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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Only One Year, Chapter 14

토익520점(110.46) 2020.08.20 13:13:45
조회 398 추천 35 댓글 11

원문: https://www.fanfiction.net/s/11934753/14/Only-One-Year



14. Running



햇살은 방안으로 스며들고 있었지만, 안나는 지금 느끼고 있는 온기와 편안함 때문에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안나는 눈을 감은 채로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엘사가 한스를 때렸던 것, 경찰서에 갔던 것과 부모님에게 설교를 들었던 것, 그리고 언니와의 대화.



어제 저녁에 엄마아빠와 저녁을 먹을 때는 아무런 말도 없었고, 그 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엘사는 바로 침대로 들어갔다. 안나가 잠옷을 입고 언니 방안으로 들어가 같은 침대에 들어갔을 때도, 언니는 거부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잠시동안 밖에 나가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돌아와서,불을 끄고 여동생 옆에 누웠다. 안나는 너무나 외로워서 언니의 품속에 파고들었고, 두 자매는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안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현재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직도 언니가 자신을 안고 있었고, 언니 머리카락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맡으면서, 심지어 언니 가슴을 베개 대용으로쓰고 있었다. 다른 남자애나 여자애들은 이걸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걸? 안나는 자신이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에 뺨을 붉혔다.



여전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슬프기도 했고, 배신당했다는 절망도 느껴졌다. 어떻게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혹시 걔는 공감능력이 없는 거야? 다른 여자애랑 놀러나갈 약속을 잡아놓은 주제에, 어떻게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 할 수가 있지? 그렇게 생각하자 주먹이 꾹 쥐어졌다. 그 여자애랑 얼마나 오래 사귀었을까? 나랑 데이트 하기도 전부터 사귀고 있었을까? 안나가 한숨을 내쉬자, 엘사가 여동생의 머리를 상냥하게 토닥였다. 나 때문에 언니가 깼나? 그녀가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엘사는 진작 일어난 듯 이미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있었다. 눈을 뜬 안나를 본 엘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야, 안나. 오늘도 잠꾸러기네."



"응... 힘들텐데 날 계속 달래고 있어줘서 고마워."



"괜찮아, 기분은 어때?"



안나는 대답을 하기 전에 한참을 망설였다. "많이 나아졌어. 그래도... 여전히 아파.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이렇게 말하는 게 위로가 될 지는 모르겠는데, 걔도 너만큼 아파하고 있을거야."



그러고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깔깔대면서 웃었다. "맞아, 걔는 지금쯤 판다처럼 얼굴이 푸르딩딩해 졌을거야. 머리에도 혹이 엄청날걸?"



"자, 일어났으면 어서 내려가서 아침 먹자. 벌써 10시가 넘었어."



안나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난 일어나기 싫은걸... 여긴 따뜻한데 밖은 춥잖아. 어차피 오늘은 아무런 할 일도 없고 말야."



"왜 없는거야?"



"원래는 오늘 데이트 가기로 했거든. 이제와선 아무 의미 없지만." 물론 엘사가 한스대신 자신과 놀러나가 준다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어젯밤 들었다시피 엘사는 외출금지 상태였다.



"좋아, 침대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손해볼 건 없겠지."



"일어난지 얼마나 됐어, 언니?"



엘사는 대답하기 전에 시계를 보면서 곰곰히 생각하고 말했다. "두 시간 정도." 안나는 언니가 보고있던 책을 빼았아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엘사는 왜 그러냐면서 타박했지만, 안나는 그저 책을 더 멀리 밀치기만 할 뿐이었다. "제발, 언니! 그냥 같이 껴안고 더 자자. 오늘은 날 위한 날이잖아? 언니는 내 부탁을 거절해서는 안 돼." 엘사는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누으면서 같은 베개를 벴다. 안나가 몸을 옆으로 돌리자, 엘사는 안나의 뒤에서 팔을 걸쳐서 여동생을 끌어안았고, 안나는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다시 한 번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



어머니가 두 자매를 깨운 건 점심무렵이었다. "어서 일어나렴, 얘들아. 어제 일 때문에 힘든 건 알고 있지만, 지금 너희를 보면 내일까지 잠만 자기만 할 것 같구나. 어서 내려와서 점심 먹으렴." 어머니는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들어오게한 후, 딸들이 꾸물거리지 않도록 이불을 벗겨냈다. 점심을 먹은 후 안나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지금부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첫째, 마지막으로 한스한테 연락을 해봐야 겠어. 안나는 노트북을 들고와서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한스에게,


난 네 변명을 듣기도 싫고, 다시는 너랑 이야기 하기도 싫어.


