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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여름눈송이 18부

AS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25 05: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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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눈송이 18부 



(이틀 전, 금요일)



“으... 으으...”



한스는 방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아론에게 맞은 부위가 시퍼렇게 부어 극심한 통증을 끊임없이 일으켰다. 깨진 이빨 사이로 얼음으로 베는 감각이 거듭되며 어두운 병실을 신음으로 채웠다.



빌어먹을...빌어먹을...



티몬인지 뭔지, 한사코 자신을 치료하려들던 간호사는 얼굴에 주먹을 꽂아주자 비로소 코를 움켜쥐고 물러났다. 딱히 악의가 있진 않았다. 그저 다 귀찮고 죽여버리고 싶으니 제발 좀 내비뒀으면 하는 마음에 말 대신 주먹이 나간 것 뿐이다. 싸늘한 시선으로 아론을 내쫓은 백발 의사는 딱하다는 시선을 건네고는 간호사를 부축해 병실을 나갔다. 애초에 왜 병실에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치료할 목적은 아니었음을 이제는 알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이후로 한스는 티몬의 손을 뿌리친 걸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잇몸의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를 더해 정신을 조각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견디다 못해 방바닥을 굴렀지만 고통은 전혀 수그러들 기미가 없었다. 



한스는 잠잘 생각은 이미 몇 시간 전에 포기했다. 이 고통 속에서 잠을 잘 수 있다면, 아마 그건 자는 게 아니라 죽은 것일 것이다. 한스는 바닥에 엉겨붙은 다리를 질질 끌며 필사적으로 몸을 문 쪽으로 밀었다.



철컥.



어찌된 영문인지 문은 잠겨서 열리지 않았다. 한스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절망감에 잠시 통증을 잊었다. 설마 정신병자랍시고 자신을 가둔 건가? 한스는 끓어오르는 격노에 애꿏은 문고리를 계속해서 잡아당겼다. 이 모든 것이 왜 하필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문 열어!!”



깨진 이빨 사이로 미약해진 괴성이 나왔다. 간호사 좀 때린 것 가지고 환자를 방에 가둬버리다니. 의료인이라는 작자들이 어찌 이리도 무정할 수 있는지 한스는 새삼 믿기지가 않았다. 화장실만 딸려 있으면 단가? 6인실이니 넓어서 맘대로 지낼 수 있겠다 싶으면 가둬버려도 되는 건가? 만약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거라면 참으로 정신나간 발상이었다. 교도소도 아니고, 환자를 가둬버리는 병원이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한스는 거듭해서 병실 문을 두드렸다.



문에 몸을 기댄 채 지쳐 널부러진 와중에 한스는 문밖의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곧이어 열쇠 소리가 나더니 문이 당겨 열리며 복도의 빛이 병실 내에 들어찼다.



한스는 엄청난 거구의 남성이 자신을 내려다보자 본능적인 공포에 몸을 움츠렸다. 오큰과 맞먹는 덩치에 부라려 험상궃은 빛을 발하는 눈동자는 마치 거대한 멧돼지 같았다. 뒤로 짧게 묶은 꽁지머리에 문을 겨우 통과할 정도로 우락부락한 상체는 한 번 보면 잊기 힘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좀 진정됐나보죠?”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말을 걸었다. 역광에 표정이 보이지 않아 한스는 남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이봐요. 대답을 해야할 거 아니야. 아까의 기세는 어디갔지?”



명백히 적의를 드러내는 목소리에 한스는 몸을 굳혔다. 싸움을 건다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온몸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공포에 압도된 채로 한스는 엉덩이를 끌며 힘겹게 뒤로 물러났다.



의문의 남자는 병실의 불을 키고 드레싱 킷과 거치대를 안으로 들였다. 방 안이 환해지고 그의 흰 복장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한스는 이 사람이 간호사임을 간파했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거대한 몸집을 지니고 있는지도. 



딱 봐도 2미터에 가까운 키에 앵간한 프로레슬러는 쌈싸먹을 체격까지, 정말 간호사라고는 믿기 힘든 덩치에 한스는 위압되어 함부로 눈동자를 굴리지 못했다.



