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최진언 시점 스핀오프 02 _ 라면이 참 달다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며칠 째 그녀만 따라다녔다.

그녀의 동선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도서관 아니면 편의점 그리고 고시원

그녀는 주로 오전 수업을 들었고, 수업이 비는 시간엔 어김없이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저녁이 뉘엿뉘엿 할 때에는 학교 앞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다.

나는 주로 그 곳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사실 틈만 나면 그 곳에서 라면을 먹었다.

처음에는 음료수만 하나씩 사서 나왔더니 그녀를 보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다.

그래서 그 곳에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야간 근무를 하는 날,

편의점을 다니기 시작한 지 딱 한달 째 되는 날,

야간 근무 날은 매일 밖에서 서성이며 몰래 보기만 했는데

현우랑 술을 마신 김에 용기내서 편의점에 들어갔다.

이상하게 더 긴장되긴 했지만,

평소처럼 똑같이 라면을 사고 돈을 내밀었다.

그런 데 그 때, 그녀가 편의점을 다닌 이후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생활과 법률 맞지?"

"네?"

드디어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 챈 걸까?

이런 순간을 매일 생각했는데.. 매일 상상했는데...

난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너 라면 진짜 좋아하는 구나."

"네?.. 네.."

그녀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다.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던 허무한 그녀와 나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나고

조금은 섭섭한 마음으로 어김없이 작은 구석에서 라면이

아주 천천히 익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때.....

"같이 먹자. 그리고 이건 보너스야"

그녀가 라면을 내려 놓고 내 옆에 앉았다.

그녀가. 그녀가 내옆에 앉았다.

그것도 모자라 나에게 삼각김밥 하나를 내밀었다.

"너 행운인 줄 알아. 유통기한이 지난 지 1분 밖에 안된 거야.

공짜로 너 줄게. 라면만 먹지말고 밥도 먹으라구"

"감사합니다"

그녀는 씽긋 하며 웃었다.

"밥 혼자 먹기 싫었는데 잘됐다. 근데 넌 이름이 뭐야?"

"최진언"

"최진언.. 그렇구나. 내 이름은 도해강이야"

그녀와 처음 대화를 나누고, 그녀에게 처음 무언가를 받고

그녀에게 내 이름을 알려준 그 날

그리고 그녀와 나란히 앉아 함께 처음으로 밥을 먹는 그 날

나는 아직도 그 날의 그 라면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내 생애, 가장 맛있는 라면을 먹은 날.

라면이 참 달았던 그 날.

우리는 그 날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