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주의, 개취 주의,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는 점 주의)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왜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란 단어를 썼을까. 

부족이란 단어가 주는 원시성이랑 폐쇄성이 떠오르더라고. 

가족은 꽁꽁 뭉쳐있어. 각자 서로에게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그 집에 들러붙어있지.

엄마(이름이 생각 안난다)는 이혼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하지 않고, 루스와 다니엘은 아빠로부터 좀 나가라는 압박을 받고, 가끔은 폭언에 가까운 말을 듣는데도 아빠는 왜 저래? 라는 말을 할 지언정 나가지는 않아.

가족이 빌리를 어떻게 대하는가-. 폭언을 일삼는 아빠마저 빌리에게는 너와 같이 있으면 좋다고 말하지. 가족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뱉는 무심한 언사와 다른 그나마 상냥한 언어. 역차별이지. 청각장애인으로 살게 하는 것이 싫어서 말을 가르쳤지만 정작 빌리는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처럼 대하고 있어. 

하지만 빌리는 생각보다 똑똑해. 그리고 직관적이야. 다니엘이 빌리에게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을때 빌리가 되물었던 말이 되게 인상적이었어.

그 목소리가 하는 말이 맞아?

정말 그 목소리가 하는 말이 환청인지, 무의식의 발현인지 정확하게 집어준 대사라고 생각하거든.

빌리를 싸고돌던 그 체계는 실비아의 출현으로 깨져. 실비아는 수화를 가르쳐주었고 청각장애인들의 모임을 소개해줬어.

부족이 가지고 있던 그놈의 규칙을 금가게 만든 장본인이지.

실비아는 빌리보다 구순술이 떨어지고, 듣는 것도 빌리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가족들은 빌리만큼 실비아를 대우해주지 않았어.

그 대우라는게 집을 방문한 타인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예의인데도 그마저 지키지 않고 아주 무례했지.

(하지만 빌리의 생각은 달랐어. 오히려 실비아를 더 배려하고 실비아의 말은 귀기울여줬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귀기울여 들으면 뭐해, 결론은 무시인걸.)

실비아는 타인이고, 낯선이고, 빌리보다 더 청각능력이 떨어지지만 보호받지 못해. 가족이 아니니까. 그 틀안에 있지 않고, 빌리를 외부 세계로 데려간다는 이유로 무례한 취급을 받지. 빌리의 수화를 통역하지 않는다고 가족들이 소리칠 때 실비아가 말했어. 

내가 왜 이걸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가족에게 알 바 아님. 너는 그저 통역도구일 뿐이고, 너는 중요하지 않아.

실비아는 극 중에서 유일한 가족에 속하지 않은 타자야. 가족들이 그 타자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꽤 흥미로웠어. (물론 ㅂㄷㅂㄷ... 저 작고 소듕한 실비아를 울렸어ㅠㅠ)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아무도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 들으려 하지도 않고. 정작 들으려고 애썼던 사람은,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빌리 뿐.

극은 생각보다 묵직해. 친절하지도 않고. 근데 이런 극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 굳이 따지자면 호...에 가까운데 두번은 못 보겠음. ㅜㅜ 극이 나빠서는 아닌데 기빨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