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텐 민옵은 언제나 믿보배였는데
오늘은 보면서 좀 속상하더라
항상 어떤 넘버나 장면도 명중률이 높은 배우였다고 생각했어서 오늘
이 장면은 별로네.. 다음 장면은 낫겠지,
이 넘버는 잘 안 맞네 다음 넘버는 낫겠지,
이런 식으로 버리는 장면이나 넘버가 하나둘씩 쌓여가니 내가 지금 뭘하는 거지 싶더라고

막심이 안 어울리는 옷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민옵이 빛나는 조연(때로 주연보다 더 빛나는)정도의 존재감이었던 거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음. 분명 민옵도 이전엔 대표적 남주 중 하나였는데

넘버가 민옵 발성이랑 잘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오늘 제일 좀 지루하달까 불만족스럽다고 느낀 건 민옵 연기였는데
비중이 커지니까 민옵 연기가 상당히 정형화?되어있다는 게 보이더라고

왜 그런 거 있잖아. 이런 넘버에서는 손을 딱 이 높이까지 올려서 끝낸다든가
몸은 이 정도 휘청거리고 딱 멈추고, 몸을 홱 돌리는 동작은 먼저 반동을 주고 돌린다든가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날 땐
양쪽팔을 밀어내며 일어난다든가(꼭 정확하게 이런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이런 어디선가 백만번쯤 본듯한 정형화된 연기들로 두시간 45분 채워지니까
꼭 극을 본 게 아니라 극중극을 본 느낌이 드는 거야

바꿔 말하면 막심을 연기하는 민옵이 극에서 둥둥 떠보였다는 거지
다른 막심들이 연기가 좋고 되게 감정 표현이 정밀한 배우들이라서 더 그렇게 보이나
초연 때 류막심도 연기가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막 밀어붙여서 쓰러지고 쏟아붓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민막심은 딱 연출이 요구하는 만큼만 쓰러지고 비틀거리는 느낌? 역에 몸을 던지는 느낌이 아니었어.
'이렇게 하면 잘 하는 거'라는 요령을 알아서 딱 그만큼 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첫공이라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민막심 오랜만에 주연이고 하니 좀더 몸을 던지고 자기 틀을 깨는 연기를 보여줬으면 좋겠음

노래도, 너무 기교적으로 실수 안 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 감정이 저렇게 격한 상황에서 비브라토에 신경쓰느라 절규로는 안 느껴지는 장면도 있고 좀더 스트레이트하게 감정을 담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멋부리는 듯한 넘버도 있고

하여튼 뭔가 기대와는 다른 막심이었던 듯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