“진통제 투여할 거니까 가만히 있으시죠.”



남자가 드레싱 킷을 열고 소독 기구를 꺼내는 동안 한스는 간호복 상의의 명찰을 확인했다. ‘품바 스미스’ 몇 시간 전 티몬이 말했던 다른 간호사는 필히 이 사람일 것이다. 참 일찍도 진통제 놓으러 왔단 생각에 한스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지금 몇 시간이 지났는데 진통제를 이제야 놓으러 오는 거지? 병실 문까지 잠궈두고, 정말 미친 병원이군.”



한스는 잇몸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자 깨진 이빨 사이로 사납게 쏘아붙였다.



“당신이 할 말입니까?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없군요.”



품바는 사나운 목소리에 가볍게 응수하곤 주사기를 꺼내 바늘을 연결했다.



“가족에게 폭행에, 욕설에, 도우려던 간호사에게까지 주먹을 날리는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니죠.”



가족이라는 단어에 한스는 분노로 뭉쳐있던 어깨를 내렸다. 여태껏 살면서 후회란 걸 해본 적이 없었지만 안나를 때린 것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는 기꺼이 오른팔이라도 잘라낼 수 있었다. 따귀를 날렸던 오른손은 아직까지도 피부에 닿은 충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행위를 부정하고 있었다.



품바는 소독 준비를 마치고는 의료용 고무장갑을 꼈다.



“늦게 온 이유야 뭐 당연하죠. 당신이 미쳐날뛰는데 뭐 억지로 제압해서 주사라도 박으리까? 오히려 진통제 놓으러 와준 거에 감사나 하세요. 당신 하나 감시하느라 이 층 간호사들 전체가 날 선 채로 있는 건 압니까? 당신이 얼마나 민폐를 끼치고 있는 건지 좀 알았으면 좋겠군요.”



품바는 소독솜을 집게로 집고 한스 바로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앞에서 본 품바의 덩치는 그의 무서운 표정과 맞물려 어마무시한 기운을 발했다.



“지금부터 소독하고 진통제 놓을 거고, 수액도 놓을 겁니다. 싫다면 지금 말하시죠.”



한스는 주사고 뭐고 당장 눈앞의 비계덩어리를 갈아마시고 싶었다. 뭐가 이리 불친절해? 간호사 맞냐? 사람 좀 때렸다고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건지 한스는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 치료하는 게 네놈들 업무인데, 그걸 수행하는 사실에 감사하라고?



다시 전신에 반발심이 몰아쳤지만 한스는 자중하며 분노를 죽였다. 상대도 상대였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잇몸의 고통이 너무나도 컸다. 한스는 이를 딱딱하게 맞물은 채 주사를 맞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주사 맞는 동안 반항하면 그때는 얄짤없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품바는 빠른 속도로 소독을 마치더니, 순식간에 연달아 주사를 놓고 거치대에 수액 팩을 연결했다.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빠른 움직임에 한스는 반발심도 잠시 잊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얼마나 많이 환자들을 봐왔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움직임이었다.



품바는 마지막으로 수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확인한 후, 몸을 일으켜 쓰레기를 의료용 폐기통에 버렸다. 진통제도 놨겠다, 이제 한동안 지긋지긋한 신음소리는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문 열라고 바락바락 소리 지를 때까지 기다리라는 라피키 박사의 지시는 자신이 생각해도 참 무정한 면이 있었다. 장장 2시간 동안 기다린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품바는 한숨을 내리쉬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주사 꽂은 팔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가렵거나 따갑거나 하면 나와서 간호사에게 말하면 됩니다. 문 안 잠그고 내비둘 거니까. 더 불편한 곳이라든가 요청할 사항 있으면 지금 말해요.”



“지금...이빨이 깨졌는데...”



품바의 시선이 방바닥 한구석의 하얀 조각으로 옮겨갔다. 잠시 혀를 차던 간호사는 깨진 이빨을 주워들고 침대 옆 탁자에 두었다.