그래도 이건 말해야 겠어. 내 언니를 고소할 생각은 마. 이 모든 일은 너 떄문에 일어난 거고, 넌 내 언니한테 맞아도 싼 걸 알거야.


만약 네가 언니를 고소하기라도 한다면, 학교를 모든 사람들한테 네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다가 언니한테 맞아서 기절했다는 걸 소문낼거야.


두번 다시 보지 말자.


안나가.





물론 안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뭐 에리얼은 친한 친구니까 예외지만. 메일을 다 쓰자 송신버튼을 누르고 친구에게 전화했다.



"안녕, 안나. 잘 지냈어?"



"안녕, 별로 좋진 않네. 한스랑 헤어졌거더든."



"오, 정말? 어째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에리얼은 많이 놀라진 않아 보였다. 어차피 15살짜리 애들의 연애라고 해봐야 2주일이라도 가면 긴 거지.



"걔가 날 두고 다른 애랑 바람을 폈거든."



"진짜?! 그 멍청이가! 누구랑 바람을 핀거야?"



"모르겠어, 한 번도 못 본 애였거든." 아이스링크에서 봤던 그 흑갈색 머리의 여자애를 설명해보았지만, 에리얼 역시 모르는 듯 했다.



"어쨌건, 걘 지금 병원에 입원해있어."



"어? 그건 또 왜?"



"내 언니가 걔를 멋지게 때려눕혔거든. 너도 그걸 봤어야 했어, 진짜 멋졌다니까!"



안나는 자기 친구에게 어제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 했고, 둘은 한참동안 한스를 비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야기 하지는 마. 걔한테 거래를 제안했거든. 내 언니를 고소하지 않으면, 학교의 다른 사람들한테 소문을 퍼뜨리지 않겠다고 말야."



"글쎄... 너랑 걔가 헤어졌다는 걸 사람들이 금방 눈치 챌 건데 말야. 게다가 잔뜩 얼어맞은 얼굴로 학교에 오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다른 사람들도 쉽게 예상 할 거고."



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생각 못 했네. "응,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줘. 부탁할게."



안나는 전화를 끊은 후 이제 뭘 해야할 지를 고민했다. 평소라면 언니의 침대로 달려가서 끌어안고 뒹굴면 됐지만, 벌써 이틀 연속이나 과할 정도로 잤는데 언니가 또 자는 걸 허락할 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안나는 그냥 침대 밑에 숨겨둔 폴더를 꺼내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자 영감이 솟아나왔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유니폼 선정도 완료되었다. 침대밑에 숨겨놨던 10개가 넘는 슈퍼히어로 코스츔을 비교하면서 하나씩 탈락시키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나만이 남았다. 안나의 슈퍼 히로인(우연히 언니랑 닮았을 뿐이야!)은 날씬한 흰색 트라우저(trousers)에 힐을 신었고, 상의로는 가슴골이 그대로 보이는 흰색 민소매 탱크탑을 입었다. 등에는 거의 투명하다시피 한 케이프(cape)를 걸쳤고, 기다란 백금발은 바람에 자유로이 나부끼고 있었다. 순백의 얼음이 그녀의 손바닥에서 날아가고, 푸른 눈은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안나는 언니에게 이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 미칠 정도였지만, 대체 언니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그림을 보여주는 대신, 자신을 투영해서 그린 사이드킥 안나의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고작 세 장만 그렸던 사이드킥 안나의 그림 중 한 장을 선택하는 건 훨씬 쉬웠고, 가장 최근에 그렸던 그림을 집어들었다. 니하이 삭스(knee-high socks)와 검은 반바지에, 눈송이 심볼이 그려진 초록색 셔츠를 입은 작은 빨강머리.



안나는 이 캐릭터를 토대로 적당한 장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한스 생각은 안 떠오르겠지.




--------------------




엘사가 최근의 나날들에 고민하고 있을 때 라푼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녕, 엘사. 잘 지내고 있어? 너 이번주 내내 이상했는데 말야."



"안녕. 글쎄, 좀 나쁜 일들이 있었거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고작 15살 짜리 애를 때려팼다니.



"그래서, 기분은 좀 괜찮아 졌어? 질투가 좀 줄어들었다던가?"



