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이 반항할 때 김헌은 이런 말을 했었다.
"정치란 백성과 동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는 자가 통치하고 백성을 인도하는 일"이라고.
이 말은 결국 백성의 의지를 인정하지 않고, 힘으로 고삐를 걸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다니겠다는 말과 상통한다.
김헌은 지금까지 나라뿐만이 아니라 김씨 일가도 그런 식으로 다스려 왔을 거다.

그리고 그런 김헌의 통치 방식이 초래한 것은?
극 초반에는 "모두가 존경하는" "아름드리 나무"라는 수식어가 김헌에게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극이 전개되면서 그 허울 좋은 말들 뒤에 감춰진 진정한 속내들이 드러났다. 공포.
백성에 대한 공포를 무기삼아 왕을 휘두르고, 그런 왕을 무기삼아 백성들에게 공포를 심는 방식으로 통치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비록 기생 천출이라지만 엄연히 딸인 중전도 김헌에 대한 공포에 질려 뱃속 아기의 성별을 필사적으로 속인다.
감히 세자에게 자객을 보낸 의교근교 형제도, 뒷수습이 말끔하게 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숨기기에 급급한다.
김헌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김헌의 사람들"이 김헌에게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고 숨기는 것들이 김헌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김헌에 대해 "김헌의 사람들"이 가진 두려움이 그들의 입을 꽉꽉 틀어막았고, 김헌이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을 그런 사람들로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헌 그 자신이다.
김헌이 가진 뒤틀린 통치관이 그들을 실패 하나에 덜덜 떨도록 몰아갔다.

김헌은 최후의 최후까지 자신의 그릇된 통치관에 발목이 잡혀 패망할 것이다.
거기에 그의 사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부 김헌 스스로가 쌓아온 업보이고, 스스로가 열어젖혀 온 몰락의 길이다.
어쩌면 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몰락은, 철저하게 무너진 자신의 통치관 위로 그가 무시했던 세자의 통치관, "백성과 동무가 되는" 통치관이 올바른 길로 백성을 인도하고 당당히 빛을 발하는 걸 지켜보는 게 아닐까.


짤은 갤줍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