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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Only One Year, Chapter 52

토익520점(110.46) 2020.10.06 11:47:00
조회 366 추천 32 댓글 10

원문: https://www.fanfiction.net/s/11934753/52/Only-One-Year



52. Backfire




물론 나도 언니에게 이러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우리 둘 모두를 위한 일이야. 안나는 크리스토프와의 첫 번째 가짜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둘 다 서로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기에, 데이트라기 보다는 영화감상회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건 가짜 데이트의 예행연습이 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엘사한테만 데이트 가는 걸 보여주면 됐으니 목적은 달성한 거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둘 다 아파트 복도로 나와서 걸어가다가, 크리스토프의 집 앞에서 멈춰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우리 첫 번째 데이트는 어땠어?"



"음... 영화관에는 학교 애들이 아무도 없었고, 영화 본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걸 데이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지 뭐, 그래도 혹시라도 누군가가 봤을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생각하긴 어렵지만 말야.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서 재밌는 밤이긴 했어. 여전히 데이트는 아닌 것 같지만."



"맞아,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키스는 생략하고 헤어져도 되지?"



"당연하지! 잘 자!"



안나는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얼굴에 올라왔던 미소가 사라졌다. 엘사에게 거짓말을 할 시간이야... 우울해지네.



고집쟁이 금발씨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중이었다. "데이트는 어땠니?" 안나는 언니의 목소리 속에서 걱정과 질투가 감겨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멋졌어!" 안나는 그 삭막한 영화관람회와는 관계없이, 최대한 행복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영화도 엄청 멋졌는데, 크리스도 정말 멋진 남자더라?"



"아... 그거 다행이야."



그 말은 들은 안나의 가슴이 미어졌다. 엘사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 매우 능숙했지만, 안나는 언니를 잘 알기에 지금 얼마나 상처받은 상태인지 잘 알 수 있었다. 맙소사, 왜 이렇게 문제가 복잡해지는 거야?



"너희 키스...했.."



"어... 응. 정말 좋았어." 안나는 상처받은 언니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며 말을 했다.



"좋았어?"



"응... 좋았어." 안나가 마침내 언니와 눈을 마주치자, 엘사는 이미 반쯤 망가진 상태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언니에게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라고, 내가 사랑하는 것은 언니 뿐이고 크리스토프는 애초에 게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지만 그랬다간 영원히 언니랑 함께할 수 없을 거잖아? 그래도... 언니를 너무 괴롭게 만들고 싶진 않아.



"혹시 다른 날 이 영화 또 보러가지 않을래? 언니가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영화라서 말야."



"음... 넌 벌써 봤는데 그래도 괜찮겠니?"



"그렇긴 하지... 그래도 난 괜찮아. 다시 봐도 좋을 것 같거든."



"생각해 볼 게. 최근엔 공부할 게 너무 많거든." 이건 거짓말일까 아닐까? 실제로 최근엔 언니가 책상에 공부할 책을 쌓아두고 있었잖아.



"언니가 편할 때 말해 줘." 안나는 자연스레 언니옆 소파에 앉았고, 엘사의 팔이 자신을 안아오자 미소를 지었다. 벌써부터 언니가 이렇게 애정표현을 시작하네. 좋은 시작이야. "뭘 보고 있었어?"



"양자역학 다큐멘터리."



"으, 다른 거 보지 않을래?"



"당연히 괜찮지." 안나는 리모콘을 들고 다른 채널들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영화제목을 보고 멈춰세웠다.



"헝거 게임 2?"



안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이 영화 좋더라."



"미리 말해두는데, 난 아마 보다가 잠들어버릴거야." 엘사는 여동생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안나의 목에 머리를 비벼댔다. 그만 감질나게 하고 그냥 키스하라고! 그러더니 여동생에게 전신을 기댄 후 탱크탑 안으로 손을 넣어 배를 부드럽게 토닥이기 시작했고, 안나는 가슴속이 간질간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언니를 가지고 싶어...



