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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55화 - 고요한 밤, 야릇한 밤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30 09:58:01
조회 233 추천 13 댓글 11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55화 - 고요한 밤, 야릇한 밤



아아, 봐버렸구나…… 하긴, 온몸을 흉하게 얼룩지고 있으니 모르는 게 이상하지만. 사실 아무리 지금까지 어두운 곳에서만 사랑을 나눴다고 해도, 이제서야 눈치챈 게 신기할 정도긴 했다. …… 그 정도로 안나가 격정적이었다는 증거겠지만.


수치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전사로 인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몸에 난 상처는 모두 전투에서 얻는 명예로운 상처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 생긴 흉터를 부끄러워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하지만 그 흉터들을 보는 안나의 슬픈 표정을 봤을 땐, 잠시나마 그 흉터들이 미워진 엘사였다.


이렇게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안타까운 말투와 함께 안나의 손길이 엘사의 흉터들을 쓸자 짜릿한 감각이 그녀의 전신을 휩쓸었다. 본래 흉터가 생긴 부위는 감각 세포들이 파괴되어 촉각을 제대로 느낄 수 없지만, 대신 그만큼 주변의 조직들이 민감해져버리는 것이다.


…… 그러는 안나가 할 말은 아니군요.”


쓴웃음을 지으며 안나의 어깨에 손을 뻗는 엘사. 그 손끝이 닿은 곳엔…… 이전에 자기 대신 검은 수염의 흉탄에 맞아 생긴 상처가 있었다. 그 위치상 자주 볼 일은 없지만, 어쩌다 옷 사이로 삐죽 나온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엘사의 가슴은 속절없이 옥죄어오곤 했지.


뭘 이 정도 가지고. 끽해야 오프숄더 드레스 못 입는 정도잖아요. 어차피 난 그런 옷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그게 문젠가요?”


자기 상처를 봤을 땐 그렇게 슬퍼하더니 정작 본인의 흉터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모습에 왠지 뾰로통해져서 한 소리 하는 엘사.


전혀; 엘사도 마찬가지죠. 몸에 상처 좀 난 게 뭐가 중요해? 아니, 오히려 그 상처 때문에 엘사가 그렇게 아름다운 건데.”


이럴 때만 또 달변가가 되가지고선……”


여전히 꽁해서 중얼거리는 엘사였지만, 마치 고양이처럼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올리고 부비적거리는 안나의 애교에 금새 녹아버렸다. 반칙이에요, 공주님……


, 이렇게 느끼니까 확실히 감촉이 좀 다르네요. 왜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지?”


그야 안나는 밤만 되면 사나워지니까요……”


자기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워 다시 얼굴이 새빨개진 채 중얼거리는 엘사.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몇 번의 키스를 건네던 안나의 눈이 반짝했다.


잠깐만 엎드려볼래요, 엘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리고 자기 위에서 내려오는 안나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아쉬워하면서 아무튼 순순히 몸을 뒤집어 배를 깔고 엎드리는 엘사. 잠시 뒤 돌아온 안나가 다시 엘사의 엉덩이 위에 올라타는 순간 유달리 큰 상처가 있는 그녀의 등판에 차가운 감각이 확 스며들었다.


앗 차거……!”


, 놀랐어요? 미안, 미안!”


안나의 사과와 함께 무언가 미끈한 감촉이 다시 한번 등을 적셨다. 이건…… 화장품 같은 건가?


이건 뭐죠, 안나….?”


, 엘사는 모를 수도 있겠구나. 젤이에요; 주로 귀부인들이 보습 용도로 많이 쓰이는데, 원래 흉터란 건 땀샘이 없어서 건조하잖아요? 그래서 마사지도 해줄 겸 발라주려고.”


다정한 말과 함께 천천히 엘사의 등을 중심으로 축축하지만 부드러운 감촉이 퍼져나갔다. 젤의 효능인지, 안나의 손길의 효과인지,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편안한 한숨과 함께 흐물흐물 늘어지기 시작하는 엘사.


좋다…… 뭔가 편안해지네요.”


벌써 그렇게 좋아요? 진짜 좋은 건 지금부턴데?”


어딘가 짓궂게 들리는 안나의 목소리에 일말의 불안을 느낀 엘사였지만, 이미 늦었다; 열심히 그녀의 등과 어깨, 목 위주로 젤을 발라주던 손이 엉덩이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히익……!”


예민한 부분인 허벅지 안쪽에 갑자기 들이찬 차가운 젤에 자기도 모르게 새된 소리를 내는 엘사. 그러거나 말거나 안나의 터치는 조금씩 과감해지고 있었다; 엘사의 엉덩이에, 허리에, 심지어는 엎드린 배 밑으로……


좀 간지럽죠? 그래도 시원하고 근육을 이완시켜주니까 조금만 참아요, 엘사.”


