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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의 역사왜곡 논란을 보면서, 신돈때가 떠오른다

낙원시대(121.186) 2009.01.21 09:20:55
조회 504 추천 0 댓글 41

필자가 본 사극중 단연 1위로 꼽아주는 것은 신돈이다. 딱히 신돈이라는 드라마의 스토리나 드라마적 연출력이 뛰어나서라
기보다 사극에서 보기힘든 굉장히 철학적이고 감수성 짙은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돈때도 역시나 역
사왜곡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일명 "전통사극"이라고 일컫는 "사료중심의 객관적 전개"를 보여주는 드라마는 제국의 아침에서 끝장이 났다고들 한다. 얼마
전에 했던 태왕사신기나 주몽등 아예 판타지 전쟁멜로무협드라마(이걸 사극이라고 하기에는 제작자 본인들도 낯뜨겁지 않
을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제쳐두고 말이다. 아니, "창작형 신화(사)극"이라고 불러주는 정도는 용인해주고 싶다)등은 말
할것도 없거니와, 신돈이라는 인물에 대해 유학자적 시점을 탈피하고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신돈"역시나 사료적인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역사왜곡을 심하게 한것이 맞다. 그것도 무척이나 많이.

신돈에서 특히 문제시 되는 것이 신돈의 행적에 대한 부분인데,(초반부에 날아다니고 경공을 쓰는 부분은 극적 상상력이라
고 좋게 봐주자 ㅡㅡ;)사료에는 공민왕에게 정권을 일임받은 뒤 매일같이 여색과 고기를 탐하고 왕에게 간사한 언동을 일삼
으며 그야말로 막장짓을 매일같이 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신돈의 행적에 대해 일절 이러한 부분에
대해 거부하고 있으며 신돈을 매우 청렴하고 거룩한 인물로 묘사한다. 이는 "역사학적"관점에서는 분명 기록과 유배되는 "재
해석"이며 기록을 부정하는 행위로 사료자체만 놓고 크게보면 역사왜곡이 맞다.

하지만 근래에는 신돈에 대한 학계의 태도는 사료처럼 막장스님이라는 평가보다는 신돈의 극중 이미지와 부합되는 "개혁
가"로서의 평가가 높다. 이는 조선조 역사학자들이 조선시대 이성계일파의 정권획득과정을 "신돈과 공민왕이 막장이었어
효"라고 주장해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추태후는 어떨까? 고려사에 따르면 천추태후 자체는 그야말로 막장오브막장의 탑클래스를 달리는 광녀이자 권
력욕에 물든 노망난 아줌마가 틀림없다. 아무리 세상이 자유로워지고 개방적인 사회가 되었다 한들, 권력을 틀어잡기위해
동생의 아들과 자신의 첫째아들(목종)을 죽이고 내연남과의 사이에서 얻어진 아이를 황제로 옹립하려고 한 그녀의 행동은
현대한국사회에서도 용인하기 어려운 폐륜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여기서 김치양과 천추태후 사이의 간통(전남편인 경종은 죽었으니 요즘기준으로는 간통이 아니고 재혼이다)을 욕하고
 싶은생각은 없다. 나 역시 조선조 유학자들의 기록인 고려사처럼 김치양이 거시기가 빅ㅈ ㅗ ㅈ이어서 천추태후가 홍콩을
가서 김치양과 만나고 다녔다는 유치뽕짝한 이야기는 별로 믿고싶지도 않고 믿음도 안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록은 유학적
인 가치판단위에 기초한 기록임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그녀의 행동은 오히려 왕족으로 태어나 고려시대 당시에는 그렇
게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던 재혼을 한 죄로 조선유학자들에게 까이고 또 까이는 것일테니.

문제는 이 드라마가 앞으로 전개해나갈 목종과 현종, 태후의 암살과 정치싸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다.
필자가 예상하기로는 천추태후의 정당화를 위해서는 목종은 유약하고 우유부단하거나 간사하고 음흉하거나 폭군이거나 사
대주의자로 묘사되어 "목종을 제거해야만 나라가 산다!"는 식의 전개가 되어야만 천추태후가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
이를 옹립하려는 의도가 정당화된다. 하지만 목종이 그런 상병1신이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목종이 게이엿다는 이유
로 까인다면 천추태후의 자유로운 여성상 역시 그 지지기반을 잃을것이고(동성연애는 안되고 재혼은 된다? 터부시되는 무
언가를 까부수려고 하는 드라마에서 목종은 게이라서 개색히고 딴남자와 정분난 천추태후는 정당하다! 이렇게 주장하면 과
연 누가 동감을할까?)목종이 병약하다거나 정치를 병1신같이 했기때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그런 기록도 없는데 작가분이
낯이 많이 간지러우실거다(경종도 낯간지럽지 않냐고 물어보지 않았는가? 극중에서 ^^;)

