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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20(完)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06 17:08:09
조회 987 추천 44 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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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60800&_rk=Hc2&exception_mode=recommend&page=1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된 졸업생들. 그리고 제각각의 방식으로 그들을 격려하는 가족, 친지들. 그 군중들 속에서 안나는 썩은 동태눈깔을 한 채로 멍하니 서 있다. 겨울과 봄 사이, 시작과 끝을 동시에 담고 있는 이 계절이 졸업식에 퍽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 따위를 하면서.




카산드라의 성화에 못 이겨서, 그리고 더이상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졸업식에 참여하긴 했지만, 굳게 먹은 마음과는 달리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물밀듯 밀려오는 엘사와의 추억에 안나는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엘사와 자주 갔던 학교 정문 앞 샌드위치 가게, 술 취한 엘사를 제 무릎에 뉘어 쉬게 했던 벤치,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도서관, 축제의 추억이 담긴 학생회관,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기숙사까지. 어느 곳 하나 엘사와의 추억이 담겨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모두가 들떠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방인처럼 홀로 우두커니 서 있던 안나는, 저 멀리 자신과 같이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학사모를 쓰고 꽃다발을 손에 들고 있는 걸로 보아 졸업생인 듯했다. 그 인영이 점점 가까워지며 정체를 드러내자, 안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그리곤 그대로 뒤를 돌아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안나!!!! 뒤에서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계속해서 달렸다. 하지만 자신의 뒤를 쫓는 목소리도 당최 멀어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추격자는 들고 있던 꽃다발과 학사모까지 내던지며 끈질기게 안나를 뒤쫓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안나는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말았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미친 듯이 달리다 보니 학교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기숙사 앞이었다. 헉, 허억, 안나는 허리를 굽혀 무릎을 부여잡고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켰다. 뒤를 홱 돌아보자 자신을 쫓던 이도 후들거리는 다리로 비틀거리며 터질듯한 숨을 내뱉고 있었다.




“헉, 허억… 홰… 왜헤… 따라와효오…!”




“학, 하악, 그, 러는 넌… 왜헤… 도망가는… 데헤엑…!”




콜록, 콜록! 갑작스레 폐에 숨이 들어찬 탓에 불편한 듯 기침을 내뱉자, 안나는 반사적으로 가까이 가려 발걸음을 뗐지만, 이내 곧 멈칫하며 다시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으… 흐으, 잠..깐! 도망, 가지, 마하…!”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애원하듯 비는 통에 마음이 약해진 안나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어라…? 이게 효과가 있네…? 이를 기민하게 눈치챈 추격자는 땀에 젖은 백금발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돌연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가득 찬 신음을 흘렸다.




“흐… 끄으… 히끅!”




“서, 선배!”




갑자기 몸을 떨어대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모습에 화들짝 놀란 안나는, 재빨리 엘사에게 다가갔다. 엘사는 이를 놓칠세라 몸을 던져 안나의 몸 위로 올라탔고, 두 사람은 보기 좋게 건조한 풀밭 위를 뒹굴었다.




“왁!!!”




“흐, 흐흐… 잡았다!!”




엘사가 무서운 표정으로 안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깊고 너른 바다를 담은 두 눈을 마주한 안나는 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엘사의 구속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거 놔요…!”




“안돼. 또 어딜 도망가려고? 절대 못 놔줘.”




단호하게 말하는 엘사의 한 손이 자신의 얼굴로 향하는 것을 느낀 안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한 달이 넘도록 잠수를 탔으니 뺨을 얻어맞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 뺨에 느껴진 것은 찢어지는 고통이 아닌 부드럽게 쓰다듬는 감촉이었다.




“…머리, 많이 길었네.”




뺨을 어루만지던 손이 어느덧 쇄골 근처까지 자란 안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안나가 어리둥절해 하며 슬며시 눈을 뜨자, 금방에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푸른 눈동자가 보였다.




“너, 너… 진짜 미워.”




