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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자 몸속의 벌레

변불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0 17:00:03
조회 7231 추천 44 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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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을 내다보며, 냉정함과 온화함을 두루 갖춘 별의 성군 루크가 있으매

그가 두 손을 맞대자 만물의 빛이 강건한 육체에 스며들며 다른 두 손을 펼치자 세상의 모든 시름이 어둠으로서 화하리라.

별의 성군이 가로되 태초부터 빛과 어둠은 하나요. 슬픔과 기쁨도 하나이며 선과 악도 하나이니,

진정한 낙원이란 둘의 조화이며 공존이라 하더라.

별의 성군은 두 사도와 함께 슬픔에 탄식하는 이들에게 기쁨을, 쾌락에 눈이 먼 자들에게 근심을 안기니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부족한 것을 채우노라 하더라.

이로서 불완전한 이들이 의지하는 법을 배우고 배푸는 법을 배우며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되리니,

이들은 왕의 축복 아래에 찬란한 문명을 일으켜 세우며 이것이 낙원이요 천국이며 헤블론이라 하더라.

이에 감복한 태양신이 별의 성군 루크를 예찬하여 둘도 없는 보물을 하사하니,

세개의 눈과 네개의 팔을 나눠받은 쌍둥이가 탄생하여 영원토록 왕의 곁을 지키노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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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더는 마계를 죽음만이 가득한 땅이라고 칭한 바 있었다.

실제로 마계는 지옥으로서의 조건을 완벽히 갖춘 세계였다.

특히나 빛의 부재가 그랬다.

빛이 없으니 사람의 눈은 멀어지고 어둠을 틈탄 부정이 쉬없이 벌어지며

혹한이 끊이질 않아 생명이 태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먹을것이 부족해 누구 하나 배불리 먹지 못한다고..

힐더는 그녀 나름대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듯 했으나 아직까지 큰 성과가 없는 모양이었다.

루크는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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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골고타와 공주 칼바리는 왕의 선택을 적잖게 염려하고 있었다.

불현듯 나타나 루크와 친분을 쌓은 힐더, 그리고 그녀에게 감화되어 마계 사찰을 추진한다는 루크.

일련의 과정은 각별한 우정의 한 종류로 여겨질 만한 것이었지만

타자의 시선에서 본 둘의 관계엔 미심쩍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루크는 자식들이 무엇을 염려하는지를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대 예언자 였으니까.

루크는 두사람을 따사로이 감싸안았다.

"걱정할 것 없다. 아무 일도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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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아버지를 지켜줘."

"걱정하지 마세요 칼바리님! 제가 있는 한 루크님의 풍채가 훼손될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루크의 참모인 골드 크라운이 외형에 어울리는 익살스러움으로 칼바리를 안심시켰다.

"이쪽입니다."

앞장선 힐더가 허공에 균열을 만들어내자, 이윽고 혼돈으로 이글거리는 빛의 폭풍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루크는 그녀의 말을 뒤로한 채, 지평성 너머를 가득 메운 백성들을 하나 하나 둘러보았다.

이들은 루크를 향한 충심을 부르짖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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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타임스퀘어 한복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것 처럼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빛, 정확히는 빛을 품은 무언가였다.

한평생 본적 없는, 가장 깨끗하고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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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보니 유일신 같은 모양세군."

멀리서 광장을 지켜보던 정복자 카시야스가 운을 띄웠다.

힐더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하고 있었다.

구원을 바라는 무수한 손과 그 중심에서 사랑을 배푸는 빛의 거인은 마치 신화속의 한장면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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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에는 '특별한 존재'들이 있었다.

존재함 만으로도 강력한 위엄을 뿜어내는, 마계 제일의 강자들이라 불리는 몇몇의 외계 생물들,

하지만 루크를 진정 신경쓰이게 한것은 그들의 강대함이 아니었다.

