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막강한 정보력 원천은?

[경제투데이 윤대우 기자] #1. “이건희 회장 입국 했으니 전쟁 일어나지 않겠네” “정보력이 국정원보다 더 빠른 삼성을 믿는다” “이건희 회장은 평화의 상징” “박근혜 정부보다 삼성 정보력이 더 안심이다” 
“전쟁날까봐 무섭다 했더니 이건희 회장이 입국했다는 건 별 일 없다는 거라며. 아, 뭐지 이 설득력”, “이건희 회장이 들어왔으니 한반도의 전쟁 위험성은 낮아진거겠지”

#2. "삼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미리 알고 언론사에 문의했고, 해당 언론사는 합참의장에게 확인했더니 합참의장은 전혀 몰랐다“(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삼성의 정보력보다 못하다, 정부의 무능에 대해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한다."(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 

#1.은 지난 7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3개월간의 해외체류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등에서 네트즌들이 쏟아낸 다양한 의견들이다. #2.는 지난2011년 12월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3일이 지난 2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 위원회에서 나온 의원들의 발언이다. 

두 사례 모두 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예시들로 한국정부의 정보력이 삼성에 비해 밀리고 있다는 것을 직,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실, 일각에서는 일개 기업이 한 나라의 정보력보다 앞설 수 있을까? 라고 지적하지만 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삼성그룹 정보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어떻게 정부를 압도하는 정보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삼성 정보력의 힘은 결국 사람 때문”이라며 “오랫동안 정보 취득 능력을 쌓아온 정보맨들이 많기 때문이라고”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는 60~70년대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80~90년 안기부, 2000년대 이후 국정원까지 연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정보를 축적해온 정보맨들이 삼성 정보팀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 정보맨들의 목표는 오직 삼성의 부흥과 오너 일가에 대한 로얄티(충성심)”라며 “정보의 특성상 수십년 간 흔들림 없이 정보를 다뤘기 때문에 그동안 축적된 정보력과 그 인프라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5년마다 혹은 더 짧게, 정보기관 수장 교체는 물론, 부하직원도 수십에서 수백명이 교체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이러한 관행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정부의 정보력이 삼성을 뛰어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권 교체와 더불어 수반되는 국내정보 수장의 교체, 정보 요원들의 잦은 대규모 인사이동 등에 비해 삼성그룹은 자유롭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정보력의 9할을 맡았던 삼성 구조조조정본부 내 기획팀에서 주요 계열사의 대외협력단과 손발을 맞춰 정보 수집·분석 활동을 주관했다”며 “명칭만 바뀌었을 뿐, 수 십 년전부터 일하고 있는 선, 후배 정보맨들이 지금의 삼성 정보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의 정보를 총괄하는 미래전략실은 과거 구조조정본부에서 몇 번의 명칭 개정을 거쳐 수평 이동했을 뿐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은 별다른 위치 이동 없이 삼성 정보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번 신뢰하면 믿고 맡기는 선대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의 인사 스타일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촉발된 삼성과 CJ 소송으로 인해 정보팀 인원을 대폭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 근무하던 검찰 수사관 2명을 억대 연봉에 스카웃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들은 계열사 소속 인사팀 등에 배치됐지만, 실제로는 그룹 미래전략실의 지휘를 받는 정보맨 역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전 현직 국정원, 기무사,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출신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스카웃을 하고 있고 한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 최첨단 디바이스 기술, 글로벌 해외지사 및 정부, 언론, 그룹 계열사, 협력사 등으로부터 수집되는 각종 정보가 오늘날 삼성그룹의 막강한 정보력의 날개를 달아주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윤대우 기자 daew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