투둑, 투두둑, 푸른 하늘을 닮은 눈에서 쏟아져 나온 빗방울이 안나의 뺨위로 떨어졌다. 안나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엘사의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런 사람이… 연락 한 번을 안 해요? 연락은 내가 폰을 꺼놨으니 그렇다 쳐도, 찾아와보지도 않구?”




“…”




“그래서 벌써 떠났을 줄 알았어요.”




…유학. 안나가 이 단어는 언급조차 하기 싫다는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읊조렸다.




“미안해, 사정이 있었어…”




“네, 있으셨겠죠. 애인한테도 말 못 할 사정이.”




찰싹! 안나가 비아냥대자, 엘사는 강하지 않게 안나의 뺨을 내리쳤다. 으, 아야! 그리 아프진 않았지만 놀란 안나가 소리를 지르자, 엘사는 엄살 부리지 말라는 듯 안나의 이마에 꿀밤을 먹인다.




“…왜 유학 간다고 말 안 했어요?”




안나가 이마를 문지르며 칭얼대자, 엘사는 피식 웃으며 살짝 붉어진 안나의 뺨을 쓸었다.




“그야… 널 떠날 마음이 없었으니까.”




순간 엘사의 말을 해석할 수 없었던 안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유학, 어차피 안 가려고 했다구.”




“…….? 그치만, 캐스가 분명 과사에서 선배 유학 관련 서류를 봤다고…”




“가려고 했었지. 원래는.”




엘사가 졸업과 동시에 유학을 결정한 이유는, 이 지긋지긋한 고향 땅과 부모님을 떠나면 구질구질한 자신의 삶과도 이별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 까닭이었다. 그 계획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인내하며 살아가던 엘사의 삶에 찾아온 안나는 한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였고, 그런 안나를 제 손으로 놓쳐버릴 만큼 엘사는 바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도망 갈 필요가 없어졌거든.”




엘사에게 유학이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처였다면, 안나는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힘 그 자체였으니까.




안나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엘사를 바라보자, 엘사는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여러모로 바빴어. 부모님을 설득시켜야 했거든. 유학을 접고 대학원에 가겠다는 말에 거품을 무시더라고.”




“대, 대학원?”




“그래. 대학원.”




“우, 우리 학교 대학원?”




“그래.”




상상도 못했던 엘사의 대답에 안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동시에, 자신의 지난 행동들이 너무나도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




…안나, 네 마음만 변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이번엔 안나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자신이 해야 할 말이었다. 약 한 달 반 동안 잠수를 탄 애인에게 질책하기는커녕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함께할 미래를 이야기하는 엘사에, 안나는 부끄러움과 미안함, 그리고 고마움 등 여러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멈출 줄을 몰랐다.




엘사는 줄곧 올라타고 있던 안나의 몸 위에서 내려와 그녀를 천천히 일으켰다. 그리고 아이처럼 우는 후배를 달래기 시작했다.




“흑, 끄흡, 미안해요 선배, 난 그것도, 모르고, 흑.”




“뚝. 못본 사이에 울보 못난이가 돼버렸네?”




퍽, 퍽. 안나가 아프지 않게 어깨를 치자, 엘사는 오롯이 그것을 받아주며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안나… 다음 학기에도 기숙사에서 지낼 거야?”




“아뇨… 아시다시피 시험을 말아먹어 버려서. 성적이 안 돼서 못 들어가요. 통학해야죠…”




“음… 그래? 나는 학교 앞 오피스텔 계약하려고 하거든.”




안나는 뒤에 이어질 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괜히 수줍어하며 머뭇거리는 엘사를 기다려주었다.




“음, 그러니까… 안나.”




한참을 주저하던 엘사가 결심한 듯, 힘있게 안나의 이름을 불렀다. 안나는 엘사의 눈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 룸메이트가 돼 줄래?”




답지 않은 귀여운 고백에, 안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씨이, 너어,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나! 엘사의 유치한 협박에도 안나가 아랑곳 않자, 엘사는 소심하게 다시 묻는다.




