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나도 동숲하고 싶어...

근데 스위치 없지

그래서 그 대신 K.K. 보블헤드 만듦

집 근처 백화점에 있는 문구점에서 이런 스프링을 발견함

(버스타고 10분 정도면 집 근처지 뭐)

원래 있던 상표가 색이 바래고

새로운 상호명이 붙을 때 까지 팔리지도 않고 먼지가 쌓여있던 녀석이다

플라스틱 포장은 구겨졌고 고리 거는 구멍도 찢어져 있었다

내가 너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리라

(근데 사용한 재료 중에 가장 비싼 재료일 듯)

우선 설계부터 들어간다

스프링은 저 비타 병 뚜껑에 붙을 예정이다

넓이가 딱 맞았다

병뚜껑을 두꺼운 종이 원통으로 감쌌다

스프링이 탄성있게 움직이려면 머리에 약간의 무게가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지우개 덩어리를 잘라서 위에 붙였다

철사로 감아서 무게와 부피를 더했다

저 위에 알루미늄 호일로 둥글게 감쌌다

머리의 기본 골격과 몸통의 기본 골격

겉은 종이 마스킹 테이프로 감쌌다

머리 골격 구멍이 물파스 뚜껑에 딱 맞아서

작업대처럼 저기 꽂아넣고 작업했다

유리 병뚜껑의 둘레와 물파스 뚜껑의 둘레가 딱 맞는다니

현대 산업은 오묘하다

골격이 완성됐으면 페이퍼마셰를 해준다

카페 같은 데서 쓰는 페이퍼타월(휴지)과 물 섞은 물풀로

덕지 덕지 붙여줬다

(움짤 제대로 올라가나)

페이퍼마셰 코팅이 된 이후

기믹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도중에 실험해 보았다

스프링이 아직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덜렁거리지만 무게랑 길이는 대충 되는 듯 하다

이제 팔다리와 기타

K.K.가 앉을 의자를 만들어 줬다

기타는 두꺼운 종이 사이에 우드락을 끼워넣어줬고

팔다리는 철사로 골격을 만들고 거기에 알루미늄 호일로 살을 붙여줬음

의자는 나무의자가 좀 복잡하고 귀찮아서

아미보처럼 그냥 나무 둔치에 앉혀주기로 했다

페이퍼마셰로 살을 붙여준 모습

머리 모양이 적당히 완성됐으니 거기에 맞는 귀도 만들어 줬다

귀는 그냥 붙이면 떨어질 거 같으니

얇은 핀을 잘라서 꽂아넣어서

접착제와는 별개로 물리적인 연결부위를 만들었음

모양을 잡고 난 뒤에

갈아내고 페이퍼마셰 하고 또 갈아내고 휴지 붙이고...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 후의 모습

원래는 겉에 물풀을 덧칠하면 훨씬 매끈하고 반짝이는 질감이 완성되고,

그러는 걸 좋아하는데

K.K.의 포유류스러움을 남기고자 약간 보들보들한 질감이 남아있을 때 표면 작업을 멈췄다

흰색 물감으로 채색을 시작했다

근데, 그냥 아크릴은 너무 표면이 꽉 막히는 거 같고

접착제 붙이면 벗겨지는 경우도 있길래

일부러 휴지에 스며들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을 해줘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짓을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다

물기가 조금만 있어도 물감은 묻어나고

당연히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마감제가 필수가 됐지만

아크릴 물감과는 다르게 수성 바니쉬를 바를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건프라 만드는 사람에게서 얻어낸 마감제를 뿌려야 했다

수채화 물감은 쓸게 못 된다

역시 학창시절에 쓰던 물건은 그냥 졸업과 함께 버리는 게 맞다

큰 깨달음과 함께

아크릴 물감으로 나머지 채색을 해준다

붓으로 K.K. 얼굴 그리다가 집중력 오링나서

기타 색 칠하는 거를 완전히 조졌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방전돼서 더이상 채색할 수 없었다

접착제를 붙일 부위에 이쑤시개를 꽂아서

귀를 붙일 때 처럼 물리적인 지지대를 마련해줬다

채색이 끝난 후 조립

스프링은 핀을 짧게 잘라 못처럼 꽂아줌

그냥 접착제만 바를 때 보단 충격에 훨씬 강해졌다

접착제는 저 핀 꽂은 쪽에 순간 접착제 한 방울 씩만 뿌려줬음

나무 둔치 밑에는

다이소를 뒤지다가 발견한 예쁜 나무 토막을 붙여서

머리의 무게로 인해 쓰러지는 일을 막아주고,

평평한 바닥으로 안정성을 더해줬다

다이소에 진짜 별게 다 있더라

정작 진짜 쓸만한 물건 빼곤 다 있음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K.K. 보블헤드

일단 처음에 생각한 만큼은 만들어진 거 같다

아, 피곤하다

흔들면 K.K.가 헤드뱅잉을 한다

신곡은 락인 모양이다

역시 K.K.야 장르를 넘나들어

캔들워머 조명을 이용해서

마치 카페나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 같은 장면을 연출해준다

K.K.의 머리를 후려치는게 묘하게 중독성 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K.K. 보블헤드를 만들어 보았다

...스위치 물량이 언제 풀리려나...

유일하게 하나 있는 스위치 우리 형님 거인데다가

결혼하고 나가시면서 이제 못 해...

아무튼 어설픈 자작기

재밌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제리 인사 하는 거 어떻게 만들었냐?] <- 링크 글 씀

ps.

다이소에서 산 예쁜 나무토막의 정체

는 냉장고에 붙이는 병따개였습니다.

퐁~!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