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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58화 - 빗속의 포성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05 11:09:56
조회 191 추천 17 댓글 11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58화 - 빗속의 포성



북쪽 바다들은 대체로 차갑고 험난하기로 악명이 높다; 뭇 뱃사람들 사이에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어둠의 바다를 제쳐두더라도, 아렌델의 배들이 자주 다니는 바다 중 험난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아렌델의 군함들만큼은 위즐튼이나 남부 제도의 함선들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 견고하고 무겁게 건조되었다.


함선이 크고 무겁다는 건 육탄전에 능해지는 건 물론이고 그만큼 화포를 많이 실을 수 있다는 뜻이라 전투에서 큰 이점이 되지만, 대신 속도가 느려진다는 단점이 멜리사의 신경을 크게 건드렸다. 때문에 아렌델의 함대가 노덜드라를 에워싼 안개의 바다 근방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어떻게든 늦지 않았군……. 적들이 접근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는가?”


마치 장벽처럼 일대를 에워싼 안개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멜리사가 옅은 한숨과 함께 물었다.


예상대로라면 아직 사흘 정도 시간이 있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왕자의 일입니다. 경계를 늦출 수 없죠.”


담담한 매티어스의 말에 다시 안개의 벽을 노려보는 멜리사. 생각보다 많이 시간이 지체되었다. 기왕이면 전투 이전에 자신이 직접 이 일대의 지리를 직접 돌아보고 싶었는데…….. 저 놈의 안개 때문에 금방 하기는 어렵겠군.


“…… 필요하시다면 제가 직접 인도해 드릴 수 있어요.”


아니, 시간이 촉박하다면 굳이 필요 없다; 어차피 이곳의 지리는 네가 모조리 꿰고 있지 않으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제안하는 한나에게 엷게 미소지으며 완곡히 거절하는 한나. 물론 다른 사람들도 지리를 숙지하고 있으면 작전 수행에 훨씬 용이하겠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긴 하다. 또한 몸도 약한 한나를 필요 이상으로 혹사시키고 싶지 않다는 사감도 약간 작용했고.


, 물론 한나가 그 사심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았지만.


“…… 그러지 말고 같이 가요, 여왕님. 저와 있으면 하루면 탐색을 끝낼 수 있고, 어차피 저도 노덜드라에 들러서, …… 부모님께 소식을 전해야죠.”


분명 한 달 전에 사절 자격으로 노덜드라에 갔다왔다는 걸 뻔히 아는 멜리사인데 그게 주 목적일리 없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아마 자기 사정을 구실 삼아 지역 탐색을 도와주겠다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어필을 한 거겠지. 저렇게 기특한 짓은 어디서 배워온 건지, .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부탁하마.”


, 여왕님!”


못 이기는 체 그렇게 말하자, 뭐가 그리 좋은지 활짝 웃어보이는 한나. 평소엔 정말 보기 힘든 미소라 보기만 해도 절로 심장이 조여온다…… 참자, 여긴 전장이다.


살다살다 안개의 바다를 항해하는 날이 올 줄이야……”


어딘가 복잡하면서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안개의 벽을 바라보는 매티어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애초에 뿌리가 수병 출신이었지. 역시 뱃사람만 느끼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꼼꼼히 살피세요…… 함정을 파야하는 입장인만큼, 적들보다 지리의 파악에 있어선 월등해야 하니까.”


주변 병사들에게 당부하는 한나를 기특하게 쳐다보던 멜리사가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


네 말대로 노덜드라 사람들도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그리고 나 또한 네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날을 기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 으으……”


미래의 처가를 만나겠다는 자신보다 오히려 더 긴장한 듯한 한나를 보며 아픈 광대를 진정시키느라 한동안 더 혼이 나야 했던 멜리사였다.


 

***

 


그렇게 노덜드라에서 전선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한편 위즐튼의 300척 함대는 순조롭게 아렌델 영해에 침범해 본토를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것은 대장선 크로스보우’…… 수많은 나라들의 깃발을 꺾고 그 위에 위즐튼의 국기를 세운 선봉대의 위대한 기함이었다.


공작님……. 굳이 비가 오는 날을 공격 일시로 선택한 게 좋은 일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전장에 선다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다; 당장 프랜시스 부관부터가 꽤 굳은 목소리로 묻고 있지 않은가. 물론 형식상 사령관일 뿐 본래 무장도 뱃사람도 아닌 공작과는 크게 상관없는 얘기였지만.


물론이지! 아렌델의 약아빠진 놈들은 분명 엘사 드레이크의 화포 기술을 흡수했을 거야. , 그걸 무력화시키기 위해선 화약이 젖어 효용이 급감하는 비오는 날을 노리는 게 유리해! 상식적인 얘기 아닌가!”


열심히 침을 튀기며 설파하는 공작이었지만, 정론이었기 때문에 프랜시스도 에릭도 반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엘사 드레이크가 수도 없이 제국군을 엿먹인 비결이 우월한 화포 기술임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그 장점이 퇴색되었을 때를 노리는 게 상책이다. 물론 이쪽의 화약도 쓰기 어렵게 되겠지만, 어차피 화포를 배제하고 육탄전으로 가게 되면 물량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는 그들이 절대 질 수가 없다.