“아침에 치과 쪽으로 노티(*notify 줄임말)할테니 기다리시죠. 그러게 진작 얌전히 있었으면 좀 좋았습니까.”



한스가 분노로 눈을 치켜뜨자 품바 역시 살벌한 표정으로 응수했다.



“나나 티몬이나 당신을 보호하고 도와주려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면 어디 될 일입니까? 우리도 다 사람이라고요.”



병실 문을 닫고 나가려던 차에 품바는 마지막으로 경고를 건넸다.



“아침에 치과 치료할 때 같이 들어올 겁니다. 만약 또 난동을 부린다면 그때는 책임 못 집니다.”



차갑게 응수하는 시선을 뒤로 하고 품바는 거칠게 병실 문을 닫았다. 직전에 병실 불을 끄는 세심함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한스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시선을 닫힌 문에 향했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얕보였다는 생각은 그의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남겼다. 한낱 간호사 주제에 지가 뭐라고 감히 저딴 말을 지껄이지?



모르핀이 혈관에 들어차 잇몸의 고통이 내려가기 시작하자 소년은 바스라진 자존심을 옆으로 치우고 적막 속에서 머리를 굴렸다. 아론과 간호사에게 얕보여 속수무책으로 당한 걸 감내할 만큼 성품이 온화한 바는 결코 아니었거니와, 지금으로선 패배감을 곱씹는 것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었다.



"넌 이제 끝났어, 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아론의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머리 속에서 울렸다. 모르핀 덕에 고통이 조금 잠잠해지나 싶자마자 두개골을 깨고 울리는 호통에 한스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넌 내가 보는 앞에서 안나를 폭행하고 나와 내 아내를 모욕했어!”



빌어먹을...나는 죽어라 팬 주제에 잘도 그딴 말을 지껄여? 나는 안나를 때릴 생각따윈 없었다고. 그건...그건 그저 사고일 뿐이야...



“보은을 갚을 생각은 커녕 내 가족에게 그런 폭언을 하다니!”



아니야...안나라면... 안나라면 반드시 이해해 줄거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살을 에는 격통이 다시 잇몸을 찢어가르자 한스는 괴롭게 신음하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무심결에 바득 간 이빨이 인두로 지지듯 수백배의 고통을 가차없이 잇몸에 내리박았다.



자신이 왜 이리 힘들어야 하는지 고통을 설명할 당위를 찾던 와중 안나의 얼굴이 떠오르자, 한스는 시트를 그러쥐고 신음을 멈췄다. 다른 건 몰라도, 안나를 때리는 것만큼은 해서는 안 되었다고 소년은 알았다. 그것 하나만큼은 자신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 무심결에 손이 나갔다고는 하나, 안나는 자신이 평생 지켜야하는 동생이었다.



한스는 살면서 처음으로, 때린 사람이 도리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죄책감으로 쩍쩍 금이 간 마음은 안나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겨우겨우 조각끼리 맞잡아 버티고 있었다. 넋이 나간 채 뺨을 부여잡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안나의 표정에, 한스는 이불 속에서 홀로 몸부림치며 죄책감을 부정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안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만나서 미안하다고, 두번 다시 그렇지 않을 거라고 무릎을 꿇고 앉아 용서를 빌고 싶었다. 자존심이니 합리화니 안나 앞에서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래 전 아버지에게 했던, 안나를 지키겠다는 자신의 맹세. 자신의 정체성이자 존재 이유를 스스로가 어겼다는 사실을 소년은 끝끝내 부정하지 못했다.



아버지.



“뭐가 네놈 아버지냐!! 너야말로 내 형에게 그런 모욕을 끼얹지 마라!!”



틀어막은 귀를 뚫고 뇌에 직접 울리는 소리에 한스는 더욱 둥글게 몸을 말았다. 감히... 감히 그런 소리를 하다니. 아론에 대한 적개심이 혈관을 타고 올라 전신을 분노로 가득 채웠다.




5살 때 자신의 진실을 알게 된 이후, 처음으로 든 생각은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동년배에 비해 영민했던 아이는 친부모에게 내쳐져 다른 집에 입양되었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 지성은 있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은 5살 아이가 감내하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사실이었다.



