다.



“잘 자요.”




안나는 대답 없는 엘사를 뒤로 한 채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이불도 없는 침대에 곧장 몸을 굴렸다. 오늘 하루 동안 온갖 일을 다 겪은 탓에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거웠고 눈도 벌써 반쯤 감겨있었다. 눕기 전 생각으로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참을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 잠 못 드는 사이 눈 깜박이며 할 생각이 뭐가 있을까? 엘사.. 머릿속이 엘사 생각만으로 가득한 게 놀랄 일인가? 이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전의 일로 화를 내긴 했지만 들키면 끝이란 생각까지 했던 안나는 이 정도로 끝난 게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사랑이 아닌데... 뭐가 다행이야? 안나는 엘사가 만남을 끌며 제 사랑 찾기를 방해하고 있는 요즘의 상황이 심기에 거슬리지 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거슬리지 않는다고? 오히려 즐기고 있다고 해야 맞겠다. 사랑을 찾는 이유야 섹스 때문이고, 섹스는... 안나는 베개 아래에 얌전히 있던 손을 움직여 제 허벅지를 쓸었다. 꼼질꼼질 자리를 옮기던 손이 다리 사이를 꾹 누르자 안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엘사와의 섹스는 두말할 것도 없이 별로였다. 그런데 저 닫힌 문 뒤에 엘사가 있는 걸 생각하니, 자꾸만 그 날 일이 떠올랐다. 로맨틱한 음악은 흐르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눈빛만으로 통하는 대화도 없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엘사의 손길은 분명 다정했다. 안나가 자위로 얻을 수 없는 뭔가가 있긴 했다. 안나는 굳게 닫힌 문을 흘끔거렸다. 그렇게 투덜거린 것 치곤 문 한 번 열어볼 생각도 안 하네. 문득 그런 생각을 한 것에 놀란 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열면 어쩔 건데? 사랑이 아니었으니 또 해봤자 똑같을 거야. ‘기분은 좋았지’로 모든 걸 덮기엔 그 날밤은 안나가 꿈꿔온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찌나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겼는지 티비에서 고무장갑 광고가 나올 때마다 눈물까지 고일 정도였다.


아, 또 눈물 날 것 같아. 다리 사이를 문지르며 코를 훌쩍이던 안나는 급히 팬티를 벗어 던졌다. 자위나 하자. 대짜로 뻗어 누운 안나는 몸에 힘을 풀고 가슴을 가볍게 쥐었다. 다른 손으론 다리 사이를 슬슬 문질렀다. 손의 움직임이 빨라짐에 따라 한숨이 점점 헐떡이는 숨소리로 바뀌었고 안나는 베개에 머리를 파묻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을 쥐고 있던 손은 이제 베개 끝을 잡아 뜯고 있었다. 조- 조금만 더 하면-



“에, 엘ㅅ-”



도달하기 직전 입에서 대체 왜 그런 말이 나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끝내기 전에 일을 마친 이유는 확실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슬쩍 눈을 뜨니 그와 동시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안나는 꽥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몸을 굴렸다.



“왜 그래?”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민 엘사가 물었다.



“으... 아.." 안나는 구르고 있던 팬티를 잽싸게 침대 밑으로 쑤셔 넣고 바닥을 기며 신음했다. ”노크도 없이 뭐예요!“


“뭐 하길래 그렇게 놀라?”


“뭐, 뭐하긴!!!”


안나가 괜히 발끈하며 소리를 높였다.


“자고 있는데 벌컥 문 열면 놀라지 안 놀라요?”


“그런가...”


“왜 왔어요?”


“나 저기서 못 자겠어.”



엘사가 성큼성큼 다가와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뜬금없이 당당해진 태도에 안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여기서 잔다고요?”


“응.” 엘사가 챙겨온 이불을 덮고 베개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싫으면 네가 나가서 자든가.”



안나가 엘사를 떨어뜨리려 밀어도 보고 찔러도 봤지만 꼿꼿이 누운 엘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이익!”


“아무 짓도 안 한다니까? 그렇게 질색하면 나 운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나 지금 팬티 벗고 자위 중이었다고! 안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사는 손을 뻗어 안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진짜 속상하게 할래? 이리 와.”



엘사가 작은 소리로 어쩐지 애원하듯 말하자 안나는 마음이 약해졌다. 무릎 한 뼘 위를 겨우 가린 파자마를 당겨서 늘어뜨리며, 안나는 힘없이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잠만 자는 거예요.”



안나가 엘사에게서 등을 돌리고 눕자 엘사의 팔이 허리 위에 얹히는 가 싶더니 안나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엘사의 코가 안나의 어깨에 닿았고,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이 정돈 괜찮으려나.. 팬티 벗은 것만 안 들키면, 뭐... 뿌리칠 생각보다 포근함을 먼저 느낀 안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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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 없는 엘사 팬티 없는 안나 합쳐서 완벽 엘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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