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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63화 - 무너지는 피오르드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2 07:56:41
조회 338 추천 19 댓글 14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63화 - 무너지는 피오르드



이런 젠장, 두 척이 더 붙었잖아!”


포를 쏴! 더 넘어오기 전에 떼어버려!”


콰앙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고성과 포화 속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엘사. 어떻게든 같이 쓰러진 안나를 부축해 일어섰지만, 그러기가 무섭게 그들을 알아보고 달려드는 적병들을 권총으로 물리치기에도 바빴다.


엘사 드레이크다! 죽여라!”


아렌델의 공주다! 사로잡아 공작님께 바치자!”


꺼져, 미친놈들아!”


퍼억 -


…… , 물론 호락호락 잡혀줄 안나도 절대 아니었지만.


콰앙


콰직


하지만 정신없는 와중에 엘사가 얼핏 봐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게일 자체의 포격 및 뒤에서의 엄호로 최대한 위즐튼의 접근전을 차단하고 있긴 했지만, 이미 올라온 놈들을 처리하는 것도 벅찼다. 만약 여기서 더 기어들어오게 된다면 역시 위험했다. 그럼 역시……


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화약고 앞에 도달한 안나와 함께 숨을 고르던 엘사가 침음하며 피스톨을 꺼내들었다. 지금 저지른다면 저쪽에 아직 뭉쳐있는 적 함대의 상당수를 무력화할 수 있겠지만, 아렌델의 피오르드가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어서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놓은 거였다.


“…… 해요, 엘사.”


안나…… 괜찮겠어요?”


오히려 안나가 나서서 저질러버리라고 하자 역으로 당황하는 엘사. 하지만 그녀의 눈빛과 이어지는 말은 확고했다.


나도 내키진 않아요, 저 피오르드는 아렌델의 보물이니까…… 그치만 우리 목숨을, 아렌델의 백성들을 희생시켜도 될 정도로 귀한 보물은 아니에요.”


“……………”


이제 와서 안나의 굳은 마음가짐에 놀라는 스스로가 약간 바보같이 느껴지는 엘사였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그 때마다 안나에게 새롭게 반하는 느낌이니까.


, 언니도 이해해주겠죠…… 아니면 나중에 엉덩이라도 맞고 말고요.”


이 상황에서도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면까지 좋다고 생각해버리면서, 하늘을 향해 피스톨을 들어올리는 엘사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


 

타앙


으음, 신호탄이……?”


그나마 덜 엉킨 배로 옮겨가 대장선 공격에 동참하려던 에릭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 대장선에서 쏘아올린 붉은 빛이 용케도 비오는 하늘을 뚫고 어느 정도 날아오르다 소멸했다.


지원군을 부르려는 걸까요?”


, 부르려고 했으면 진작에 불렀겠지. 애초에 저놈들도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이고.”


코웃음치며 에릭이 말한 대로, 저 뒤에 포진한 한 줌의 아렌델 전함들은 이쪽이 대장선에 쉬이 다가가지 못하게 견제하느라 바빠서 이쪽으로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대체 왜……


장군, 후방에서 공작님이 어서 전진하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수하의 외침에 침음을 흘리는 에릭. 그게 되면 자기들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계속 여기서 지지부진 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전진하라! 적의 대장선을 치면 아렌델은 우리 수중이나 마찬가지다! 어서 – “


쿠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하들을 독려하려고 에릭이 크게 외치던 그 순간, 모두의 귀를 찢어버릴 듯한 폭음이 하늘을 찢었다 전장이 아닌 바로 그들의 머리 위에서.


……………?”


누군가의 얼빠진 소리와 함께 순간 멍해진 에릭이 고개를 들자, 그의 시야를 반겨준 것은 그가 탄 배를 포함해 잔뜩 뒤엉킨 위즐튼의 군함 위로 쏟아지는 한 무더기의 집채만한 바위들이었다.

 


***

 


설마 내 손으로 피오르드를 폭파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피오르드 위쪽에서 상황을 살펴보던 라푼젤이 나지막이 탄식했다. 맨 처음 한나의 제안대로 암벽 곳곳에 폭약을 설치했을 때는 경악했었고, 이건 최후의 한 수라는 멜리사의 말에 그나마 안도했었지만…… 정말 저질러버리고 나니까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 물론 쏟아진 바위로 인해 처참하게 박살이 난 적 함대의 모습이 고소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2차 폭파를 개시하라! 이왕 저지른 거, 아무도 살려 보내지 않도록 확실하게 하라!”


