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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스갤문학] 솔키문학 - 16

ㅂㄷㅂㄷ(218.101) 2015.11.14 10:00:06
조회 454 추천 13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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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의 세상은 소울키에게 매우 친절했다. 원래 살던 세상에서는 싸우는 것 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소울키는 이노베이션, 레인, 에스오에스 등과 평화롭게 대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날 무언가가 갑자기 틀어져 이들을 죽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만 했다. 아니면 자신이 그들의 동료나 친구를 죽이거나, 아니면 그들이 제 동족을 죽일 수도 있고. 그게 다 살기 위해서였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소울키의 생존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소울키에게 안전한 곳은 없었다.


코치도, 민철의 어머니도, 윤종도, 명식도, 이곳에서는 모두가 소울키에게 다정하고 친절했다. 그들과 이야기하면서는 다음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 세상에서는 피를 보지 않아도 소울키가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쟁이 없는 세상이라고 해서 삶이 치열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 사람들도 모두 나름대로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소울키가 이런저런 사고를 치긴 했지만 코치에게 가장 근본적으로 미안한 것이라면 역시 제 정체에 대해 알게 한 것일까. 민철에 대해 알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더라면 코치에게 실존하는 저그에 대해 알게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민철의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소울키의 세상에 대해 알 필요는 전혀 없다. 


돌아가기 전에 어떻게든 사과할 수 있겠지. 무섭게 해서 미안하다고. 


냉장고 및 미처 환불하지 못한 물건들을 팔기 위해 거의 2주 내내 중고나라에 글을 올리는 코치를 보며 왜 이렇게 진지한 생각들이 든 것인지 소울키는 알 수 없었다. 자꾸 사기 치려는 사람들만 걸린다고... 코치의 싸움은 이리도 장기전이다. ...미안하게 됐다 코치.


[ 형 나 내일 경기함 ]


[ 보러오셈 ]


그와중에 윤종에게서 카톡이 왔다. 지구레인의 의지 하나만큼은 칭찬해야겠다고 소울키는 생각했다. 소울키는 본의 아니게 윤종의 카톡을 많이 읽씹했다. 이유는 단순히, 한국어에 서툴어서였다. 코치한테 대신 써달라고 하기도 뭐하니까 예 아니오 같은 짧은 대답 아니면 늘 씹기 일쑤였고, 그럼에도 윤종은 굴하지 않고 소울키에게 카톡을 보내곤 했다. 


[ 초갓님도 오신다고 함 ㅋㅋ ]


[ 형 오면 레알 탈좆운 정모임ㅋ ]


“코치, ‘초갓님’이 누구야?”


“예? 뭐라구요?”


소울키는 처음으로 윤종과의 카톡 채팅방을 코치에게 보여줬다. 코치는 채팅방 스크롤을 살짝 올려봤고 하얀 말풍선만 줄줄 있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동성친구들에게 하트 날릴 때부터 알아보긴 했다. 얼마나 외롭고 심심하면 민철에게 이렇게 열심히 카톡하는 걸까 싶었다. 읽기는 읽으니까 희망을 가지고 이렇게 맨날 ㅎㅇㅎㅇ, ㅁㅎ? 하고 인사하는 걸까.


“‘초갓’은 정명훈 선수 별명이에요. 판타지라고 하는 게 더 쉽겠죠?”


“아아, 기억났다. 여기 판타지도 예의바르고 착한가?”


“그런 편이에요. 굉장히 모범적인 프로게이머랄까요. 소울키님, 윤종이 경기 보러 가보는 게 어때요? 경기장은 한 번도 안 가봤잖아요.”


“코치 지금 나보고 지구레인을 보러 가라는 거야?”


소울키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아니, 그게 아니라, 경기장 견학이라고 생각하심이;;;”


“그럼 다른 경기 보러 갈래.”


“저, 소울키님.. 지구레인이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지구레인은 지구레인이지 레인이 아니에요.”


말하면서도 코치는 레인탈트가 올 거 같은 것을 겨우 넘겼다. 소울키가 대놓고 윤종을 질색하는 게 코치는 영 마음에 걸렸다. 세상에 이렇게 대놓고 읽씹이라니... 민철이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이러다가 돌아오는 날에 이렇게 멀어진 관계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무래도 윤종과 소울키의 관계를 좀 좋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울키님, 카드, 드리겠습니다.”


카드라는 말에 소울키가 정말? 하고 되물었다. 민철의 카드를 코치가 가져간 후 소울키는 은근히 답답함을 느꼈던 것이다. 카드란 무엇인가. 안 쓰는 사람도 없거니와 한 번만 쓰는 사람도 없는 그런 아이템이다. 코치가 나음 용돈을 충분히 준다고 줬지만 카드를 긁는 편리함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현금 계산은 소울키에게 너무 어려웠다. 그러나 소울키는 카드를 무력으로 빼앗지 않고 꾹 참고 있었다. 그래, 이건 내 게 아니라 김민철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예, 카드 한도 내로 마음대로 쓰셔도 됩니다. 대신 정윤종 선수, 정명훈 선수랑 같이 맛있는 거 먹는 사진 찍어와주세요.”


“알았어. 그거야 쉽지 뭐.”






코치는 일이 있어서 소울키와 함께 경기장에 가지 못했다. 소울키는 택시를 타고 강남에 있는 경기장앞에 도착했다. 코치가 설명해준 길을 떠올리며 택시에서 내린 소울키는 생각보다 쉽게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정직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일찍 온 팬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헐, 철숭이다. 경기 보러 왔나봐. 와 진짜 작다. 누구 보러 왔지? 등등 작게 수군거리는 팬들의 말소리는 당연히 소울키의 귀에 다 들렸다. 작게 태어난 건 어쩔 수 없지. 쳇.


“어? 형 오랜만이에요.”


어디에 앉아야하나 경기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어째서...? 그러고 보니 지구레인이 누구랑 붙는지도 모른 채 경기장에 왔다. 조지명식 같은 건 당연히 보지도 않은 소울키였다. 설마... 소울키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에스오에스, 아니, 김유진이 해사하게 웃으며 서있었다.


“형 그동안 잘 지냈어요?”


“어, 어;; 그래;; 난 잘 지냈어;;;”


레인이 소울키를 짜증나게 하는 존재라면 에스오에스는 소울키를 찜찜하게 하는 존재였다. 늘 웃는 낯인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실제로 이상한 짓도 많이 하고 말이다. 저그와 테란에게는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프로토스였고 그나마 소울키쯤 되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이었다. 물론 속은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지만 말이다. 이 세상에서도 날 놀래키는구나 에스오에스..


“돌아왔다는 말은 들었는데 하도 소식이 안 들려서 죽은 줄 알았잖아요. 아, 음료수 마실래요 형?”


유진의 말에 민철이었다면 죽긴 뭘 죽냐면서 맞받아쳤을 것이나 상대는 소울키였다. 편의점에 다녀온 모양인지 유진이 건네준 게토레이를 얼떨결에 받아들고, 무슨 대답을 해야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인가 소울키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왜 나는 에스오에스만 만나면 이렇게 되는가. 윤종이 난입하지 않았더라면 소울키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 채로 계속 고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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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료수 마시지 마세여......




출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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