하루는 벽장 안에 숨어서 울고 있던 소년을 아그나르가 찾아냈다. 한스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모를 잃고 벽장에 갇혀 살던 어느 마법사 소년의 흉내를 내고 있던 참이었다.



“한스.”



따뜻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한스는 마지못해 잠궜던 벽장 문을 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입에 붙은 ‘아빠’라는 말 한 마디가 이제는 참을 수 없이 무겁게 다가왔다. 이 사람을... 앞으로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나는... 이제 어디로 가서 숨어야 하지? 하루아침에 자신과의 거리를 알 수 없게 된 아그나르의 앞에서 작은 소년은 힘겹게 울음을 참았다.



“아들.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



아들이라는 말 한 마디에 한스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렸다.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신을 향한 그 한 마디가 무척이나 기뻤다. 자신은 책의 마법사보다 조금은, 조금은 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년은 참았던 울분을 눈물로 흘려 내보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아그나르는 그 길로 동생을 불러 어마어마하게 훈계를 했다. 한스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천둥이 울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제 겨우 키가 1미터를 살짝 넘긴 아이에게 무릎을 꿇리고, 제대로 사과를 시키고 나서야 아그나르는 동생을 닦달하는 걸 그만두었다.



아론을 집에서 내쫒은 이후, 아그나르는 한스를 불러 자리에 앉혔다.



“아들. 미안하다. 마음고생이 많았지.”



다시 차오르는 눈물에 한스는 눈을 꾹 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는 건 겁쟁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기에 어린 마음은 남은 자존감을 지키려 애썼다.



“미안하다... 이건 전적으로 내 불찰이야. 언젠가 말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만 최악의 방식으로 알려준 셈이 되었구나.”



“...아니에요. 아빠 잘못이 아니에요.”



입에서 튀어나온 아빠라는 한 마디에 눈물을 막고 있던 둑이 무너져내렸다. 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엔 아직은 너무나도 어렸다.



“너는... 비록 피로 이어진 아이는 아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둘도 없는 기쁨이었어.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다. 너는 내 아들이야. 알겠니?”



한스는 울음이 터져 나오는 걸 막지 못하고 아그나르에 품에 안겨 서럽게, 하지만 행복하게 울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나의 아빠다. 가족으로서 함께 살아가도 된다. 새삼 자신이 있을 곳을 찾은 5살의 아이는 북받치는 감정에 옷이 다 젖도록 울고, 또 울었다.



“아빠아....오빠 왜 울어?”



짧은 머리를 귀엽게 땋은 소녀가 아장아장 걸어온다. 한스는 아그나르에게 안긴 채로 고개만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오빠가... 잠시 안 좋은 꿈을 꿨단다. 자, 어서 와서 안아주렴.”



“오빠 나쁜 꿈 꿔써?”



안나가 뒤뚱뒤뚱 걸어와 한스에게 팔을 벌렸다. 아그나르에게 긍정의 표시를 확인한 후, 한스는 조심스레 3살배기 어린 동생을 끌어 안았다.



“한스... 동생을 잘 지켜주렴. 너는 안나의 오빠니까, 잘 할 수 있지?”



한스는 안나를 품에 안고 아버지를 등진 채 고개를 잠자코 끄덕였다. 



약속해요. 아버지. 



삶의 의미를 찾은 작은 소년의 눈에 결의의 불꽃이 활활 타오른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동일한 불꽃이 새로운 불씨를 머금고 어두운 병실에서 다시금 빛났다.



약속해요, 아버지.



안나는...제가 평생 지킬 거에요.




*****




헬란드 부부가 돌아왔을 때, 그들은 뜻밖의 손님을 맞이해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기나긴 여행의 피로를 뒤로 하고 대저택의 거실에 발을 들였을 때 그들은 자신의 딸이 소파에서 다른 소녀를 깔아뭉개고 있는 걸 보고 놀랐다가, 밑에 깔린 소녀가 반갑게 건네는 인사에 한번 더 놀랐다. 자신들의 귀가를 눈치채고 잠시 굳었던 엘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슬그머니 안나 위에서 내려오자 카트린은 딸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건넸다.



