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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18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30 14: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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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눈앞의 전공 책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봤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선배랑 데이트하고 싶다. 선배랑 데이트하고 싶다. 선배랑 데이트하고 싶다. 선배랑 데이트하고 싶다. 선배랑 데이트하고 싶다아아아!!!




안나는 한숨을 쉬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자신과는 달리 옆자리에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엘사가 보였다. 예쁘다. 하루종일 선배 얼굴만 쳐다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치, 선배는 책이 눈에 들어오나. 옆에 내가 있는데. 안나는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엘사를 만지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 지나가던 후배들이 간간이 엘사에게 인사를 건네 올 때면,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미소로 그것을 받아주는 엘사를 보고는 불타는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다. 확실히, 엘사는 안나를 만나고나서 변했다. 한층 부드러워진 성질머리 덕분에 추종자들도 더러 생겨버렸고, 안나는 이 사실을 뿌듯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마땅해 했다. 저 표정과 미소는 나만이 볼 수 있는 특별한 거였는데! 유치한 소유욕이 들끓었다. 안나는 잡생각들을 뒤로하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집중해보려 했지만, 도서관 안에 빵빵하게 틀어진 히터 때문에 잠만 쏟아질 뿐이었다.




두 사람이 멀쩡한 기숙사를 놔두고 이렇게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게 된 까닭은... 그날 이후, 그러니까, 사랑을 나눈 이후로 눈만 마주치면 붙어먹게 된 탓이었다. 칠칠찮은 안나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입으로 닦아주다가 한 번, 방금 막 씻고 나온 안나가 섹시해서 한 번, 굿나잇 키스를 하다가 달아올라서 한 번,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한 번. 엘사는 이러다 자신이 안나를 복상사시키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급기야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와 방문 앞에 붙어있던 옆방의 경고 포스트잇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은...




...이러한 연유로 엘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마침 시험 기간도 다가왔겠다, 도서관은 최적의 도피처였다. 물론 안나가 뽈뽈뽈 따라와서 이렇게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볼 때면 당장 외진 곳으로 끌고 가 확 덮쳐버리고픈 (성적)충동이 들었지만, 확실히 기숙사에 단둘이 있을 때보다는 충동을 억제하기가 수월했다.




안나는 잠을 깨울 요량으로 잠깐 바람을 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사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으려 홀로 열람실을 빠져나온 안나는 도서관 앞의 벤치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봤다. 차디찬 겨울바람이 뺨을 할퀴자 반사적으로 몸을 떨며 코를 훌쩍였다.




다음 주면 기말고사를 볼 테고, 시험을 치르고 나면 겨울 방학이 시작된다. 선배와 학교에서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나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방학 동안 선배와 무엇을 하며 지낼지 상상하는 일은 안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가도 좋고, 눈이 많이 내리는 북쪽으로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이다.




“무슨 생각해?”




“왁! 깜짝이야!”




안나는 제 볼에 느껴지는 뜨끈한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펄쩍 뛰었다. 엘사는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안나를 놀려대고, 안나는 툴툴대며 엘사가 앉을 수 있도록 제 옆자리를 내어준다.



“왜 추운데 밖에 나와 있어. 겉옷도 안 입구.”




엘사가 열람실에 두고 온 안나의 패딩과 캔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너무 졸려서 잠깐 잠 깨러 나왔죠.”




옆자리에 선배가 있어서 집중이 안 된다고는 절대 말 못 하지! 내가 집중이 안 된다고 해서 선배까지 방해할 수는 없으니까. 나야 재수강하면 되지만, 선배는 그럴 수도 없잖아?




“선배 생각도 하고.”




“내 생각?”




“네. 이제 우리 학교에서 같이 보낼 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그게 너무 아쉽고 서운해서...”




“...”




“그래도 선배 부럽다. 졸업이라니! 나도 빨리 졸업해서 돈 벌고 싶다. 공부 그만하고 싶다아-”




“안나,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거야.”




엘사가 꾸짖듯 말하자, 안나는 엘사를 흘겨보며 투덜댄다.




“또, 또! 잔소리. 꼰대 모드 나온다!”




“애인한테 꼰대가 뭐니 꼰대가.”




엘사가 안나의 코를 살짝 쥐고 흔들자, 안나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선배는 졸업하면 뭐 할 거예요? 예전에 큐레이터 하고 싶다고 했었죠?”




“으응, 그랬지.”




대답이 시원찮은 걸로 보아 엘사는 이 주제에 관해 더이상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아 보였다. 음... 내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선배도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텐데. 이를 기민하게 눈치챈 안나는 괜히 손안의 캔커피를 만지작거리다, 화제를 전환하고자 연기에 돌입했다.




“선배... 나 열나는 것 같아.”




“뭐? 어디 봐봐. 그러니까 옷 좀 챙겨입고 나오지! 얼른 들어가자. 아니, 기숙사 들어가서 쉬자 빨리.”




엘사가 안나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며 호들갑을 떨자, 안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폭소를 터뜨린다.