쿠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시멜로의 노성과 함께 근처에 있던 플린과 함께 뇌관의 스위치를 누르는 라푼젤. 그와 동시에 피오르드 깊은 곳에 박혀 있던 한나 특제 폭탄들이 일제히 격발되었고, 그 충격으로 인해 피오르드 곳곳이 깨지면서 포격에 의해 발이 묶인 위즐튼의 함선들 위로 묵직한 낙석 세례를 퍼부었다.


공주님, 무사하세요……”


저 아래쪽에서 두세 척의 적선에게 둘러쌓여 악전고투하고있는 게일을 내려다보며 간절히 속삭이는 라푼젤. 안나와 이렇게 떨어져 있는 적이 별로 없던 그녀이기에,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가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지만 아무튼.


걱정 말라고; 우리 선장이랑 같이 있잖아? 그럼 분명 둘 다 무사할 거야; 기껏 서로 완벽한 짝을 찾았는데 억울해서 못 죽지.”


옆에서 태연한 표정으로 위로랍시고 하는 플린이었지만, 정작 자기도 긴장해서 주먹이 하얘지도록 꽉 쥐면서도 그런 말을 하고 있는데 왠지 고마워지는 라푼젤이었다.


거기 둘, 뭣들 하고 있나, 아직 밑에 적은 많다! 3차 폭파 개시!”


, 개시!”


죄송해요, 대장님!”


마시멜로의 노성에 허겁지겁 다시 뇌관을 당길 준비를 하는 라푼젤과 플린이었지만, 아까의 비해 둘의 움직임엔 망설임이 많이 없어졌다.


두 사람 모두, 아끼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임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이 분노가 극에 달하면 오히려 아무 말도 안 나오게 된다고 하던가. 지금 위즐튼의 공작이 딱 그랬다; 어찌어찌 뒤엉킨 함대에서 벗어나 피오르드 입구 쪽으로 물러나는 데에 성공한 크로스보우였지만,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던 함대의 상당수가 난데없는 낙석에 궤멸당하는 꼴을 본 그의 억장은 무너지다 못해 숨이 다 막혀올 지경이었다.


, 공작님…… 전투 불능 함선, 100척으로 추정됩니다……!”


군사학적으로 전 군의 30% 이상을 잃었을 때 전멸이라는 용어를 쓴다; 임무 수행이 가능할 정도의 손실을 초과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아직도 적선의 수보다 아득히 많긴 하지만, 용어상으론 엄밀히 전멸상태가 된 것이다.


에에잇, 쫄지 마라! 아직 병력은 우리가 한참 앞선다! 이곳만 빠져나가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란 말이다!”


, , 그것이……”


또 뭔가!”


보고하려는 부하에게 신경질적으로 빽 소리친 공작이었으나, 뒤에 이어진 말에는 역시 그라도 침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에릭 장군님이 옮겨 타신 배도 격침되었습니다…… 장군님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 작가의 변 - 


석궁맨 1이 운명하셨습니다 ^^ 이전에 말했지만, 수염 있는 놈이 에릭, 없는 놈이 프랜시스야.

골짜기에서 벌어지는 전투라면 낙석은 기본 중의 기본 전략이지! 전쟁 양상이 발달할수록 쓸 일이 없어서 그렇지.... 만약 위즐튼이 라이온킹을 봤으면 적의 계략이 서린 골짜기에서 밍기적거리면 안된다는 걸 알았겠지만 ㅋㅋㅋ 어림도 없지 ㅋㅋㅋ

아, 원고 거의 다 썼다 ㅋㅋㅋㅋ 아마 이번주 내로 끝나겠는데? ㅋㅋㅋ 70화 완결 예정이니까 기억해둬!

아무튼, 다음화는 다시 노덜드라 쪽 전선으로, 멜리사와 통스의 수싸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시 보도록 하자. 내일 올릴거긴 한데, 암튼 예고는 봐야지?


- 64화 예고: 신의 한 수 - 



후후, 그 느려터진 배로 어디까지 달아날 수 있나 볼까요?”


...


왕자님, 적 대장선이 노덜드라 하구로 진입합니다!”


...


“…… ,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


아직 끝이 아니에요…… 적들은 분명 이쪽으로 오겠죠. 내가…… 내가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에요.”



일찍 올리면 좀 많이들 보려나..... ㅋㅋ 뭐 한 명만 읽어도 연재는 계속할거니까 상관없지만. 암튼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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