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라푼젤한테는 전부 말해야겠지.



"안나는 한스랑 헤어졌어. 줄여서 말하면, 나랑 안나가 같이 있을 때 한스가 바람을 피는 걸 봤어. 그래서 내가 화가 너무 나서 걔를 때렸어.... 좀 심하게."



라푼젤은 몇 초간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지를 못 했다.



"음,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는데. 네 기분은 어때?"



"잘 모르겠어, 아니, 잘 아는건가? 난 행복해. 동시에 두렵고."



"행복해? 이젠 더 이상 질투할 필요가 없으니까?"



"맞아... 이게 얼마나 끔찍한 건진 잘 알고 있어. 안나는 슬퍼하고 있잖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가 그런 얼간이라니. 화가 나서 미치는 줄 알았어."



"그런데도 넌 행복하지?"



"응... 안나는 다시 싱글이니까. 더이상 안나가 다른 누군가와 키스를 하는 것도, 다른 누군가와 행복해지는 것도 상상하지 않아도 되니까. 난 정말 끔찍한 인간이야,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안나는 매일밤 내 품안에서 잠들고, 늦은 아침까지 그대로 있어."



"우리가 전에 했던 대화 기억하고 있어? 껴안는 거, 이마에 키스하는 것 까지는... 평범한 자매들은 하지 않지만 사실 그리 나쁜 것도 아니겠지. 그래도 말야, 껴안은 채 밤새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자는 건...."



"알고있어, 라푼젤. 다시는 이러지 않을거야. 안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지금 혼자 놔둘 순 없잖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인에게 배신당했고, 같이 경찰서에 끌려갔고, 심지어 앞으로 고소당할지 아닐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후... 제발 그렇게 되질 않길 바래, 그 녀석은 맞아도 쌌으니까 말야. 그냥, 제발 조심해, 알겠지? 혹시라도 이번 여름에 아렌델을 떠난다는 계획을 멈출 생각은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잘 자제시키고 있는지 상상도 못 할거야, 더 이상의 부적절한 행동은 없을거고. 내가 안나에게 끔찍할 기분을 느끼게 할 리 없잖아."



"글쎄, 내 생각엔 안나는 좋아할 것 같은데 말야. 그래도, 네 말이 맞아. 여동생이랑 사귄다는 건.... 제정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아무리 너희 둘이 잘 어울린다고 해도 말야."



"더이상 안나에게 내 감정을 들킬만한 위험을 감수할 순 없어.... 더이상 안나의 순수함을 이용해서도 안 되고."



"예전에도 말했듯이 그 점은 너무 걱정하지 마. 걔는 네 생각처럼 순진하진 않다니까? 그래도 뭐, 그 말 대로 더이상의 행동은 멈춰야 하긴 해. 그게 네 계획에도 더 좋을 거고."



"그래... 사실, 오늘 아침에 안나가 눈을 떴을 때도 얼마나 키스를 하고싶었는지 몰라. 이마를 말하는게 아냐. 안나는 너무 귀엽고, 내 품에 안겨있을 때 얼마나 편안해지는 지 놀라울 정도거든." 이건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주제고, 더더욱 남에게는 말해서도 안 되는 주제였지만, 누군가에게 터러놓는 것 만으로도 엘사의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라푼젤은 그저 핸드폰 건너편에서 키득대며 웃고 있었다. "너 진짜 바보같아 보여."



"넌 어떤데? 남자친구랑은 아무 문제도 없나봐?" 아직도 플린과 라푼젤이 사귀고 있다니, 엘사는 믿을수가 없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도, 라푼젤은 벌써부터 삶의 동반자를 찾은걸까?



"나랑 플린의 사이는 완벽하지! 네가 한스를 때려눕혔다는 거, 플린한테 말해도 돼? 걘 놀라서 턱이 빠져버릴걸?"



"글쎄, 그런 식으로 말하다 보면 내 진짜 비밀도 어쩌다가 새어나올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맞아, 당연히 동네방네에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겠지! 아참, 그건 그렇고... 그 때 클럽에서 만났던 섹시한 여자애한테는 전화하는게 좋지 않을까? 물론 이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걔도 네 전화를 받는 건 포기했을 것 같지만, 아마 여전히 걘 싱글일 거야. 아니면 적어도 클럽으로 돌아가서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괜찮을 거고."