“푸하하, 뭐야, 선배 이거 몰라요? 엄청 유명한 캔커피 광고에서 나온 건데?”




“응?”




“심지어 그 광고, 우리 학교에서 찍은 거라구요! 바로 여기, 이 도서관 앞에서! 진짜~ 누가 문찐 아니랄까 봐!”




안나가 쉴새 없이 깐족거리자, 엘사는 이를 헤드락으로 응징한다. 까르르 까르르,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사이좋게 몸싸움을 하는 두 사람 사이를 메운다.




이 순간을 얼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두 사람은 동시에 생각했다.







*









“아~ 이제 하나 남았다!”




“진짜? 부럽다... 난 아직 세 개나 남았어.”




“불쌍한 중생이로다! 같이 카페나 갈까? 가서 쉬엄쉬엄 공부하자.”




“그럴까? 그럼 나 기숙사에서 책 챙겨서 갈게. 카페에서 보자!”




“오케이. 나도 어차피 자취방 들러야 해. 이따 봐~”




안나는 카산드라에게 짧게 손을 흔든 뒤, 빠른 걸음으로 기숙사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거의 슬라이딩하듯 방문 앞에 도달한 안나는, 평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한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다가 순간 번개에 맞은 듯 움찔거렸다.




1, 2, 2, 2......













............!!!!!!!!!!!!!!!!!




안나는 자신의 무심함에 자책하며 머리를 매우 쳤다. 아무리 시험 때문에 정신 없었다 해도 그렇지, 선배 생일을 잊고 있었다니!!!! 3일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까, 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해야 할까. 안나는 일단 허겁지겁 책을 챙겨 카산드라가 기다리고 있을 카페로 향했다.




“캐스!!!!!”




안나의 요란한 등장에 카산드라는 이어폰 한쪽을 빼며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또. 무슨 일이야? 시험 범위라도 잘못 안 거야?”




“으… 아니 그게 아니라… 선배 생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




“뭐? 선배 생일이 언제였는데?”




“다행히 아직 지나진 않았어. 3일 뒤야. 1222. 12월 22일. 난 진짜 최악이야… 어떻게 애인 생일을 잊을 수가 있지? 심지어 기숙사 방 비밀번호라고!”




“진정해. 그래도 아직 안 지난 게 어디야. 이제라도 준비하면 되지.”




“그래 맞아. 지금 이깟 시험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근데, 뭘 해줘야 하지? 아이디어가 아무것도 없어!!! 도와줘 캐스!!”




동기의 애원에 카산드라는 결국 책을 덮고 아이디어 회의에 동참하기로 한다. 뭘 해주면 좋을까? 아무래도 실용적인 게 좋지 않을까? 아니야. 선배는 귀여운 걸 좋아하니까 귀여운 인형은 어떨까?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10대도 아니고 인형 같은 건 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거다!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았다. 안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핸드폰 화면에 띄워진 쇼핑몰 창 스크롤을 하염없이 내렸다.




“안나, 너무 걱정하지 마. 시험 기간도 겹쳐버렸으니… 선배도 이해하겠지.”




카산드라의 위로 섞인 조언에도 안나는 초조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도… 첫 기념일이나 다름없는 건데 잘 해보고 싶단 말야.”




안나는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생일 같은 건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다고 했던 엘사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욱, 이번 생일은 성대하게는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기억에 남을 만한 생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긴. 이제 곧 떨어져서 지낼 테니…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도 이해 간다.”




“그러니까. 눈 뜨면서부터 감을 때 까지… 매일 보던 얼굴인데. 엄-청 허전할 것 같아…”




지금 안나에게 동물처럼 귀와 꼬리가 있었다면, 축 처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라고 카산드라는 생각했다.




“그래서… 선배는 어디로 유학 가는 거야? 언제 가?”




"유학?”




안나는 듣도 보도 못한 소리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유학? 유학이라니? 무슨 소리야?




“…아…”




카산드라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진실을 알려줘야 했다. 안나는 충분히 알 권리가 있었으니까.




“그… 저번에 과사에서 서류 정리하다가 봤어. 선배 유학 준비하는 것 같더라고. 넌 이미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




…안나! 안나는 카산드라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카페를 나섰다.









*









그날 저녁, 엘사는 지친 몸을 이끌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오늘로써 시험이 모두 끝났으니, 자신의 4년간의 대학 생활도 이걸로 모두 끝난 셈이었다. 하지만 안나는 아직 시험이 남았으니, 앞으로 남은 3일 동안은 안나의 내조를 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엘사는 가벼운 마음으로 기숙사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마자 깔끔하게 정리정돈된 안나의 침대와 책상을 보자 묘한 위화감이 들었지만, 곧 퇴실 해야 하니 미리 정리를 해둔 것일 거라고 생각하며 안나의 귀가를 기다렸다.



하지만 안나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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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ORvMNwx1Rl0

호옥시 모르는 쥬미들 있을까 봐서... 안나가 따라한 커피 광고는 요거ㅋㅋ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설줌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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