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후기글은 블로그에만 쓰는 편인데 오늘 녹미니가 개취로 넘 좋아서 내가 생각한 노선을 써보려고 근데 장문주의...

오늘 쓸은 파워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미니넷이랑 녹촤가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밟고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 팽팽하기 기싸움을 벌이는 듯했어. 내가 쓸은 올해가 처음인데 절절한 꽃넷만 보다가 차가운 면이 보이는 미니넷을 보니 좀 새롭더라고. 만약에 리촤가 조금이라도 약한 노선이었으면 미니넷 손에서 완전히 놀았다는 느낌을 받았을 텐데 녹촤도 전혀 밀리지 않아서 나까지 숨도 못 쉬고 공연을 봤어

미니넷과 녹촤 중에서 누가 더 천재였느냐고 하면 당연히 미니넷인 것 같아. 리차드는 자신이 뛰어난 인간, 초인, 천재라는 것을 증명받기 위해서 니체와 네이슨을 필요로 했으니까. 하지만 이미 그가 네이슨을 필요로 했다는 점에서 네이슨에 비해서 모자란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반면에 오늘 미니넷은 자신이 뛰어난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어. 다만 사랑으로서, 혹은 집착의 대상으로서 리차드가 필요했고 리차드가 세운 계획 밑에 또 다른 계획을 세워 놓았을 뿐. 미니넷이 세 번의 "아니" 후 얼굴색을 바꾸며 "난 너보다 뛰어난 인간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리차드의 모든 생각을 알고 있는 네이슨을 발견한 것 같아.

하지만 오늘 미니넷은 내 생각에 처음부터 경찰에게 모든 것을 알리고 감옥에 둘이 갇히는 꿈을 꿨던 것은 아닌 것 같았어. 리차드의 행동에 따라서 경찰마저 얼마든지 속일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녹촤의 결정은 완전히 미니넷을 밟고 떠나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미니넷은 자기가 깔아두었던 모든 함정들로 녹촤를 옭아맬 수밖에 없었지. 아마도 이 결심이 완성된 것은 녹촤가 "더러운 변태새끼"라고 속삭이고는 팔을 쓸듯이 놔버리고 떠난 장면. 나도 그 장면에서 심쿵했는데 미니넷의 얼굴에서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지는 걸 보니까 나도 갑자기 울게 되더라고. 눈물에 굉장히 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것 같아서.

오늘 녹촤가 어프레이드에서 "너에게 약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장면은 미니넷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그 위에서 뛰어난 인간이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았어.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녹촤를 죽음으로 몰아간 건 미니넷의 진실인 것 같아. 녹촤의 자존심의 마지막 지지대를 무너뜨렸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가 마지막에 둘이 같이 부르는 노래가 더 인상적이었어. 리차드의 "죽기 전까지만"과 네이슨의 "살아 있는 동안"이라는 가사의 차이를 오늘 둘이 참 잘 보여준 것 같아.

리차드를 잃은 미니넷에게 감옥은 더이상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체념한 척 자신의 잘못을 고하지만 그가 진실로 뉘우치고 있지는 않다는 게 표정에 드러나더라. 특히 검사(맞나?)가 자신을 조롱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말을 멈추고 차가운 표정으로 노려보는데 소름이 돋더라고. 범죄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뉘우치지 않았고 그냥 녹촤를 그리워하는 마음만 남아서 그렇게 지친 것 같았어.

오늘 쓰릴미를 보면서 처음으로 울었는데. 그건 미니넷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서. 미니넷은 그에게 녹촤의 생각, 그가 세운 계획의 허점,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감정까지도 모두 보이는데 한 번 더, 한 번 더 이러면서 기회를 주고자 했던 것 같아. 리차드를 믿어보려고 계속 노력하다가 그게 깨지면서 흘리는 눈물이 엄청 슬펐어. 그래서 오늘 마지막 장면까지 내내 울었던 것 같아.

미니는 여보셔에서 보고 이번에 쓸에서 보는 게 두 번째 작품인데 여보셔에서 내 최애순호라서 쓸에서는 어떨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갔거든. 근데 역시나 쓸에서도 좋아서 애정배우에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왜 때문에 회차가 몇 번 안 남았...오늘 표가 내 미니넷 자첫자막...흡...남은 회차 쩌리석이라도 가야 할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