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포유류만큼이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랑입니다. 오늘은 시간이 드럽게 남아도는 관계로 좆노잼 디즈니 관련 썰을 풀기로 했습니다. 저처럼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니메트로닉스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있을겁니다. 들어 본 적 없는 분들도 이미 다 아시겠지만 글의 흐름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애니메트로닉스는 로봇 설계를 통해 생물 따위의 소리나 행동을 모방하여 어트랙션, 영화 촬영 등에 활용하는 기법을 칭합니다. 설명만 봐도 알 수 있듯 애니메트로닉스는 로봇과 선뜻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이대로라면 오르골 또한 연주자 없이 악보를 연주하니 넓게는 사운드 애니메트로닉스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좀 더 멀리 내다보면, 로봇의 대 조상격인 오토마톤까지 애니메트로닉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르골과 오토마톤 모두 특정 소리, 특정 동작을 수행하도록 설계 되어있습니다. 오늘날엔 이들을 로봇, 기계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죠>

초창기엔 실제로도 위의 예제들을 포함하는 의미로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쓰였지만, 1961년, 월트 디즈니가 손을 대자 모든게 달라졌습니다. 그는 1955년에 개장한 디즈니 랜드 리조트 테마파크, 오늘날 디즈니 랜드로 잘 알려진 테마파크에 새로운 어트랙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그의 엔지니어들에게 혁신적인 볼거리를 요구했습니다. 언제 어디건 공돌이는 까라면 까는 놈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기존의 애니매트로닉스 개념을 완전히 통합한, 소리와 동작을 모방하는 기계를 최초로 고안해냈습니다. 이 순간부터 애니매트로닉스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이 최초의 애니매트로닉스는 당시엔 놀이동산의 어트랙션에 불과했지만,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이쯤에서 사악한 월트 디즈니는 이 충실한 노예 기계들이 조금 다른 일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영화라던가.....

<이제는 전설이 된 메리 포핀스의 singing Robin Scene>

 그렇게 탄생한게 메리 포핀스(1964)입니다. 말이 필요없으니 직접 감상해 봅시다. 이 당시엔 무선 송신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줄리 앤드루스는 새의 발로부터 나온 전선을 손과 팔로 숨긴 채 연기해야 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줄리 앤드루스의 손의 양면이 동시에 드러나는 쇼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럼에도 이토록 작은 새가 (시대를 고려했을 때) 이토록 다양한 동작을 하며, 지저귀게 만든건 정말이지 시각효과적으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날로그 영상 합성 방식을 완전히 갈아 엎고, 애니메이션과 실사 촬영분을 합성하는 등의 놀라운 특수 효과적 진보를 일군 것을 인정받아, 메리 포핀스는 아카데미 시각 효과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미국 영화 시장에 애니매트로닉스란 특수 효과를 널리 알린 셈이죠.

 p.s.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 영화 촬영 7년 전, 에두아르 헤르젠과 잭 킬비란 두 명의 천재가 발명한 집적회로 덕에 저 장면의 촬영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적회로 덕에 회로들의 부피는 마술처럼 줄이고, 성능은 뻥튀기 시킬 수 있었죠. 컴퓨터가 작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 입니다. 하지만 설계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기에 회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도록 합시다. 그래도 말이 나온 김에 이분들께 감사할 시간정도는 가져야겠죠? 왜냐면 이 분들이 없었다면 여러분들은 지금 이 똥글을 보고 계실 수가 없거든요.

<좌:에두아르 헤르젠, 우:잭 킬비 / 두 대머리에게 5초간 감사의 묵념>

 각설하고, 메리 포핀스를 기점으로 영화 세트용 로봇 (애니매트로닉스)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기존의 SF 영화들에서 등장한 거대한 실리콘 보디를 입힌 괴물 분장 등은 사람이 속에 들어가거나, 스튜디오 내에서 여러 사람이 메달려 '연기'를 해줘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애니매트로닉스의 등장으로 보다 자연스럽고, 보다 큰 규모의 소품들이 스스로 연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영화사들은 각본과 주제를 보다 폭넓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쥬라기 공원이나, 터미네이터 등이 그러한 시대 배경하에 자유로움 아래서 탄생한 영화들이죠.

<유압 실린더 관절과 신소재 표피로 무장한 T-Rex의 박력>

물론 특허, 저작권 귀신인 디즈니 답게 얘기가 아름답게만 흐르지는 않았습니다. 월트 디즈니는 이 애니매트로닉스란 기똥찬 기술을 독점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Audio-Animatronics란 상표로 출원해 타 영화사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타 영화사들이 이에 대항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특허를 우회하거나, 더 상위 기술을 출원해 오늘날에는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디즈니 본사 홈페이지에는 Audio-Animatronics™ 이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하네요. (확인은 못 해봤지만) 그럼 21세기의 최신식 애니매트로닉스 예시들을 마지막으로 소개 해드리면서 오늘의 똥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음에 또 시간이 난다면 CG와 촬영 기법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