“…응? 이번엔 집 비밀번호 안나 생일로 해줄게.”




파하하! 안나는 더욱 크게 웃으며 엘사를 와락 끌어안았다. 읍, 안나, 숨 막혀! 안나의 품에 안긴 엘사는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안나의 대답을 재촉했다.




“응? 안나, 왜 대답 안 해? 이젠 잘 때 코 곤다고 뭐라 안 할게. 응? 그리고 아침에 알람 못 듣는다고, 1초 만에 끄라고 구박도 안 할게.”




이어지는 엘사의 하찮고 귀여운 구애에, 안나는 엘사를 마치 터트려버릴 것 처럼 품 안에 가두었다.




“…웅? 그리고 이제… 섹스는 하루에 세 번만…”




“선배!!!”




안나가 윽박지르자, 엘사는 초조한 눈빛으로 안나를 바라봤다. 안나는 그런 엘사의 모습을 보며 파란만장했던 엘사와의 동거 생활을 떠올려 본다. 어색하기만 했던 처음과, 이런저런 오해 끝에 결국 닿을 수 있었던 서로의 마음, 행복했던 한때와 또다시 찾아온 시련. 그리고 재회.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과정을 거쳐온 만큼 따라가기 벅찬 순간들도 많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행복한 순간도, 힘든 순간도, 예고 없이 두 사람을 찾아올 것이고, 때로는 큰 폭풍에 흔들리는 순간도 오겠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깊어진 뿌리는 둘의 관계를 지탱해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복한 순간이든, 불행한 순간이든 서로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안나…? 무슨 생각 해?”




한참을 말없이 생각의 바다 잠겨있던 안나를 엘사가 건져낸다.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허락을 구하듯 망울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사가 더없이 사랑스러워, 안나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엘사의 콧등에 짧게 키스하며 익살스럽게 대답했다.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다는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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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 6월 휴지통데이 때 무심코 버렸던 픽을 이렇게 장편으로 연재하게 될 줄이야... 흑흑 뇌절병 엌케고침?ㅜ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는 쓰는 나도 그렇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픽을 쓰고 싶어서 시작했던 픽이야.


이게 초반 회차에서는 나름 계획대로 잘 진행됐던 것 같은데, 쓰면 쓸수록 글에 욕심이 생겨서 이런저런 서사를 부여하고, 쓰는 중간중간 새로운 소재가 생각날 때 마다 집어넣고 하다보니까 원래는 10화에서 완결났어야 할 글이 이렇게 20화까지 오게 되었네...


그래서 중간중간 튀거나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많았을 텐데, 인내를 갖고 완결까지 함께해준 쥬미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ㅠㅠ


이건 여담이지만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온 현퀘 덕에 연재하면서 정말 체력적/정신적 소모가 컸었음ㅜㅜ


그래서 더 신경쓰고, 더 열심히 쓸 수 있었음에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이 정도면 됐겠지.' 하며 연재를 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데, 이런 환경에서도 완결을 낸 게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모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픽을 완결 낼 수 있었던 건 독자쥬미들의 역할이 8할이었던 것 같아 정말로. 이런 하찮은 픽에 ㅊㅊㅁ과 팬아트까지ㅜㅜㅜㅜ 진짜 끝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임!!! 정말 고맙다는 말로는 내 마음 다 표현할 수 업써!!!!! (이건 비밀인데 나 그동안 ㅊㅊㅁ 받은 게시물들 다 피뎊따서 보관하고 있다ㅎㅎ 가끔 꺼내보면서 혼자 실실 쪼갬ㅎㅎ)


암튼!!! 이렇게 부족한 픽 끝까지 읽어준 쥬미들 다시 한 번 너무너무 고맙고... 호옥시 궁금한 점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댓글로 질문 남겨주면 답댓으로 답변해줄게!!!


그동안 너무너무 고마웠고 덕분에 즐겁게 연재할 수 있었어! 다시 한 번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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