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가득 찬 오늘.

일찍 들어온 아빠가 밥 생각이 없던 내게 말씀하셨다.

'배가…. 고파져 버렸다. 따뜻한 걸 다오!'

그래!

국수를 먹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걸 원하시니 어쩔 수 없지.

정말 어.쩔.수 없지!

디포리 한 웅큼과 손질한 멸치 한 웅큼을 달달 볶아준다.

그동안 찬물에 다시마를 넣고 불을 올려주자.

2인분 기준으로 물은 2L 정도가 적당하다. (끓다 보면 절반쯤 증발한다)

끓기 시작하거든 다시마를 뺀 국물에 다 볶아진 멸치와 디포리를 넣고 20분 더 끓여준다.

양파와 고추, 마늘은 비린내를 잡아주는 아주 고마운 부재료들이다.

잠깐!

자연의 감.칠.맛 새우 가루도 살짝 넣어주자.

원재료를 빻아서 육수를 내면 짧은 시간에 훨씬 진한 육수 맛을 낼 수 있다.

(비슷한 원리로 멸치를 가루 내서 육수를 내도 된다. 백종원 아재가 이렇게 한다던데….)

귀찮다면 미원(MSG), 혹은 미리 빻아놓은 시중 가루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오~! 오~징어!

키친 타올로 껍데기를 벗기고 몸통 안쪽에 칼집을 잡아준다.

끓고 있는 소면.

걸러진 육수에 애호박과 당근을 넣고 끓어오르거든 마지막에 오징어를 넣어준다.

너무 오래 끓이면 고무 같이 질겨진다.

간은 조선 간장으로 맞춘다.

헹궈지는 소면.

음. 좋아!

김가루 팍팍.

아빠가 슬쩍 나와 국수 하는 날 보시더니 '아들. 미안해서 어쩌지? 갑자기 점심 약속이 잡혔는데~' 라고 말씀하셨다.

으으…. 어쩔 수 없지. 혼자 먹는 수밖에.

파호후…. 쿰척 쿰척!

국물을 비우던 도중 과연 아빠는 점심 약속 때문에 국수를 거르신 것인지, 강력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설마!

….

복수할 것이다.

(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