"기묘하군, 다른 이들은 나와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그들에게선 자신과 같은것이 느껴졌다. 더욱 의미심장한 건, 그러한 존재들이 우연히도 이 땅에 모였다는 것이다.

이는 루크가 마계에 당도한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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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의 존재로 공허했던 메트로센터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드리우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들은 익살스럽고 친화적인 외형과 성격을 가진 골드 크라운에게 몰려들었다.

골드 크라운은 언제나와 같이 아이들과 놀아주며 빛의 풍선을 불어주고 있었다.

"크라운 아저씨, 저것좀 보세요!"

"와, 신기하다.."

한 아이가 신기한 눈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근처에 있던 아이들도 덩달아 눈을 돌렸다.

놀라운 광경에 모두가 시선을 빼앗겼고, 이는 골드 크라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느꼈던 감상은 아이들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아아앗! 이건 위험해! 아주 위험하다고!! 루크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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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변고로 마계가 행성 헤블론을 이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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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힐더의 목소리였다.

"힐더."

"현재 마계는 이계의 틈을 떠돌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틈을 열었다간 이계의 악마들이 대거 넘어오게 되겠지요."

"뻔뻔하군요! 지금 이게 누구 때문에 벌어진.."

"누구의 탓도 아니다."

루크가 골드 크라운의 격정을 제지하며 말했다.

"이곳에 넘어온 것은 순전히 나의 판단이었지 않은가. 그녀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네."

"하지만..!"

루크는 게슴츠체 힐더를 쳐다봤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 의심이 엄습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녀의 표정에선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가 훤히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좀처럼 알 수가 없다. 수심깊은 눈빛은 여전함에도, 이전과는 다른것이 느껴졌다.

"크라운님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모든 일의 원흉은 저의 주제넘은 행동 때문이었지요.

마계를 부흥시킨다는 일념에 눈이 멀어 루크님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루크님이 헤블론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모색 해보겠습니다.

"헤블론은 루크님을 필요로 하니까요.." 힐더가 덧붙이며 말했다.

한차례의 목례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루크의 경계를 다시금 불러 일으켰다.

"낭패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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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마계와 함께 표류하게 된지 얼마간의 세월이 흘렀을까.

수십년? 어쩌면 그보다 더? 그 세월을 정확히 기억해내지 못한것은 루크에게 있어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루크는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처한 문제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음을,

그는 늙어가고 있었다.

"이시스 프레이, 그대의 모성 테이베르스는 금빛 찬란한 낙원과도 같은 곳이라 들었소."

"그렇네. 낮과 밤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이었지."

"헤블론과 비슷하군."

어느덧 루크의 눈이 숙연함과 향수로 가득하다.

그는 단 하루도 고향을 생각하지 않은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정도의 무력감을 느낀적도 없었다.

그의 강인한 힘과 경이로운 과학도 떠나버린 헤블론을 되찾아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예사로운 일이었으면 이자가 마계의 하늘을 정처없이 날아다닐 이유도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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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라 형제여, 이대로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 단 한번만이라도 너의 그 잔학성을 잠재울 수 없는것이냐!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랜시간 대립을 거듭해온 우리였지만 루크님이 사라진 지금 만큼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둠의 힘이 모두를 구원할 열쇠라고?! 그건 크나큰 착각이다! 빛 또한 마찬가지다! 빛도, 어둠도, 헤블론을 구할수는 없다!

단 하나의 힘으로 만물을 품는다 해서 균형이 돌아올거라 생각하는가?!

천만에! 진정한 열쇠는 두 존재의 양립이다! 왜 그걸 몰라주는가!

주위를 둘러봐라, 네놈의 독선으로 얼마나 많은 이가 괴로워하며 죽었는지!

감히 네가 이 광기와 동란을 잠재울 수 있겠느냐!"

"....."

"헤블론이 기울어지고 있다.. 이젠 정말 우리밖에 없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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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었다.

강인했던 몸은 서서히 쪼그라들었으며, 수정과도 같았던 광채는 어느센가 사라져 있었다.

