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가끔 내려가서 텃밭 가꾸며 쉬다 오시는 시골집이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댕댕이 한 마리가 우리집 마당에 들어와 살고 있었음

처음 발견했을 때 쫄쫄 굶은 상태라서 너무 안쓰러워서

어머니가 밥 주려고 불러도 경계가 심해서 손도 안 탔다고 함ㅋㅋ

그래서 달걀이랑 밥으로 계란죽(간 안함) 끓여서 물이랑 같이 마당에 두고

문닫고 들어가면 얘가 나와서 허겁지겁 먹고 도망가고를 며칠 반복했대

어머니가 처음 발견했을 때 최대한 줌 땡겨서 찍으신 사진ㅋㅋ

사실 전에 키우던 강아지 떠나보내고 너무 상심이 크셔서

자신 없으시다고 이제 다신 개 안 키운다고 하셨는데

쬐끄만게 뱃가죽이 등에 붙어서는 무거운 목줄 하고 돌아다니니

안쓰러워서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으셨대

아주 시골이라 사료 사려면 읍내까지 차 타고 나가야 돼서 처음 3일 정도

계란죽 끓여주시다가 3일째 되는 날 읍내 나가서 개사료 사오심

일주일 정도 밥 챙겨주니 밥 때 되면 마당에 와서 낑낑거리고

어머니만 보면 배 까고 애교피우는 사이가 됨ㅋㅋ

목줄 때문에 주인 있는 개를 풀어뒀다 길 잃은 걸까봐

첨엔 풀어주지는 못하고 느슨하게만 해줌

주인 있을까봐 얘 데리고 온동네를 돌아다녀 보고

수소문도 해봤는데 다들 처음 보는 개라고 누가 버린 것 같다고...

국도변에 있는 마을이라 차 타고 가다 유기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봐...

이 동네 분들 다들 마당에 진돗개 묶어놓고 키우면서

집안에도 애완견 한두마리씩은 키우시는데,

애완견은 대부분 우리집처럼 버려진 애들 거둬 키우시는 거라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에 나가면 못 보던 개가 있는 일이 다반사래

그래서 주인 안 나타나길래 냉큼 보쌈해옴ㅋㅋ

시골에서 다들 바둑이라고 불렀는데 예쁜 이름 지어주고 싶어서

엄마랑 내가 좋아하는 만화주인공 이름 따서 셰리라고 지었다

병원에서 나이는 세 살 정도 됐다고 하셨어

우주최강 겁쟁이라 도시에 적응하기 전까진 산책나가도 꼬리 내리고

아저씨들 지나가면 얼어붙고 얼굴도 늘 겁먹은 표정이었음ㅠㅠ

아무래도 전주인이 버리기 전에 때리면서 키웠는지,

집에서 내가 요리하다가 뭐 떨어트려서 쿵 소리만 나도

달려나와서는 잘못했다고 배뒤집고 덜덜 떠는데 진짜 눈물 날 것 같더라

지금 데려온지 네 달 가까이 됐는데,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부터 점점 꼬리도 올리고 당당해지더니

도시여자 됐으니 예쁜 옷도 입고 차도 타보고

쿨쿨 잠도 잘 자고 이제는 완벽 적응해서 우리집 막내딸로 살고 있음!

엄청 활동적이고 실외배변이라서

매일매일 하루 두 번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고 있어

보통 아침은 한 시간 정도, 저녁은 공놀이하면서 30분 정도 하는데

사람만 지치지 얘는 지치질 않아 에너자이저임ㅋㅋ

그래서 날씨 좋고 미세먼지 적은 날에는 낮에도 한 번 더 나가기도 함

이제 애교도 부리고 성질도 부리고 많이 밝아져서

요즘엔 진짜 온가족이 얘 보는 낙으로 산다

경태처럼 예쁘게 웃는 얼굴 보는게 꿈인데

아무래도 셰리는 웃는 개는 아닌가봐^^;;;

그냥 우리 막내 자랑하고 싶어서 올린 글인데

긴 글 끝까지 읽어준 사람 있으면 감사하고

마지막으로 산책하면서 찍은 셰리 사진 몇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