엘사는 잠깐 생각해보았다. 별로 아무도 사귀고 싶은 사람은 없는데. 아니지, 거의 아무도. 확실히 누군가와 사귀게된다면 안나를 향한 감정이 수그러들지도 몰랐다. 하지만 저번에 시도해봤을 때는 잘 풀리지 않았다.



"아냐,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사귄다는 건 옳지 못 해. 그렇게 하면 한스보다 나을 게 없잖아? 그냥 9월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어."



"알았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건 그렇고, 다음주에 체육관 갈 계획 있어?"



"글쎄... 난 겨울방학까지 외출 금지 상태거든. 그래서, 혹시 가고 싶으면 혼자 가야 할 거야. 미안해."



"젠장... 그럼 너희 집에 놀러가는 건 괜찮아?"



"부모님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긴 한데... 아마 괜찮을 거야." 어찌됐건, 부모님은 그렇게 많이 화난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좋아, 그러면 너희 집에 가서 공주님도 만나지 뭐. 내일 봐! 그리고 항상 조심해, 공주님이 자고 있을 때 너무 발정나면 화장실로 가면 되는 거 알지?"



엘사는 몸을 크게 떨었다. "그런 말 그만두라고 했지! 전혀 안 웃기다니까!"



"글쎄, 너 혼자서 우울하게 보내는 것 보다는 이렇게 웃는 게 더 낫지 않아?"



"하... 내일 봐. 도와줘서 고마워."



엘사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 현재의 상황에대해 생각했다. 더이상 안나와 가까워 지면 안 돼,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말야. 그녀는 여동생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 한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많은 부적절한 행동을 해왔다. 여지껏 아무런 생각도 없이 했던 행동들조차, 타인의 눈으로 볼 때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죄책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가슴에 닿는 안나의 숨결에 몸이 얼마나 떨렸던지... 몸 전체로 음습한 열기가 퍼져나가는 걸 느끼면서, 엘사는 생각을 흩어버리기 위해서 빠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해.



엘사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신문을 읽고 있는 아버지와 만났다.



"저기, 아빠. 저 외출금지인 건 알지만... 조깅을 다녀와도 될까요?" 아버지는 망설이는 듯 보였다. 하긴, 조깅을 하는 내 진짜 목적이 뭔지 아빠는 절대 모를거니까 말야.



"아빠도 같이 달리면 되잖아요. 사실 최근에 살이 좀 찐 것 같진 않아요? 아빠도 운동을 하면 훨씬 건강해질 거예요." 아버지의 얼굴에 부루퉁해 지자 엘사는 깔깔대며 웃었다.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당장 나가자.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보여줘야겠구나."



"오, 제발 꼭 보고싶네요. 그럼 바로 준비하고 올게요!" 엘사는 기뻤다. 사실, 아버지와 함께 뭔가를 할 기회는 적었기에 일석이조의 상황이었다.



엘사는 엄마가 씻어둔 스포츠 브라를 손에쥐고 위층으로 뛰어올라간 후 빠르게 옷을 집어던졌다. 그 다음 몸에 달라붙는 흰색 셔츠와 두꺼운 레깅스로 갈아입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도 벌써 옷을 갈아입은 후였다.



"밖은 춥단다. 자켓이라도 입는 게 낫지 않겠니?"



"괜찮아요, 달리다보면 금방 따뜻해질 거예요. 혹시 금새 지쳐서 중간중간에 멈출 생각은 아니죠?"



"하, 이 꼬맹이가!" 아버지는 한껏 미소짓고 있었다. "겨우 한달 반 운동을 했을 뿐인 주제에 이 아버지를 이겨먹으려고? 어림도 없지!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거다!" 아버지가 잽싸게 밖으로 달려나가자 엘사도 깔깔대며 그 뒤를 쫓았다.



아버지는 엘사의 앞에서 달리려고 노력하며 처음부터 속도를 냈고 엘사 역시 힘차게 달렸지만, 얼마 지나지도 앉아서 둘은 속도를 늦췄다.



옆집 앞에서 근처에 있는 공원까지 두 바뀌를 달린 후, 둘은 숨을 고르기 위해서 멈춰서야 했다. 차가운 공기가 허파를 통과할 때 마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엘사는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심장이 거칠게 뛰고 다리가 아팠지만, 훨씬 나쁜 상태의 아버지를 보자 엘사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아버지는 나무에 기댄 채 손을 배에 올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 아마.... 넌 나보다... 더 괜찮아 보이는구나..."