그는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었다. 또한 그 육체엔 어둠만이 남았으므로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것이 군중의 윤곽이라는 것 만을 희미하게 인지할 뿐이었다.

그들은 누구일까. 자신을 도우러 온 이들일까?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하지만 이내 그 기대는 산산히 조각났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말뚝에 꿰뚫린 상태였다. 가슴의 자상에서 어둠의 기운이 바람 빠지듯 뿜어져 나온다.

높이 솟아오른 그는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지르지만 군중들은 그를 말없이 구경할 뿐이었다.

그 시선이 두렵고 공포스러웠다.

죽음의 순간을 목도했을 때, 어느덧 그의 저항은 사그라들었다. 그는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골고타, 칼바리, 나의 아이들.. 그는 마지막 순간 자식들의 모습을 꿈에 그렸다.

하지만 눈이 감기기 직전 그의 눈에 보인것은 헤블론의 자랑스러운 쌍둥이가 아니었다.

눈동자.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차가운 눈동자..

루크는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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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은 있소?"

어느세 검버섯이 나타난 루크는 지금에 와서 더는 의미도 없는 질문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생명수는?"

"샘은 여전히 굳어있습니다."

'그리 대답하겠지.'

루크가 조용히 미간을 구겼다. 명백한 불신의 표명이었다.

그는 더 이상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와서 왕의 체면이 무슨 상관인가.

힐더도 알고있을 것이다. 이미 자신이 루크의 신뢰를 져버렸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 하여 늙고 병든 사자가 어쩔 수 있단 말인가. 이곳은 마계고, 마계는 그의 영토가 아니지 않은가.

"....."

시들해진 눈동자가 힐더의 가면을 조용히 주시했다.

꿈에서 봤던 차가운 눈동자,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명백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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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어딘가. 공간과 공간이 교차되는 얉은 막 사이에, 루크의 비밀스러운 장소가 숨겨져 있다.

허수공간은 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그의 건축가로서의 재량은 일찍이 현실의 규격을 벗어나 있었기에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야심찬 건설을 진행중에 있었던 것이다.

소실점으로 이어질 때 까지 우뚝 솟은 탑은 그 높이를 측정하기 힘들었으나,

외형에서 느껴지는 미적 감각은 헤블론의 유려함과 거리가 멀었고

또한 외벽에 조립되고 있는 자재들과 둔탁한 소음들은 완공의 때가 멀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는 제살을 깎아먹는 시도였다.

건축에 필요한 자재들과 에너지는 모두 루크의 품에서 그의 힘에 의해 창조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 건축물은 그의 건축가 인생 최대의 탑인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이로서 그의 노쇠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머뭇거릴 틈 또한 없었다. 모든 힘을 소진하기 전에 탑을 완성 할수만 있다면,

차원 항법 기술로 성채의 꼭대기를 헤블론과 연결시키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루크는 얼마든지 스스로를 불사를 용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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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스와 아누비스는 실패했다.

왕의 힘을 각성하지 못한 골고타와 칼바리는 그들에게 마땅한 도움을 주지 못했으며

균형이 무너진 헤블론은 붕괴하고 말것이다.

이 혼돈을 잠재울 수 있는것은 오직 제왕 루크 뿐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자신의 역작을 완성한다 한들 모성에 도달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때는 이미 헤블론이 사라진 후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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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흘렀다.

루크는 어느센가 만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힐더에게 대항하려는 의지도,

굳게 다진 심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모든 결의가 무저갱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는 그의 육체에 빛이 빠져나감으로서 그 빈자리를 어둠이 꿰차게 된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검은 악몽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심하게도, 세번째 눈은 루크에게 더욱 절망적인 악몽을 선사했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죽음 보다도 훨씬 깊은 수렁일 것이다.

그는 불현듯 자신앞에 펼쳐진 입체적인 화상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것은 하나의 풍경이었다.