“엘사. 맞이하러 나오지 않은 건 그렇다쳐도, 안나에게 뭘 하고 있었니?”



엘사의 얼굴에 새삼 억울한 기색이 비쳤다. 부모님은 5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안나 밑에 깔려서 내내 간지럽힘 당한 것은 모르고 있었다.



안나를 돌아보니 빨간머리 소녀는 쌤통이라는 얼굴로 희희낙락 웃고 있었다. 엘사도 덩달아 입꼬리를 올리며 핏줄 솟은 얼굴로 스산한 미소를 건넸다.



안나, 너 이따가 각오해.



“안나.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반갑구나.”



안톤이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넵. 저도요. 엘사가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어디 다녀오신다고 했는데, 주말동안 어디 갔다오셨어요?”



“사업 문제로 잠시 다녀올 곳이 있었단다. 나 혼자로도 충분한데 이 영감이 혼자서는 못 보낸다고 그래서. 말 참 안 듣죠, 당신.”



“영감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니지요, 부인. 그리고 여행에 짐꾼 하나는 있어야지.”



안톤이 들고 있던 가방과 캐리어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노신사의 말마따나 큼직한 짐 2개는 여성 1명이 내내 들고 다니기에는 버거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건 그렇죠... 안톤, 피곤하겠지만 나가서 식사 준비 좀 해둘래요? 사용인이 없으니 달리 어쩔 도리가 없군요.”



짐 푸는 거랑 설거지는 내가 하죠. 짧게 덧붙이는 말에 안톤은 아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부엌으로 총총 발을 옮겼다. 반응할 새도 없이 당한 입맞춤에 카트린은 급격히 얼굴이 빨개졌다. 달아오르는 얼굴에 남편을 나무라려던 손짓이 무색하게 안톤은 이미 저만치 도망가고 없었다.



카트린은 재빨리 얼굴을 수습하고 안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나는 얼굴에 감동이 가득한 채 선망의 시선을 건네고 있었다. 엘사는 안나의 표정에 선망과 더불어 짙은 부러움이 깔린 것을 눈치챘다.



“안나, 마침 저녁 시간이니 우리 집에서 같이 들고 가지 않겠니? 좀 늦은 시간이기도 하니, 밥 먹고 나면 차로 데려다줄게.”



“어...그래도 되나요? 그럼 감사히 먹을게요. 근데 저희 집 어차피 걸어서 10분 거리라 차는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너 삼촌댁으로 돌아갔었지... 맞아, 저번에 만나러 갔을 때 실수로 전에 살던 아파트로 가버려서...아.”



카트린은 재빨리 딸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들이 안나를 만나러 갔다는 건 엘사에게는 비밀이었다. 피로가 쌓인 게 화근이었는지 카트린은 미처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자신을 나무랐다.



“엘사도 알아요. 제가 얘기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안나가 재빨리 눈치를 채고 안심시키는 말을 건넸다. 엘사가 시선을 피한 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카트린은 비로소 안심하며 안톤이 내린 짐을 풀었다. 라피키로부터 엘사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주의하라고 몇 번이고 당부를 받았기에 항상 조심했건만, 피로가 쌓이면 마음의 긴장이 흐트러지기 쉬운 법이다.



카트린은 가방에서 서류철을 빼 종이를 가지런히 하고는 캐리어를 거실 한 구석으로 밀었다.



“식사 준비엔 40분 정도 시간이 걸릴테니, 맘 편하게 놀고 있으렴. 우리 그이 요리 솜씨가 꽤 훌륭하니까 기대해도 좋아. 내가 말하긴 뭐하다만, 정말 보통이 아니거든.”



카트린은 눈빛을 교환하는 두 소녀를 보고는 서류철을 들고 거실을 나섰다.




*****




식사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고운 향을 내는 수프부터 고구마 샐러드, 본요리로 먹음직스런 토스카나 닭요리에 입가심을 돕는 사과파이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저녁 식사였다. 안나는 음식 경험이 그리 풍부하진 않았지만 안톤의 요리가 여느 가정집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이토록 풍요롭고 깊은 맛을 내는 식사를 그녀는 여태껏 경험한 적이 없었다.