둘은 아무런 말 없이 영화를 보았고, 항상 기다렸던 그 장면이 나오자 언제나처럼 등장인물의 대사를 따라했다. "지금 날 구해주려고 한 거야?"



"당연하지, 멍청아." 엘사가 여동생의 목에 키스하며 그렇게 말하자 안나가 키득댔다. 언니를 질투하게 만드는게 이렇게 효과적이라니!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언니를 돌아보자, 엘사는 이미 잠들어있었다. 안나는 언니를 깨우고 싶지 않았기에, 이불을 들고와서 불을 끄고 소파위에서 언니와 함께 자기로 했다. 언니의 위에 몸을 겹치고 언니의 가슴에 머리를 얹자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안나의 가슴속엔 이 복잡한 상황에 대한 슬픔이 차올랐지만, 동시에 이 계획에 대한 확신도 느끼고 있었다.





-----------------





안나가 옆집 소년과 사귀게 된 지 2주일이 지났고, 엘사는 날이 갈수록 점점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줄줄 알았지만 안나가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상처는 벌어지기만 할 뿐이었고, 엘사는 둘이 어디까지 멀리 나갈지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그렇게 걱정을 하는 중에도 정기 세탁일이라서 세탁기에서 옷들을 꺼내고 있자니, 어느새 손가락에 여동생의 텅이 잡혀있어서 몸을 크게 움찔했다. 안나가 얼마 전까지 입고 있었을 이 팬티를 쥐고 있자니 순식간에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엘사는 계속해서 세탁기에서 옷들을 꺼냈고, 여동생의 속옷들이 나올 때 마다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텅 세 개, 탕가 두 개, 레이스 팬티 두 개. 그런데도 브래지어는 거의 없네. 맙소사... 내 어리고 귀여운 여동생은, 이젠 정말 섹시한 젊은 여성으로 자라났나봐. 그리고 이젠 안나는 크리스토프거야...엘사의 머리속에는 그 천박한 금발 소년이 속옷차림의 안나를 안고있는게 그려졌고, 동시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안나는 그래선 안 돼... 그딴 녀석이랑 함께 해서는 안 된다고! 그 순간 엘사는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간, 넌 온 마음으로 그걸 후회하게 될 거야.



벌써 너무 늦은 건가? 난 이제 안나를 가질 기회를 완전히 잃어버린 거야?



엘사가 세탁물들을 건조대에 다 널자 안나가 다가왔다.



"안녕, 언니.나 오늘밤에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그래도 괜찮은 거 맞지?"



"어, 당연히 초대해도 괜찮지. 누가 오는데?"



"학교 친구들. 9월달부터 모든 친구들이 계속 파티를 열라고 난리도 아니었어.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건 나 하나 뿐이었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네." 엘사는 타인을 집에 들이는 걸 전혀 좋아하진 않았지만, 자신에게 불평할 권리는 없었다. 이건 엘사만의 집이 아니라 안나의 집이기도 했고, 안나가 원한다면 자기 친구들을 부를 권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날 정말 괴롭게 만드는 건, 안나가 그 녀석과 커플로서 지내는 걸 눈으로 보게 된다는 거지. "계획은 세워놨어?"



"걱정 마, 바디샷은 안 할 거니까." 안나는 깔깔대며 말했다. "피자 & 맥주 나이트! 음악도 좀 틀어놓고. 20명 정도 모일 것 같아서 집이 엄청 북적일 거야."



"내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뭐..."



"당연하지. 모두에게 똑똑히 말해둘게."





---------------------





안나는 파티를 준비해야 했다. 한 시간 후면 친구들이 들어올거지만, 아직도 그녀는 옷도 제대로 차려입지 못 했다.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다가 문득 언니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모두의 앞에서 언니를 내 여자친구라고 소개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친구들은 도저히 믿지도 못 할 거야. 엘사는 블라우스와 타이트한 스커트로 편하게 차려입었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환상적인 정도로 섹시하게 보였다. 제발 이 기다림도 오늘밤으로 끝나길!