거기다 시기 또한 적절하다; 해류를 타고 이동 중이니까, 파죽지세로 피오르드 안으로 쇄도해 방해하는 적선들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에릭의 말대로, 비와 함께 거칠어진 바다의 급물살을 타고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300척의 대함대였다. 이 정도 속도라면 웬만한 적선들은 돌진해 부숴버릴 수 있고, 설령 함포 사격이 가능하더라도 잘 맞지 않을 정도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장군! 저 앞에 피오르드가 보입니다. 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저 앞에서 정찰 나갔다가 돌아온 척후선의 신호를 본 선봉 쪽에서 크게 외쳤다. 과연, 흐린 하늘을 뚫고 저 멀리서 아렌델의 웅장한 피오르드가 마치 지날 수 있으면 지나보라는 듯이 지평선 너머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당연히 이쪽에서 보이면 저쪽에서도 보이는 게 인지상정. 오래 지나지 않아 적습을 나타내는 뿔피리 소리가 멀리서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 아렌델 놈들, 우리가 이렇게 빨리 당도할 줄 몰랐겠지! 더구나 해류를 탄 지금은 더더욱 빠르고 말이야!”


우르자 항구 기습으로 인해 적들도 전쟁을 준비할 시간을 엄청나게 벌었다는 건 이미 공작의 머릿속에선 잊힌 지 오래였다; 어차피 이번에 이기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으니까.


, 이대로 물살을 타고 돌진한다! 제일 먼저 피오르드를 돌파하는 놈들에겐 보너스가 있을 것이다!”


에릭의 우렁찬 외침에 곳곳에서 신난 함성이 터져나오는 순간 그 말을 비웃듯이, 저번 우르자 항구에서 악몽으로 남은 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쳤다:


퍼엉


무슨……?!”


트라우마를 자극당해 경악하며 외친 공작의 시야에 들어온 건 가장 선봉에 있는 배를 향해 정확히 날아드는 한 발의 포탄이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 날씨에 이 정도 거리까지 포를-?!”


콰아아아아앙-!!!!!!!!


프랜시스의 비명은 그대로 앞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묻혀버렸다; 지난번의 기습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건지, 이번에도 어김없이 착탄하자마자 폭발하는 악마의 포탄을 사용한 것이다.


콰앙


, 나름 대비한다고 해안포를……!”


공작이 이를 가는 와중에도 함대 곳곳으로 작열탄이 떨어지기 시작헀다. 저 말도 안되는 사거리도 사거리지만, 아무래도 육지에서 쏘는 것이다보니 함포에 비해 정밀도가 훨씬 뛰어나고, 무엇보다 함대의 규모가 워낙에 커서 어디로 날아가든 그 곳에 배가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건 거꾸로 말하면 어중간한 숫자로는 몇 대 줄여봤자 티도 안나는 대함대라는 말이지만.


, 저 정도 화력으로 이 대선단을 전부 저지할 수 있을까보냐! 이대로 돌파한다!”


에릭의 고함과 함께 오히려 더 속도를 내어 전진하는 위즐튼의 군함들. 어차피 피오르드에 일단 진입하기만 한다면 해안포의 타격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콰앙


미친 듯이 파도를 타고 돌격하는 군함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포탄들.


제국의, 아렌델의, 나아가 세계의 판도를 뒤흔들 대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작가의 변 - 


궬백.... 너네는 전쟁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꽁냥대는구나 ㅋㅋㅋㅋ


이제 본격적으로 전쟁 시작이네.... 그 스타트는 당연히 위즐튼이 끊어야지! 나름 제딴에는 머리 굴린다고 화약이 젖어서 쓰기 어려운 비오는 날에 공격하는 걸 택했지만...... 사실 포격전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이전의 시기라 나올 수 있는 빡대가리같은 발상이지. 상식적으로 맑은 날에만 전쟁할 것도 아닌데 습기에서 화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정도는 기본적으로 강구하지 않겠어? 본격 똥별 머리가 나쁘면 병사들 몸이 고생하는 전형적인 병신군대..... 흑흑


다음화에선 노덜드라 전선에서도 붙을 거야! 당연히 한스 vs 멜리사&한나의 구도가 되겠네! 내일 올릴 거니까 우선 예고를 보자!



- 59화 예고: 창과 검의 싸움 - 



역시 한나야, 화약통을 방수처리하니 이 빗속에서도 이렇게 포를 뻥뻥 쏴대지……”


...


분투하라! 이것은 우리들의 고향을, 우리를 의지하는 시민들을, 그리고 우리에게 자유를 제시하신 왕가를 위한 싸움이다!”


...


적의 대장선이 나옵니다…… ‘프로즌 소드’!”


...


너같이 허영심 가득한 부류는 언제나 타인의 인정을 뒤쫓으니까 말이다.


...


그나저나 어리석군요. 당신들의 강점은 우월한 화포일텐데, 우리가 이렇게까지 접근하게 둬도 되는 겁니까?”



이전에 말했다시피 한스의 기함은 '프로즌 소드'.... 아렌의 창과 맞붙으니까 진짜 '창'과 '검'의 싸움이네 ㅋㅋㅋ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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