“아저씨 요리 정말 잘하시네요... 요리사하셔도 되겠어요.”



순수한 경의를 담아 안나가 말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카트린이 웃으며 덧붙였다.



“우리 이이 아마 요리사 자격증 있을걸? 당신, 몇 개 있었죠?”



“제과제빵이랑, 일식, 양식. 더 배워보고는 싶은데 근래에는 여러모로 바빴어서 말이지.”



덤덤하게 커피로 입가심을 하는 안톤을 보며 안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 입을 딱 벌렸다. 집에서 요리를 도맡아 하는 이모도 요리사 자격증은 없었다. 자신이 아는 한 최고의 요리사는 단연 이모였지만 안나는 오늘 쟁쟁한 라이벌이 한 명 나타났음을 알았다.



“우와... 대단하네요... 엘사, 아저씨 진짜 대단하다.”



“아니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니란다. 우연히 적성이 좀 맞았을 뿐이야.”



거듭되는 칭찬에 안톤은 손사래를 치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막을 도리가 없었던지 그는 연신 웃으며 어떠냐는 듯 자랑하는 눈치를 아내에게 보냈다.



파이가 물러가고 안톤이 복숭아를 깎아 내오자 안나는 거듭 엘사의 얼굴을 살폈다. 부부에게 꼭 이야기하고픈 제안이 있었지만 역시 엘사의 허락을 다시금 확인하고 말을 꺼내고 싶었다. 미리 정해둔 사안을 엘사가 번복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안나는 엘사에 관련된 일인만큼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엘사, 지금쯤이면 말해도 돼?



엘사가 시선을 눈치채고 별일 아니라는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안나는 먹던 복숭아를 마저 끝내고는 부부의 주의를 끌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저...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내내 두 소녀가 주고 받는 시선을 지켜보던 카트린은 안나의 말에 잠자코 부엌의 남편을 불렀다. 안톤도 흥미가 동했는지 재빨리 손을 씻고는 식탁에 와서 자리를 잡았다.



“말해보렴.”



안나는 집중된 시선에 목을 가다듬고 말문을 열었다.



“엘사에게 휴대폰이 있으면 좋겠어요.”





*****




“휴대폰?”


“네.”



의아하다는 시선에 안나는 설명을 덧붙일 필요를 느끼고 말을 이었다.



“그... 제가 어제 휴대폰이 망가져서 새로 사러 가야하는데... 가는 김에 엘사 것도 하나 사면 어떨까 싶어서요. 서로 연락하기도 훨씬 편해질 것 같구요.”



카트린은 남편에게 어떻게 생각하냐는 눈빛을 건넸다. 엘사에게 휴대폰이라니. 부부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긴 했다.



카트린은 여태껏 단 한번도, 엘사에게 휴대폰을 사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엘사에게 과연 휴대폰이 필요할지 여부는 차치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사준다 한들 쓸 수나 있을런지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말을 못하는 딸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녀의 그런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괜찮은 거 같은데. 그러자꾸나.”



고뇌하던 아내를 두고 짧은 침묵을 깬 건 안톤이었다. 그 역시 휴대폰에 대해선 회의감이 앞섰지만, 생각할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제안에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엘사가 낫는다면 휴대폰은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사게 된다. 딸과 쉽게 연락하고 싶다는데 지금 사는 걸 굳이 말릴 이유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오히려 휴대폰을 계기로 해서 엘사의 말문이 트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지막 생각으로 사고의 흐름이 이어지자 안톤은 내심 기대하며 안나에게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내일 당장 사러가도 좋을 것 같구나. 내일 오전에 너희 집 앞으로 갈 테니 같이 사러가는 것도... 아니지, 원한다면 그냥 우리 집에서 하룻밤 더 자도 괜찮은데 어떻겠니?”