안나는 거울 앞에서 여러 옷들을 입어봤지만, 뭘 입어도 언니처럼 예쁘게 보이진 않아 한참동안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모두가 입을만큼 무난한 백리스 드레스를 입기로 했다. 적어도 엘사는 이걸 좋아해 주겠지? 그리고 서둘러 샤워를 한 후 언니에게 머리를 부탁하려고 다가갔다.



"원하는 거라도 있니?"



너? 머리속에 떠오른 그 생각에 안나는 뺨을 붉혔다. "머리를 묶어야 할 것 같은데... 양갈래 머리라던가?"



"이리 오렴."



안나가 거울앞에 앉자 엘사는 그 뒤에 서서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거울에 비친 언니는 여동생의 등에서 시선을 떼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 중이었고, 그걸 본 안나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나 괜찮아 보여?" 엘사가 마침내 머리묶는걸 끝내자 안나가 물었다.



"정말 귀여워."



흠, 귀여운 게 아니라 섹시하게 보이길 바랬는데 말야. "좀 다른 감상은 없어?"



"음, 그냥 좋은걸. 내 마음에 쏙 들어." 엘사는 여동생의 정수리에 키스를 하면서 말했다. 언니만 좋다면야 충분하지.



잠시 후 엘사가 욕실을 나가자 안나는 크리스토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 준비 됐어?" 안나는 목소리를 낮춰서 언니가 듣지 못 하게 주의했다.



"어... 그런 것 같은데?"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 될 거야! 벌써 학교 친구들 중에 우리가 사귀는 걸 믿는 사람이 많거든, 그러니까 이번에 제대로 보여줘야 해." 벌써 소문이 퍼져있긴 했지만, 여전히 크리스토프를 가장 심하게 괴롭히는 몇 명은 자신들의 바보짓을 멈추지 않았다.



"그 말은, 네가 반해있는 여자애도 오늘 온 다는 거지?"



"응..."



"아, 이젠 누군지 감이 좀 잡힐 것도 같네!" 안나는 그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반한 의문의 소녀가 내 언니라는 걸 알아채고 싶어?



"어쩌면 오늘 키스해야 할 지도 몰라. 그래도 되겠어?"



"그래, 문제 없지. 사실 난 키스보다 널 더 걱정하고 있어. 혹시라도 내 매력에 네가 빠져들면 어쩌지?"



안나는 키득대며 대답했다. "걱정 마,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예 없으니까 말야."



"말이 심하잖아!"



"나중에 봐, 남자친구씨!"



안나는 이제 거실로 나가서 파티 준비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체크. 음악? 체크. 피자? 오븐 안에. 맥주? 냉장고 안에. 손님들? 오고 있대. 가짜 남자친구? 준비 완료. 섹시한 언니? 곧 내 품에.



처음 도착한 건 오로라였고, 안나는 따뜻하게 맞이했다. "들어 와!" 엘사 역시 그 자리에 있어서, 안나는 둘에게 서로를 소개했다.



"엘사, 이 쪽은 오로라야. 나랑 같이 미술수업을 듣고 있어. 오로라, 이쪽은 엘사야. 내 언니지."



"보자마자 알아 봤어! 네가 그린 그림에서만큼 아름답잖아!"



안나는 그 말을 들은 언니의 뺨이 살짝 달아오른게 보였다. "어...고마워. 안나가 날 그렇게 잘 그려줬을 줄 몰랐어."



"당연히 그렇게 그리지. 심지어 안나는 하루종일 네 이야기만 하는걸? 드디어 만나게 되서 참 반가워." 안나는 오로라가 엘사에게 환히 미소짓는게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걸 견제하려고 할 때 다른 친구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얼마 있지 않아 다른 친구들-크리스토프도-도 모두 도착했고, 다같이 음악을 키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안나가 크리스토프, 오로라, 나머지 세 명의 소년들과 뭉쳐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네 언니 진짜 섹시한데?" 한 소년이 말했다.