으우, 안나, 너무해요……”


자기 손길이 무슨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순수한 체 말하는 안나에게 투정부리듯 말하는 엘사. 물론 투정일 뿐이다; 그 모든 게 사랑에서 비롯되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부끄러운 걸! 야한 걸!


헤헤, 연인의 어리광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줘요…… 앞으론 이럴 여유도 별로 없을 테니까.”


알고 있다; 지금 잠시 시간을 희롱하며 현재를 즐기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제 곧 전쟁에 나서야 한다. 엘사야 제독으로서 이번 작전의 지휘권자로서 당연히 전선에 나서야 하고, 안나도 주변의 반대를 죄다 물리치고 박박 우겨서 그녀와 함께 전장에 서게 될 것이다.


물론 패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항상 만에 하나라는 게 있는 법. 만약 패배한다면…… 이렇게 서로를 탐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나…… 이런 어리광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안나의 나쁜 손에 된통 당하고 나서도 엎드린 상태로 웃으며 중얼거릴 수 있는 엘사였다.


그거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제일 좋은 부분이 남아있었는데.”


…………?”


조금 전의 아련함은 간데없이, 다시 짓궂어진 안나의 목소리와 함께 엘사의 시야에 그녀의 오른손이 들어왔다 펼쳐진 두 손가락에 젤이 잔뜩 묻어있는 채로.


헤헤, 이쯤되면 다음 순서는 뭔지 알죠, 엘사?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아앗….. , 잠깐만요, 안나……!”


자기도 모르게 패닉에 빠져 외치는 엘사. 안 그래도 색다른 감각에 쾌감이 위험 수위에서 넘실거리고 있는데, 저런 게 안으로 들어오면……!


아무래도 미끌거리니까 되게 잘 들어가지 않을까요? 시험해보고 싶어요, 엘사가 나를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는지…… 에잇!”


아니, 잠깐…… 아흐아-?!”


차가운 자극이 엘사의 안으로 들어옴과 동시에, 그녀의 뇌 속에서 푸른 빛의 불꽃놀이가 가득 펼쳐지고…..


….




그 뒤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다음 날 젤과 땀이 뒤섞여 흠뻑 젖어버린 시트를 가느라 파김치가 되버린 라푼젤에게 사과하다가 아침을 다 보내버렸다.


 

***

 


아무튼 그 날 밤, 아렌델 왕성의 사용인들은 무려 두 방에서 거의 동시에 흘러나오는 신음소리에 얼굴이 파래진 채로 도피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운명의 시간은 약속을 어기지 않고 기어이 찾아왔다.


 

***


 

회의장 안은 기가 약한 사람은 질식해버릴 정도로 짙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그 안을 채운 사람들의 위압감부터가 장난이 아닌데, 그들 모두가 전신에서 어두운 오오라를 뿜어대고 있으니 당연하지.


그들 모두가 이 날이 오리라는 걸 알았으지만 바랬던 것 또한 결코 아니다; 그 무엇도 헛되이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한 선택이었지만, 고통스러운 길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으니까.


“…… 모두 알라딘의 보고는 들었겠죠.”


무겁게 입을 연 엘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멜리사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위즐튼과 남부 제도의 함대가 출정을 개시했다.”

 


- 작가의 변 - 


사실 이번화는 소제목에 비해 내용이 너무 안 야했어..... ㅋㅋㅋㅋㅋ 잉챠씬은 역시 어렵다...... 여담이지만 결과적으로 네 자매 다 저날 밤은 종류는 다르지만 마사지로 보내버렸네. 나쥬미, 그런 쪽 취향이었던 건가.....


암튼 이제 한번 숨도 골랐으니까, 이제 진짜 전쟁을 시작할 타임이네...... 내일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예고는 봐야지?



- 56화 예고: 양면전선 - 



지금까지 충분히 사랑받으며 살았으니까, 이제 나도 내 백성들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줘.”


...


예상했던대로입니다; 위즐튼에서는 아렌델 본토를 향해 300여척을, 남부 제도에선 노덜드라 점령을 위해 100여척을 출병시켰습니다.”


...


“… 저 또한 제 능력의 한계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함대 대 함대 싸움에 있어서는 저보다 여왕님이나 매티어스 장군께서 훨씬 적임자겠죠.”


...


우리가 해적일 때도 항상 언니 곁에서 함께 싸워온 나야. 그런데 그 때보다 전력이 훨씬 강해진 지금 나더러 빠지라고?


...


아렌델은 제국의 탐욕을 위한 그 어떤 희생도 거부한다!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백성을, 사랑하는 이들을, 보란 듯이 전부 지켜낼 것이다!"



아무래도 회의씬이라 그런지 대사량이 많구만. 달려보자!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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