“아...아니에요. 여기 있는 동안 좀 사고친 게 많아서 죄송스럽네요. 더 머무르곤 싶지만 오늘은 돌아가야할 것 같아요. 삼촌이 저 잃어버린 줄 알고 내내 기다리셨거든요.”



기대감으로 빛나는 엘사의 눈을 애써 외면한 채 안나는 정중히 거절의 말을 건넸다. 사고를 쳤다는 것과 삼촌 허락도 없이 왔다는 말에 카트린은 꽤 놀란 눈치였지만 안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내내 입가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렇구나. 알겠다. 그럼 한 10분 정도만 더 기다릴 수 있겠니? 설거지만 끝내고 같이 가자꾸나.”



“예?”



영문을 몰라 되묻는 말에 안톤은 접시를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은 저녁에 아가씨 혼자 돌아다니게 내버려둘 수야 있겠니. 그리고 엘사도 네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궁금해할 테니 같이 데려가자꾸나.”



“어...네.”



부끄러운 기색이 가득한 채 엘사가 제 눈치를 보자 안나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엘사도 자신이 어디 사는지 궁금해하긴 할 터였다. 언젠가는 자신이 직접 찾아와 놀자며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당신, 설거지는 내가 한다니까요.”



카트린의 나무라는 말에 안톤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저녁 8시의 여름밤은 봄과 여름의 경계에 있다. 해가 자취를 감춘지 얼마 되지 않은 지면은 아직 못다한 열기로 발걸음을 데우고, 미리 차갑게 식어있던 하늘은 봄바람의 잔재를 마저 쏘아보낸다. 



가로등인 척 숨어들어 길가를 비추는 보름달 아래, 두 소녀와 그들을 지키는 중년의 신사는 잔잔한 웃음을 띠고 여름밤의 길을 걸었다.



어느새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두 소녀를 보며 남자는 조용히 상념에 젖었다.



이렇게보니 꼭 친자매 같구나... 엘사, 만약 네게 동생이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같이 걷고 있었겠지.



자식을 잃은 슬픔은 이미 날카로움을 잃고 흔적만 남긴 채 안톤을 떠났다. 첫째에 대한 절박함이 찢어진 가슴을 억지로 봉합해 무너지려는 남자를 일으켜세웠다.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는 혼자서 서는 법을 익혔고, 위태하나 올곧은 걸음을 10년이 넘어가도록 이어가고 있었다.



별빛이 아우러져 두 소녀를 비추는 밤, 안톤은 점차 커지는 기대감에 설레면서도 덩달아 어둠을 더하는 마음 한구석의 불안에 섣불리 희망을 확신하지 못했다.



엘사는 정말로 나을 수 있을까? 안나가 정말로 그녀를 구원할 수 있을까? 만약...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엘사는 과연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자신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허공에 대고 묻는 마지막 질문에 여름밤의 벌레소리만이 나지막히 울렸다.




*****




엘사는 맞잡은 안나의 손을 더욱 굳세게 그러쥐었다. 이 나무... 이 가로등...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마치 오래 전 옛날, 이 거리를 전에 걸어본 적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아니야. 그 때는... 눈이 쌓여 있었어.



내면에서 되살아난 어두운 목소리에 엘사는 석고상마냥 굳어 걸음을 멈췄다.



“엘사? 왜 그래?”



소녀는 눈 오는 밤의 길을 정처 없이 걸어간다. 불빛이 꺼진 저녁의 거리에 유독 밝게 빛나는 조명이 보인다.



“엘사? 괜찮아?”



조명은 나무에 걸려 희미한 주황색 빛을 발한다. 나방이 이끌리듯 빛을 향한 어린 소녀는 눈사람을 만드는 작은 아이를 발견한다.



“안녕? 내 이름은 올라프야. 나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



‘올라프. 시설에 있는 그 애랑 이름과 똑같네. 잠깐, 시설? 무슨 시설? 이건 뭐지?’



“엘사? 괜찮으냐?”



나이가 많아봐야 5살이나 되었을까. 두꺼운 후드와 마스크를 쓴 어린 소녀는 눈사람과의 대화에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굽히니 비로소 후드 틈새로 빛나는 노을 같은 머리칼이 보인다.