"맞아... 지금 싱글이야?" 다른 소년도 입을 열었다. "나한테 가능성이 있을까?"



"꿈도 꾸지 마. 언니는 남자들한테는 관심도 없으니까 말야." 안나는 이 소년들을 뜯어보며 생각했다. 만약 언니가 스트레잇이라고 해도 너희같은 애들이랑은 안 사귈 것 같은데.



"아.." 세 명의 소년들은 전부 실망한 듯 보였다.



"진짜야? 이거 흥미로운데..." 이번엔 오로라가 입을 열었다. 내 언니한테 접근할 생각은 집어치워!



하지만 오로라는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듯이 블라우스의 제일 위쪽 단추를 풀고 있었고, 그걸 본 안나는 곧장 그녀를 데리고 멀리 데려갔다. 이렇게 공을 들였는데 역효과(backfire)를 내게 할 순 없어!



"씨발 대체 뭐하자는 거야?"



"하하, 너무 과보호 하는 거 아냐?" 오로라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고 말해 줘, 나한테는 가능성이 있을까?"



"뭐? 너 스트레잇 아니었어?"



"전부터 애매하긴 했는데, 네 언니를 보자마자 정말로 헷갈리기 시작했어." 오로라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엘사의 전신을 눈으로 훑어내리고 있었고, 안나의 속에선 분노와 질투가 끓어올랐다.



"안 돼, 언닌 너랑 절대 사귀지 않을 거야. 넌 엘사보다 너무 어리다고!"



"흠... 그러면 섹스만 해보는 건(one-night stand) 어떨까? 연상이니까 나한테 잘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오로라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싶었다. 진작 눈치채야 했어. 당연히 여자애들도 엘사에게 작업을 걸려고 하겠지! 그래도 내가 어떻게 바이나 레즈비언인 친구를 따로 알아볼 수 있겠어?



"안 돼! 엘사는 그런 거 안 해! 미안한데, 오늘은 그런 실험은 하지 않길 바랄게." 고작 이 멍청한 친구의 원나잇 때문에 언니의 처녀를 잃게 된다는 생각은, 심지어 그 문제가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가 자신의 얼간이같은 아이디어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나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혹시라도 내가 언니를 너무 몰아넣어서, 오로라랑 사귀게 된다면 어떡하지? 언닌 최근에 나한테 너무 상냥하게 굴었잖아, 혹시 나를 사랑하는 감정을 이겨내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이런 것 때문에 오로라랑 사귀게 되면 어쩌지? 그럼 난 평생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 할 거야.



"흠... 그거 아쉽네.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 겠어.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마는 거지." 네가 시도하기도 전에 창문 밖으로 던져버릴거야!



그 때 크리스토프가 다가와서 안나를 팔로 감싸안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니, 자기야? 너 지금 안 좋아 보여."



지금은 너랑 놀아줄 시간 아니야, 크리스! "오로라가 내 언니랑 사귀고 싶대. 아니면 그냥 박아대고 싶다거나."



"아,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이야? 엘사가 누군가랑 사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당연히 나쁜 일이지! 언닌... 언닌..." 씨발,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내 말은, 오로라는 너무 어려. 엘사는 연하한테는 관심도 없다고."



크리스토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음, 그러면 엘사가 오로라를 거절하겠지 뭐. 걱정할 건 없잖아?"



"맞아... 네 말이 맞네." 안나는 다시 한 번 오로라를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오로라는 예뻐. 몸매도 좋고, 기다란 금발에, 보라빛 눈동자도 잘 어울려. 그래도 엘사의 취향은 아닐거야. 나랑은 닮은 곳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렇지?



