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몰라.... 그냥 좋았어... 좋았다고..... 

분명 자첫 때는 넘버만 좋고 감정선 우둘투둘한 전형적인 와일드혼 극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루돌프에 몰입하기 시작한건지 모르겠어. 오늘 진짜 오바 같지만 평남에서도, 마지막별에서도 박수를 못치겠더라ㅋㅋㅋㅋ

안돌프 오늘 오랜만에 염세적인 왕자님 같았어. 스테파니랑 있을 때는 물론이고 왈츠씬에서 다른 여앙들이랑 춤출 때도 내내 표정은 굳어있고 그늘져있고. 그래서 스케이트씬에서 마리랑 있을 때 환하게 웃는 게 좀 더 드라마틱하게 와닿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말 마리에게서 힘을 얻고 세상을 바꿀 확신을 얻었는가 하면 그건 또 글쎄.

오늘 안돌프 노래 너무 잘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날 시험할 순간은 노래 잘하는 거에 놀라다가 다 휘발되어 버렸고.. 요며칠 연설 정말 확신에 찬 거 같았는데 오늘 계단은 세상을 바꾸진 못할 거라는 걸 아는 느낌이 조금 섞인 거 같았음. 정말 남은 것을 화르르 태워보려는 마음으로 올라갔던 자리였고, 그래서 사람들이 환호할 때도 어어 사람들이 좋아해주네? 내 의견을 들어주네? 하는 느낌으로 기뻐하는 거 같았어.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실패로 돌아가고, 엔딩은 오늘 오랜만에 안블리 디폴트(?)로 돌아간 느낌. 염세적인 왕자가 밝고 따뜻한 여자를 만나서 아주 잠깐 화르르 불타오르지만, 결국 모든 것은 실패로 돌아가고 남은 것은 서로 밖에 없어서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 비극. 그게 너 하나만에서 너무 절절하게 와닿아서 마이얼링도 나한텐 오늘 진한 비극이었음. 

가끔 루돌프 보면서 그냥, 지겨운 꼭두각시 놀이라도 요제프 말대로 그냥 멀지 않은 곳에서 마리랑 아이가 함께 살고, 그것도 종종 찾아가면서 살면 안됐을까 하는 생각을 한단 말이야. 어차피 역사가 정해준 엔딩인 걸 알면서도ㅋㅋㅋㅋ 근데 오늘 안블리는 그냥 뭔가... 죽음 밖에는 그들에게 선택지가 남지 않은 느낌이었어.

내 회전문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게 블리 사랑이야라서 사실 매번 갈 때마다 나한텐 자체레전 갱신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든 오늘 사랑이야가 제일 좋았고... 근데 이건 진짜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ㅠㅠㅠ 그동안 블리 사랑이야가 나한테 되게 큰 위로였는데, 오늘은 그것보다 뭔가... 안블리 연기합이 다 해먹어서 위로고 뭐고 느낄 틈이 없었어... 오늘 사랑이야 진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거라고 인터미션 내내 생각했던 거 같아.

진짜 그냥 내 뇌를 꺼내서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엠개가 영상 좀 풀어주면 좋겠다! 보고 있어요 엠개...? 

그리고 오늘 수미스테파니 목 그렇게 좋은 거 같진 않았는데 그가 없는 삶도 참 좋았어. 오늘 성당씬부터 좋더라니... 둘 목소리 합 참 좋았는데 이거 들을 날도 겨우 하루 남았네ㅠㅠ 

오늘 공연도 나한텐 유독 좋았고 최애페어였던 안블리미남은율 페어막이기도 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몰라 그냥 좋았어... 그게 다야... 

아무튼..루돌프도 가고 2014년도 간다... 개로리들 다들 새해복 많이 받으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