“...? 안녕? 너는 누구야?”



“엘사!!!!!!”



바로 옆의 다급한 부르짖음에 엘사는 비로소 환상에서 벗어났다. 환상? 회상? 어느 쪽인지도 몰랐다. 자신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걸 뒤늦게 깨달은 소녀는 눈앞의 얼굴에 겨우겨우 초점을 맞췄다.



“엘사... 갑자기 왜 그래. 엄청 놀랐다고. 갑자기 주저앉더니 불러도 답도 안 하고... 괜찮아? 내 말 들리는 거지? 제발 뭐라고 좀 해봐!!”



부르짖는 목소리에 엘사는 저도 모르게 안나의 목을 끌어않았다. 옆에서 하늘이 꺼져라 안도하는 안톤의 한숨이 들린다.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일까. 갑자기 들이닥친 플래시백에 엘사는 풀려 주저앉은 다리를 일으키지 못했다.



맞아... 여기는... 10년 전에 내가 왔던 곳이야.



한스의 악몽이 사라질 무렵 새로이 밤마다 찾아들었던 꿈. 엘사는 꿈에서 항상 어느 무채색의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눈이 소복히 쌓인 거리를 걷는 자신과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발걸음. 나무 위에 걸린 조명과 그 밑의 아이를 보고, 새삼 눈을 밟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깨달으며 깨어나는 꿈. 소녀는 자신이 꿈 속의 현실에 와 있단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나... 설마... 그때 봤던 아이가...



주황색 조명 밑에서 눈사람을 만들던 아이. 두꺼운 외투에 마스크를 끼고, 흥얼흥얼 노래하며 눈웃음을 짓던 아이. 저녁 이후 계속 밖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다, 처음 느낀 인기척에 뒤돌아 본 얼굴이 부모님이 아님에 실망했던 청록색 눈의 아이.



그 눈동자의 주인이 지금 엘사의 눈앞에 있었다.



너였어... 내가 그때 만났던 건 정말 안나, 너였어...



깨달음과 뒤따르는 기쁨에 소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미세하게 떠는 자신을 그때와 같이 안나가 끌어안고 괜찮다며 위로한다. 몰아치던 눈보라 속 가려졌던 기억은 천사의 품 안에서 하나씩 베일을 벗는다.



“엘사. 괜찮으냐? 집에 가고 싶다면 돌아가자꾸나.”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품 안의 천사는 제 눈물이 슬픔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아는지 아무 말 없이 연신 등을 토닥인다. 하지만 그런 그녀마저도, 눈보라가 걷혀가는 엘사의 마음 속 진실은 알지 못했다.



엘사는 포옹을 풀고 일어나 바지를 털었다. 서랍에 넣은 듯 가지런히 한 감정은 비로소 눈앞의 현실을 명확히 인지한다. 떨리는 파란 눈은 10년 전의 풍경을 다시금 담은 채 머잖아 마주할 과거의 자취를 애타도록 쫓아간다.



엘사는 걱정스레 자신을 올려다보는 안나에게 옅게 미소를 짓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앞장서 걸었다. 어쩌면 오늘밤, 자신은 드디어 잃어버린 목소리의 단서를 찾을지도 몰랐다.



“...여기야.”



사뭇 달라진 분위기로 걸은지 2분이나 겨우 되었을까. 세 사람은 주변의 이웃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어느 가정집 앞에 도착했다. 어둠에 감싸인 주황색 지붕과 하얀색 벽, 마당을 둘러싼 울타리. 그리고, 마당의 큰 오렌지나무와 거기에 걸린 조명. 모든 것이 엘사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아니, 아니지. 아직 1명, 사람이 더 있어야지.



음흉하게 비웃는 내면의 목소리에 엘사는 차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차에 기대어 한손에 담배갑을 쥔 채 연이어 연기를 내뿜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연기가 사라지고 잠시 구름에 가렸던 달빛이 남자의 얼굴을 비추자 엘사는 천둥처럼 내려앉는 충격에 바닥에 고꾸라졌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로 희미하게 안나의 비명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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