세계가 천재지변에 휘말려 무너지고 있었으며, 가련한 민중이 비명을 내지르며 허덕이고 있었다.

지옥의 업화에 휩쌓여 모든것의 상이 희미했으나, 비명과 파괴가 끝없이 잇따름으로서

이것이 한 세계의 멸망을 보여주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한가지 기묘한 점은, 이 풍경속의 세계가 낮설지 않다는 것이었다.

루크의 표정은 전례없이 일그러졌다.

말라 비틀어진 두 손이 얼굴을 움켜쥐었고 그 사이에서 절규에 가까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미래는 불투명한 것이라 했던가,

하지만 루크에게 있어 미래는 너무나도 투명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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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따르면 헤블론은 우주의 중심에서 영원한 번영을 이어갈 터였다.

그곳에는 고통과 행복이 균일하게 양립하며 모든 이가 저마다의 극적인 희노애락을 간직할 것이고,

명이 다하는 날에는 지난날의 시련과 극복의 서사를 회고하며, 만족스럽게 눈을 감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속 이야기가 아니었고, 헤블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억겁의 세월, 우주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영광스러운 역사를 써내려간 빛과 어둠의 별은

자신의 존재함을 호소하듯, 하나의 회광반조가 되어 웅대한 빛을 펼쳐보였다.

그것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동시에 처량하기도 했다.


헤블론, 멸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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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가 희미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 호소했다.

"그대들은 속고있다..! 진실을 볼 줄 모른단 말이다! 어째서 이리도 무지한가!

진짜 적은 내가 아니다! 그대들 사이에 보란듯이 서있는 바로 저.. 저 여자가..!"

루크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의 자신이 상대하기엔 너무나도 높은곳에 있는 강자들.

자신의 주관을 관철함에 있어 굽힘이 없는, 건방지면서도 고귀한 존재들.

눈앞에 있는 그들의 시선 하나 하나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어쩌면 이들도 그녀와 한패인게 아닐까? 카시야스, 시로코, 그리고 이시스 프레이.. 당신까지..?

루크는 더이상 왕이 아니었다.

빛과 어둠의 지배자도 아니었다.

그는 초라한 노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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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테라의 한 섬나라에는 '사자 뱃 속의 벌레' 라는 속담이 있었다.

깨달음을 탐구하는 자가 부정을 저지른다는 '사자신중충'에서 유래한 말로

내부의 우환을 미쳐 알지 못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파멸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

음침하여 빛 한점 없는 지하 속에는 전경에 걸맞는 초라한 노옹과 그에 대비되는 화려한 차림세의 여성이 있었다.

그는 낡아빠진 멜빵을 주워입어 추위를 감내하고 있었다.

힐더가 주위를 둘러보자 벽에는 돌칼로 휘갈겨 놓은 정체불명의 그림들로 빼곡했다.

탑 처럼 보이는게 있는가 하면, 불에 휩쌓여 절규하는 파충류의 모습과 검은 눈을 가진 자도 보였다.

이 뒤죽박죽인 벽화에서 맥락을 찾기란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녀는 어째서인지 만족스러운 듯,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당신의 이름은?"

노인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의 지팡이는 수정의 빛으로 방주변을 조금이나마 밝혔는데,

빛에 비춰진 노인은 생명체라는 감각이 희미할 정도로 미동이 없어 그야말로 녹슨 불상을 연상케 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이곳에 갇혀 있었던 걸까.

"당신의 고향은?"

이번에도 노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당신은 누구죠?"

꽤나 본질적인 물음이었지만 역시나 노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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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형! 저 할아버지 누구야?"

"건설자 루크 님이셔. 힐더님과 함께 마계를 위해 헌신하는 분이지."

"내 기병 장난감을 순식간에 고쳐주셨어! 우리 루크님 집에 놀러가면 안돼?"

"아쉽게도 루크님이 어디서 지내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저 이것저것 쓸만한 고철을 주워서 어딘가로 가져가시지."



출처: 카툰-연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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