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을 수록 짠하고 마음이 애려서 자꾸 생각난다
어둡고 깊숙한 곳에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자의로 자기 자신을 가둬두고 필사적으로 벽을 쳐가며
그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던 58년의 명필립은 얼마나 춥고 외로웠을까
하루 하루 사람들을 그리고 자기 자신조차도 속여가며 늘 초조하고 불안했을 거야
그리고 어느 순간 어떤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 경계조차 흐려지는 시점이 있었겠지
그 알맹이 없는 껍데기같은 삶이 가장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매달리 듯이 스스로를 위안하다가도
또 거짓과 위선으로 범벅이 된 망가진 자신을 문득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 죽고싶을 만큼 절망적이었을 거야
아니 어쩌면 이미 죽어버린 삶이라고 생각하고 자포자기 하며 그저 시간이 흐르면 흘러가는 대로 뒀겠지

실비아 그리고 올리버 그들이 내민 기회의 손을 정말 간절하게 잡고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너무 멀리 와버려서 진짜 나로 살아본 적이 너무 까마득 해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감히 해보지도 못 했겠지 너무 겁이 나서
그 변화가 주는 모든 것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결국 그 고통이 머리 끝까지 치닫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악도 지르지 못 한 채 조용히 무너지던 명필립은 내 가슴에 아주 쎄게 콱 박혀있어
냉정하게 보면 나쁜 놈이고 죽일 놈이지만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삶이 너무 안타깝고 불쌍하잖아

그래서 난 실비아가 말 한 것처럼 필립이 참 아파
14년 조차도 너무 아파서 마지막 엔딩 씬에서 명필립이 보여주는 그 환하고 예쁜 미소가 너무 슬퍼
서로에게 닿기까지 또 그 미소를 짓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구나 싶어서
결국 버석하게 말라버려 혼자 쓸쓸하게 부서져 버렸을 58년의 명필립이 겹쳐보여서
그래서 명필립은 내 아픈 손가락이고 아픈 손가락이고 아픈 손가락이야ㅠㅠ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막공에서 만큼은 부디 그 웃는 얼굴이 더이상 아프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좀 덜 아프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