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내가 추구하던 시음회의 최종적인 목적과 맥주 시장의 현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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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3-내가 추구하던 시음회의 최종적인 목적과 맥주 시장의 현실에 대하여앱에서 작성

산월(散月)

2020.02.22 17:00:03

조회 2466 추천 19 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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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복귀 간 아는 분께 맥주 선물 드리려고 퓰러스 ESB를 찾아다녔었다. 미리 구해놔도 됐겠지만, 몇달 전까지만 해도 바틀샵-펍의 기본 라인업 중 하나였기에 구하는 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어서. 그런데 웬걸, 못 구했다. 차선책으로 영국맥주 비슷한 거라도 찾아봤는데 그림자도 못 봄. 하여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필키로 골랐다.

몇몇 사장님들께 여쭤보니 영국맥주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요새 입문하시는 분들은 뉴잉글랜드식 맥주나 도수 높은 스타우트보다 영국맥주가 낯설다고. 퓰러스는 곧 수입이 중단될 것 '같다'는 말도 들린단다. 어이가 없어 반문했었다.

'아니, 그러면 한국맥주 시장에서 영국식 에일의 다양성은 어떻게 보장받으라고?!'

그 전부터 어느 정도 느끼는 바는 있었다. 크래프트 맥주 시음회에 갔더니 '벨지안 쿼드러플'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계셨었고... 토플링 골리앗 '도로시'가 캘리포니아 커먼이라 했을 때 뭔지 반문한다든가.

유행의 구석탱이에 있는 맥주는 소외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러한 경향은 늘 있었으나 19년도 들어 심해진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나는 이전부터 내가 여는 시음회나 참여하는 쉐어링, 하다못해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맥주설명 해줄 때도 맥주재료의 개성을 이해하고, 이어 스타일을 섭렵하며, 양조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말한 사람이다.

재료는 맥주가 어떤 저변을 가진 술인지 알게 해준다. 양조의 영역을 벗어나 단순 재료특성의 조합만 나열해도 맥주는 수천여가지 이상의 개성을 지닐 수 있다. 스타일을 이해할 때 우린 이러한 재료적 특성이 현재 어떻게 쓰이고, 어떤 느낌으로 의도되는지 알수 있게된다. 스타일은 불변이 아니다. 지금이야 올드한 취급을 받는 서부해안식 IPA는 불과 5년 전만해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던 최신예였다. 그 당시 'IPA가 어떻게 탁할 수 있지?'라는 관념을 모든 양조사가 도그마적으로 받아들였다면 현대의 탁한 IPA는 존재하지 않았겠지. 스타일을 넘어서, 혹은 같은 스타일 내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양조자의 의도.

이런 맥락을 강조함으로서 나는 사람들이 맥주에서 날 수 있는 특징들을 경험하며 제 입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길 바랬고, 다른 주류에 비해 놀랍도록 다양한 맥주의 특징들을 이해하길 바랐다. 그러면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그날 겪었던 일에 따라, 혹은 경험의 누적으로 인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맞는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게 결과적으론 다양한 맥주를 골라마실 수 있는 시장을 연다고 봤다.

곁가지 다 쳐내고 말하면 '편식하지 말자'쯤 될건데, 직관적으로 맛난 일부 스타일, 개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맥주만 마신다면 자연히 맥주가 지니는 다양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알고서 안 먹는 것이라면 또 모르되, 존재 자체를 모르게 되고 수입조차 끊길 위기라니...

이 바닥의 기본 가치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이제 영국효모가 뉴 잉글랜드식 맥주의 런던효모 캐릭터로만 의의를 갖는 시대가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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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류 갤러리 [원본 보기]

고정닉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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