엘사는 웃으면서 아버지를 벤치로 안내했다. "잠깐 여기서 쉬어요."



둘이 벤치에 앉아서 쉬자 금새 호흡이 돌아왔다. "자주 이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사실,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적었잖니, 엘사. 너도 언젠가 집을 떠나게 되면 더이상 이럴 기회도 없을 것 같고."



딸은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요, 저도 아빠랑 이러니까 좋아요."



"엘사, 너도 알겠지만... 어젯밤 네 엄마 앞에서 말할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난 네가 자랑스럽단다. 그 멍청한 꼬맹이는 너한테 얻어맞을 만 했어." 엘사는 미소 지었다. 여지껏 아버지는 그런 식으로 말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상대와 맞서싸울 수 있다니, 자랑스러워. 안나에겐 네가 필요하고, 너 역시 안나가 필요하단다."



엘사는 그저 기뻤다. 아버지가 자신을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는 게 기뻤다. 자신을 했던 일을 긍정해 주는게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아버지는 사건의 이면을 모른다.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모른다. 그래서는 안 될 방식으로 여동생을 사랑하는 언니가 한 행동이라는걸 모르는 아버지에게, 그래도 뭔가를 말해야 했다.



"아빠?"



"응?"



"나 여자애들이 좋아요."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딸은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 몇 분 정도 침묵이 이어지자 엘사는 걱정스러워졌다. 아빠한테 말하는 건 너무 일렀나? 어찌됐건, 아직까진 다른 여자랑 사귈 계획은 없었고, 숨기려고 하면 앞으로 한참동안은 더 숨길 수 있었으니까.



아빠는 지금 너무 생각이 많아서 대답을 못 하는 걸꺼야. 사위 두 명을 맞이하는 건 글렀다던가, 친구나 직장동료들에게 딸자랑 하기는 힘들어졌다던가, 아, 손자를 보는 것도 안 되겠네. 뭐, 그래도 안나가 있잖아? 물론 엘사는 안나가 다른 누군가와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아니면 아빠가 나에게 지금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을 하고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아버지의 입이 열리나 싶었더니, 다시 한 번 닫혔다. "제발요, 아빠. 뭐라도 말해줘요."



"미안하구나... 생각이... 좀 많아서. 뭔가를 말해야 하긴 할텐데... 커밍아웃을 할 순간으로는 아주 적절했어." 아버지는 미소지었다. "아빠와 딸이 사이좋게 달리는 순간인가..."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괜찮단다, 엘사." 그는 딸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굳게 끌어안았다. "혹시 지금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도 있니? 혹시 소개시켜줄 사람이라도? 그러면 정말 기쁠거란다."



엘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난... 난 그냥 더이상 비밀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뿐이예요.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이 딱 이야기 하기 좋은 상황이기도 했구요."



"비밀을 털어놔줘서 고맙단다. 얼마나 오래 숨기고 있었니?"



"사실,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어요. 지금까지 다른 남자애들한테 매력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얼마 전이 되서야 그 이유를 알았어요." 왜냐면 내가 여동생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으니까? 아니면 클럽에 가서 다른 여자애와 끈적하게 붙어있을 때 좋았으니까? 엘사는 어느쪽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어느쪽이건 간에 자신을 설명할 단어로 "레즈비언"이 적절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단어는 세상과 가족들에게 자신을 설명해도 문제는 없었다.



"네 엄마나 안나도 잘 받아들일거란다, 걱정하지 마렴."



"사실... 안나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렇지, 너희 둘은 언제나 친했으니까 예상했어야 했는데." 아버지는 키득거렸다. "너희 둘은 언제나 서로에게 비밀을 다 털어놨잖니." 하나만 빼고요...



"엄마한테 말하는 것 말인데요... 혹시 비밀을 지켜주실 수 있어요? 나중에 내가 말할게요."



아그나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엄마한테 숨기기엔 너무 큰 비밀인데 말이다. 한 번 해 보마,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려선 안 돼."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이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었던 작은 무게추가 사라쳤다.



"그래서... 집에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집안일 하기 어때요?" 엘사는 아버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집으로 달려갔다. 파도치던 엘사의 마음은 이미 잔잔해져 있었다.



--------------


번역은 매일마다 한 챕터씩,


수, 목요일은 세 챕터씩 번역하는게 목표.



오타나 오역 발견하면 언제라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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