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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49화 - 용기사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22 11:21:01
조회 187 추천 1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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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 용기사



“………………….. ?”

지금까지 나온 반응들이 황당해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좌중에서 (특히 위즐튼과 남부 제도의 인사들 사이에서) 실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아니, 이번엔 아렌델 측에서도 당혹스러운 반응이 몇몇 터져나올 정도니.


그리고 이번엔 엘사마저도 입이 벌어졌다. 멜리사의 올케라고? 올케라면 동생의 아내인데……. ? 멜리사의 동생은 안나 혼자뿐인데? 내가? 안나와?


당황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안나 쪽을 바라보자…… 이쪽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엄지 척을 하고 있다! 알고 있었던 거야?!


멍한 얼굴로 다시 멜리사에게 시선을 향하자, 제 표정이 어지간히 재밌었는지 쿡쿡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무얼 그리 놀라나, 제독? 그대에겐 고마움과 미안함뿐이라, 나름 그대가 가장 원할 만한 걸 숙고해서 내린 선택이다. 부족한 동생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한다.”


되게 실례네, 언니! 엘사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 말라고!”


언니의 냉정한 평가에 불퉁대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엘사를 바라보는 안나. 오직 그 미소만이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상황에서 그녀의 마음에 와닿았다.


감히 바래도 되는 걸까? 애초에 고향과 나를 잃은 상태에서 시작해서, 오로지 한 목적을 위해 살아온 엘사였기에 해적임에도 초인적일 정도로 욕심이 없었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있는 것마저 모조리 잃고 헛되이 죽기 직전까지 가서일까…. 줄곧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비참한 최후를 피할 수 있다는 게, 단 하나 생겼던 욕심인 눈앞에 저 사랑스러운 여인과 일생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쉬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 때 -


그대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대의 동생이, 나의 동생이, 그리고 이 내가 말할 수 있다; 그대는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어라…… 우리들의 아우들 덕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듯이.”


“…………….!!”


다른 누구도 아닌 멜리사 여왕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 놀랄 수밖에 없는 엘사였다. 실제로 그녀의 말투 자체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오만한 카리스마로 꽉 차있었지만, 그 내용과 그녀를 향한 눈빛에는 실로 처음 보는 따뜻함이 깃들어있었다.


크크, 우리 언니도 사람 됐네, 저렇게 예쁜 말도 할 줄 알고. 나중에 한나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줘야겠어.”


허어, 신성한 재판장에서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하다니. 이 언니가 그 동안 동생의 교육적 지도에 소홀해져서 그런 걸까?”


사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엘사였으나…… 눈앞에서 왕실 자매가 저렇게 긴장감 없는 만담을 주고받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끼게 되지 않겠냐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던 그 때


…… 전쟁이다아아아아아아아앗!!!”


얼굴이 붉으락푸르락을 따질 게 아니라 아예 보랏빛이 된 위즐튼의 공작이 자리에서 뛰쳐나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자리한 다른 제국의 귀족들 또한 대노한 건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스만 빼고.


이런, 공작. 그렇게 전쟁이 하고 싶었으면 그냥 얘기하지 그랬나. 그간 내 앞에서 착한 척 하고 위선 떠느라 정말 고생 많았는데, 모조리 헛수고가 되지 않았나.”


제국과의 전쟁…….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 중 하나겠으나, 정작 공작의 선전포고를 들은 멜리사는 눈 하나 깜짝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해보란 듯이 대놓고 조롱조로 나오고 있었다.


, 이이…… 이런 짓을 하고 나서도 무사할 것 같으냐! 당장 두 제국의 무적 함대가 아렌델을 지도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것이다! 네놈들의 오만한 선택을 후회할 틈도 없이!”


무적 함대! 위즐튼과 남부 제도의 연합 함대를 일컫는 말로, 두 제국의 방대한 식민지에서 축적한 막대한 부를 유감없이 쏟아부은 결정체로, 전 세계에 흩어진 배를 모두 모으면 가히 1천 척은 된다고 하니 그 기세를 알 수 있다. 당연하지만 엘사 역시도 우월한 기술력을 보유한 상태에서도 무적 함대와 정면으로 붙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어찌됐건 이쪽은 고작 배 한 척 뿐이었으니까.


세상 그 어떤 군주도 공포에 떨게 만들 위협이었건만…… 어째서 멜리사도 안나도, 저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거지?


그거 참 잘됐군; 안 그래도 이 재판이 끝난 뒤에 그 잘난 무적 함대를 어떻게 수장시킬지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려던 참이었다. 그대들이 계속 이 자리에 있으면 기밀 누설이 될 테니, 이쯤에서 눈치껏 슬슬 사라져주는 것도 괜찮지.”


, 저 당최……!”


아예 게거품을 물 기세인 공작을 보며 진지하게 자기 손의 수갑이 아직 안 풀린 걸 한탄하는 엘사였지만, 그 직후 회장 입구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모든 걸 잊었다:


, 시끄럽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머리에 든 게 없는 사람은 뇌에 빈공간이 울려서 그렇게 소리가 큰 거야?”


뭐라고----?!”


또 침을 튀겨대며 냉소가 들린 쪽을 홱 돌아본 공작이었지만 거기서 홀에 들어오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충격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 한나! 벌써 다 풀어주고 왔네?”


…… 덕분에 폭탄 안 쓰고 합법적으로 가능했지만요.”


