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필립의 세상에는 세가지 유형의 사람만이 존재한다. 보통의 사람들과 보통인척 하는 사람들, 그리고 배척당한 존재들. 보통인척 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서로를 알아볼뿐이다. 자신과 같은 동질의 영혼을 가진 그들을, 그 어떤 외적인 액션이 없어도 알아본다. 그렇기에 올리버와 필립은 서로 알아보았을 거다. 그리고 약간은 다른 이유에서겠지만, 필립은 거리에서 버스에서 도서관에서 그들을 알아보았을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치밀어오르는 역겨움을 느껴야 했다. 배척하고 손가락질하는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그런것들이 두려워 자신에게 도망쳐 현실에서 표류하고있는 자기자신으로부터.

어쩌면 필립의 그 끔찍한 혐오는 자기자신에게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필립이 아는 세상, 살아야할 세상으로부터 맞설 용기도 자기 자신을 마주할 용기도 없는 무능력한 자신이 끔찍하게 보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보라고, 세상이 틀린거라고 올리버가 말했을 때 필립은 주저했다.

공원에서의 그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의 육체적인 관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혐오. 필립에게는 두가지 길 밖에 없다. 침묵하고 살아가거나 인정하고 그들과 같은 길을 가거나. 정서적인 교감이나 마음으로부터 오는 거부할 수 없는 애정 같은 것을 모르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필립에게는 끝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곧 사회로부터 추방당하고 육체적인 관계가 전부인것처럼 낙인찍히는 것을 의미했기에 올리버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거부하는 방식도 한가지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망과 마주하고 올리버에게 마음을 전하며 그들의 마지막을 고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되길 바랬잖아, 라는 절망은 이렇게 될 수는 없다는 반대급부가 존재한다. 필립은 그렇게 될 수 없었을거다. 계속 살아나가기 위해서..

1958년, 그렇게 올리버는 필립으로부터 추방당했다. 필립의 추방은 결국 올리버를 그들과 같은 사람 취급했던것이고, 그때부터 올리버의 망명이 시작되었다. 거리에서, 아무하고나 얼굴도 보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이루어졌던 관계들. 원인도 모른채 떠돌던 올리버의 망명은 2014년, 막을 내린다.

우리집 바닥에 와서 자, 라는 필립의 한마디에.
시간은 흐르고 역사는 계속된다. 그들의 추방과 망명은 종결되었고, 이제 그들의 역사는 무지개빛으로 다채롭게 더해질것이다. 아주 평범한 곳, 가장 낮은 곳,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리버가 망명을 끝내게 되어 무지무지 기쁘다.
실비아, 너도 그렇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