물론 이 문제는 작가분께서 알아서 풀어나가실 문제고, 이것을 기가막히게 풀어서 천추태후와 목종 모두 윈윈게임을 벌인다
면 작가분은 아마 천재이시리라(문학전공자인 필자는 존경을 마지않을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한쪽을 부상시키는데는 한쪽을 가라앉히는게 제일 편하다는 것을 잘 알기때문에 우려가 된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나오지 않은 부분이니 이쯤에서 논외로 치고

정말 문제는 이미 전개된 부분의 "사료적" 왜곡과 이에대한 천추태후 제작진의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1화에서 거란군이 곰
을 푸는등의 장면과 의상적인 고증문제, 천추태후가 무려 직접 말을타고 적군을 잡아 렙업(...)을 하는등의 부분은 까이고
또 까인부분이니 말할것도 없고, 경종의 어머니에 대한 기록은 고려사에는 몇줄 나오지조차 않으며 생몰년도조차 불명임에
도 불구하고 경종을 보호하다 광종에게 살해되엇다는 식의 전개, 그리고 강조가 발해유민이라는 설정은 어디서 튀어나온 설
정이고 강감찬의 집안이 역도로 몰려 몰락한 가문이라는 기록은 어디에 나오는건지 필자는 고려사를 뒤져도 도저히 모르겠
다.특히 경종의 배향공신으로 지정된 최지명이 경종을 뒷통수때렸다는 설정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되어서 나온건지 궁금해
죽을지경이다.

작가분께 묻고싶다. 저 위의 사건들이 분명 기록에 근거한 것이라고는 말씀하지 못하실테고, 극적 상상력으로 이해해달라는
대답을 하고싶으시다면 필자또한 하고싶은 말이있다.

필자역시 문학전공자이며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따라서 대하소설등에서 쓰여지는 상상력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천추
태후에서 강조가 발해유민을 닭보듯 쳐다보고 강감찬이 떠도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경종이 최지명에게 배반도 당하지 않고
그냥 시름시름 앓다가 꼴까닥 했다면 지금가지 나온 드라마가 얼마나 재미없어질지는 잘 안다.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방송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천추태후라는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특히 학생들은)이러한 드라마적 장
치를 그대로 역사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신돈을 길게 언급한 것은 신돈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은 적이 있고, 또한 논
란이 되었기 때문이다. 허나 신돈은 다르다. 이미 역사학계에서 주류로 편승한 신돈개혁가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기때문에
(이미 교과서에는 신돈은 개혁가로서 묘사되고있다)크게 문제가 될것이 없다. 쉽게말해 신돈은 "대세"를 탔을 뿐이다.

허나 천추태후는 다르다. 대다수의 사학자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역사학계의 평가역시 천추태후에게 부정적인 상태에서
천추태후를 마치 구국의 영웅인것처럼 묘사한다면 그것이 미칠 영향이 얼마나 심대한가? 천추태후가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라는 건 잘 알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신돈만큼의 성의는 있어야 한다. 신돈은 시작전부터 방영중에도 계속 신돈은 "신돈
이라는 인물을 재평가하고 개혁가로서의 신돈을 바라보는 시점의 드라마"임을 강조해왓으나, 천추태후는 그러한 설명이 빈
약하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이것이 진짜 역사인것으로 착각할 소지가 너무다 다분하다.

필자가 오바를 한다고 하고싶은가? 이러한 사극이 가장 크게 문제가 된 나라가 일본이다. 우리가 욕하는 일본의 역사왜곡은
 바로 이러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굳혀진 것이다. 그당시 제대로 된 기록인지조차, 아니 "이것이 그시대에 쓰여진 기록이 맞
는지" 아니아니, "이것이 역사자료인지 소설인지"조차 애매모호한 일본고대역사서들을 토대로 "헤이얀시대"의 일본을 마
치"당나라급 문화대국"으로 묘사해놓은 음양사등의 영화와 일본사극들을 보아라. 일본은 사극을 많이 찍는 나라다. 그러한
사극들이 안방을 무수히 점령하면서 일본인들은 제대로 된 중앙집권국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되는 일본 고대국가시절을 마
치 동양의 문화대국처럼 인식하고있지않은가? 또한 전후 제대로 된 반성없이 무수히 출판, 방영된 각종 군국주의적 시대극
들이 그들의 역사인식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가?

물론 천추태후의 작가께서 이러한 고도의 전략적 왜곡을 의도로 했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저 작가분의 역사적 관점
에 기초한 재해석을 극본으로 썼을 따름이고, 이러한 것이 작가분 또한 깊은 고민일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천추태후의 역사적 관점을 떠나 극적 재미를 크게 느끼고 즐겁게 시청하고 있는 필자는 걱정이 될 따름이다. 적어도 필
자만큼의 역사적 바탕이 있는 사람이라면 천추태후의 재해석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것이 준비되지 않은 시청자들에
게는 그것은 "재해석"이 아니라 "사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필자가 문학을 공부하면서 교수에게 들은 말이 있다. 글은 시위를 떠난 살이다. 관중을 노리고 쏘았으나 바람이 불고 날이
습하면 살은 관중하지 못한다. 글을 독자에게 자신의 의도대로 관중시키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천추태후가 바람을 잘 탄
살이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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