안나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부푼 가슴으로 시작했던 이 계획은 서서히 악몽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파티 내내 엘사와 오로라가 단 둘이서 이야기 하는 걸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





엘사의 눈은 파티 내내 여동생의 환상적인 맨등에 고정되어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저 부드러운 겉옷 밑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를 아는 지금은 더욱. 하지만 여동생을 눈에 담을 때 마다 시야 가장자리에는 항상 크리스토프가 있었고, 그걸 눈치 챌 때 마다 엘사는 미칠 것 같았다. 엘사가 멀리서 둘을 보고있자니 어느샌가 한 소녀가 다가왔다.



"안녕! 나 기억해?"



"응, 당연하지. 오로라 맞지?" 엘사의 눈에는 기다란 금발에 아름다운 눈을 가진 귀여운 여자애가 들어왔다.



"맞아! 그래서, 안나한테 듣기론 넌 대학생이라는데, 뭘 배우고 있어?"



"물리학. 아직 1학년이라 앞으로 뭘 배울지는 모르지만 말야."



"아, 정말? 나도 물리학 좋아해! 솔직히 말하면 과학은 다 좋아한다고 해야하나? 코로나 대학교는 좋은 곳이야?"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긴 한데, 나한테는 좋은 곳인 것 같아."



"멋지네. 나도 코로나 대학교에 다닐 생각이야. 물론 미술이 잘 안 풀릴 경우에 말야."



"너도 그림을 그리니?"



"응, 음... 내 고등학교는 디지털 아트에 특화되어 있긴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도 그림을 그려. 아 참, 언젠간 널 그려봐도 될까? 전부터 꼭 아름다운 모델을 그려보고 싶었는데, 넌 내 완벽한 뮤즈(muse, 영감의 원천)가 될 것 같아."



"응? 그거... 고마워. 근데... 잘 모르겠어. 난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그러지 마, 넌 항상 안나를 위해서 자세를 잡아주잖아? 나한테 한 번만이라도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제발!"



"글쎄... 안나는 대부분 내가 눈치채지 못 할 때 그림을 그리거든. 그래도 뭐...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말을 하고 있을 때 엘사는 굳어버렸다. 안나, 아주 잠깐 눈을 떼놓았던 사랑스런 그녀의 동생은, 지금 크리스토프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입술에.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남자친구야, 당연히 키스도 하겠지. 하지만, 그걸 알고있던 엘사였어도 눈앞에 마주하는 건 너무나 괴로웠다. 눈앞에 눈물로 희뿌애졌고, 이대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곧장 몸을 돌렸다. "미안해, 해야 할 일이 생각했어."



엘사는 거의 달리듯이 욕실로 들어가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숨겨, 느끼지 마. 그녀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주문을 외면서, 이건 자신이 바라던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했다. 안나의 사랑은 옮겨갔어. 이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엘사는 세수를 하면서 눈물을 씻어내었고, 거울속의 자신이 너무 안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하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더이상 아무것도 보고싶지 않아. 그래서 그녀는 침대에 앉은 채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려고 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방안으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엘사는 한숨을 내쉬면서 '들어와'라고 했다.



문이 열렸지만, 방안으로 들어온 건 안나가 아닌 오로라여서 엘사는 깜짝 놀랐다. 오로라는 천천히 걸어오더니 엘사의 곁에 앉았다.



"괜찮아? 너 갑자기 그러게 사라져서 깜짝 놀랐어."



"응? 미안해. 난 괜찮아." 적당한 변명은 없을까? "난 그냥... 파티를 좋아하지 않거든. 내가 알지도 못 하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거 말야."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 나도 파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난 그냥 파티를 연 게 안나라서 온 거지. 게다가 너와도 정말 만나고 싶었고 말야."



"응?" 얘 정말 이상하네."



"사실 그림속의 널 봤을 때 정말 아름다웠어... 그런데 현실의 너는 더 아름다운 것 같아."



혹시 얘... 나한테 플러팅 하는 거야? 엘사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오로라는 상대방에게 입을 맞췄고, 엘사는 생각이 멎어버렸다.




---------------------


비축분 다 털었어요. 다시 번역템포 엄청 늘어질 것 같네요...


대신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늘어지는 부분도 이 파트로 끝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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