영문 모를 소리를 하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건…… 분명 아렌델에 놓고 온, 멜리사에 의하면 탈출했다던 한나였다. 게다가 그 뒤에는 언제 풀어줬는지 그녀의 선원들이 모두 이쪽을 향해 당당히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어서 와라, 수석 기술자; 이제 앞으로 함께 논의해야 할 일이 많지 않은가.”


한나가 들어오자마자, 엘사가 처음보는 실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하는 멜리사였다. 그걸 받는 한나의 표정도 부끄러워할지언정 싫은 눈치는 아니었고. ……. 진짜 안나의 말대로 그렇게 되었구나.


그쵸; 그래도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게 있잖아요.”


잔잔히 웃으면서 엘사 앞에 다가온 한나가, 어느 틈에 꺼낸 열쇠로 언니의 수갑을 가볍게 풀어주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동생에게 할 말이 산더미 같은 엘사였지만, 당장 입 밖으로 나오는 건 목이 메이는 한마디뿐이었다:


“…… 다녀왔어, 한나.”


“……. , 어서와, 언니.”


, 나도 언니랑 저런 감동적인 재회를 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할까? 다녀왔어, 멜리사 언니……”


으윽, 저리 안 가? 낯간지럽게.”


지금만큼은 뒤에서 콩트를 벌이는 왕족 자매들을 잠시 뒤로 하고, 오로지 동생과의 재회에만 집중하는 엘사. 이미 매티어스를 위시한 아렌델 병사들에게 내몰려 쫓겨나듯 떠나는 위즐튼 인사들의 고함조차 그녀에겐 단지 소음에 지나지 않았다…… 또다른 참을 수 없이 불쾌한 목소리가 옆에서 끼어들기 전에는.


후후, 설마 이런 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될 줄이야…… 당신들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절 즐겁게 하는군요.”


한스……”


아직도 저 가증스러운 미소를 유지하는 남부 제도의 왕자를 노려보는 엘사. 똑같이 계획이 어그러진 위즐튼의 공작이 추하게 울부짖으며 끌려나가는 과는 몹시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허세가 제법이군, 왕자여. 감히 아렌델의 여왕을 이용하려던 그 하찮은 모략이 박살난 시점에서 저 꼬리 만 개와 그대가 다를 게 없을 터다만?”


멜리사의 노골적인 조롱에도 한스의 미소는 오히려 깊어져만 갔다.


뭔가 착각하신 모양이군요. 그깟 계책 하나 망한 것 따위, 방금 당신들이 선전포고를 해줌으로서 가져온 희열의 발끝만큼도 미칠 수 없죠.”


“……. 뭐라는 거야?”


말뿐이 아니었는지 정말 황홀하기까지 한 표정을 짓는 한스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안나.


후후…… 다음 번에 만날 땐 전장이 되겠군요. 여러분들이 거기서 내지르는 비명과 절망, 공포…… 그 모든 것이 저의 유열이 되겠군요. 그런 당신들을 짓밟고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제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지는군요……”


듣기만 해도 끔찍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껄이며 제 발로 걸어나가는 한스의 뒤를 한동안 노려보는 엘사. 역시 저 사람은 어딘가 인간으로서 중요한 부분이 결락되어 있다……


무시해, 저런 녀석의 헛소리 따위…… 괜찮아? 고생 많이 했지……?”


불필요한 손님들이 모두 쫒겨나자마자, 엘사 곁으로 날아오다시피 한 안나가 울상이 된 얼굴로 수갑 자국이 선명한 그녀의 손목을 어루만졌다. 솔직히 그 감촉이 너무 좋아 팔자에도 없는 엄살을 피워볼까 잠깐 고민한 엘사였지만, 결국 솔직히 대답했다:


괜찮아요, 안나……. 좀 많이 혼란스러워서 그렇지. 좀 설명이 많이 필요할 것 같네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안나가 역시 자리에서 내려오던 멜리사를 바라보자, 살짝 민망한 표정과 함께 헛기침을 하는 젊은 여왕.


, 그렇겠지…… 상의 없이 이런 허접한 연극에 말려들게 해서 미안했다, 드레이크 제독. 이제 말마따나 해명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 작가의 변 -


소제목 '용기사'는 뭔가 있어보이지만, 그냥 여기서 엘사 성이 드레이크고 기사로 임명됐으니까 그냥 멋있어서 해봤습니다 ^^ 왜, 뭐, 엘사가 간지나면 됐지!

아무튼 멜리사의 용단 덕분에 간신히 우울해질뻔한 노답 전개에서 벗어났다! 만세! 이제 남은 건 위즐튼이랑 한스를 쳐부수는 일뿐인데...... 뭐 당연하지만 쉽지 않겠지. 그치만 엘사가 누구냐?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캐릭터를 직접 이식해줬는데 쉽게 발릴 리가 없잖아? 게다가 괜히 한나한테 공순이 캐릭터까지 준 것도 아니고..... 

아무튼 이제 전쟁에서 승리할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차례네. 별일 없으면 내일 오전에 또 올릴테니, 지금은 예고로 만족합시다.


- 50화 예고: 무엇도 잃지 않기 위하여 -



신하를 버리는 군주는 어리석은 군주지만, 그걸 후회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군주는 훨씬 어리석은 군주다.


...


“…… 우릴 믿어줘서 바꾼 선택, 꼭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요.”


...


…… 그럼 지금부터가 문제군요. 싸울 결의를 다진 건 좋습니다만, 이제 무슨 수로 제국의 무적 함대를 격파할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


“20…… 20쳑이면 충분합니다.”



신에게는 아직 20척의 배가 있...... 아니 이게 아닌데? ㅋㅋㅋ 암튼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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