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앞열에 앉았는데 첫장면으로 이츠키의 2주기가 나오더라

이츠키를 추억하는 사람들 사이로 눈이 내리는데 

저 먼발치에서 내 자리까지 눈이 흩날리더라.

그 때 기분이 그랬어.

추도식에 있는 사람들과 나는 같은 눈을 맞는데 그들은 나를 모르는 상황.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더이상 이츠키를 볼 수 없는 것과 닮아보였어.

그래서 마치 이츠키가 된 마음으로 극을 봤어. 

그리고.. 다시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 혹시 해?

난 그러고 싶진 않더라. 

추억도 많고 그리운 기억도 많은데 왜일까,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건.. 

아마 지금 너무 많은 걸 알게되서 그 땐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서거든.

그 때 기억은 아련한 마음 그대로 간직한채 서랍에 넣어두고

가끔 그리울 때 꺼내보고 싶거든.

히로코가 알게된 소년 이츠키의 속내처럼,

모르면 더 행복했을 무언가를 알게 될까봐.. 

근데 그런 내 우려와는 다르게 지금 상태 그대로 과거로 날아간 사람이 히로코라는 생각이 들더라.

러브레터 안 캐릭터들은 모두 보통의 사람들이고 

어쩌면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인물들 위주로 보게 됐던 거 같아.

다만.. 보는 내내 영화 장면들이 오버랩 됐는데 이게 괜찮은건진 잘 모르겠어.

1인 2역이라 히로코와 이츠키가 한 무대에 서있을 때는 이츠키는 대역일 수 밖에 없는데..

여기서 몇 번 읭스럽게 보기도 했고. 영화라 좋은 구상이지 무대에선.. 잘 모르겠다

중간중간 늘어지는 부분도 있었고 기대했던 도서관 커튼신은 기대엔 못미쳤어.

어쩌면 그건 내 기억과 환상을 끼얹어서 그랬을 수도. 넘버도 정작 남은 건 후지이 이츠키 뿐이었고..

그런데 장면장면이 마음이 아프고 서서히 마음에 스미는 씬이 많았어.

제일 좋았던 씬은 '어둠 속의 나만의 빛'을 찾은 소년이츠키의 수줍은 사랑과

아키바의 열렬한 사랑이 맞물리는 지점이었어. 과거와 현재의 기묘한 교차같은.

표현못한 첫사랑이자 해주고 싶었던 약속과도 같은 벚꽃이 흩날리는 건 마음이 뭉클했고.

추억에 대한 회상이기에 선명한 색을 보여준다기보단 물을 많이 탄 수채화같은 느낌이었어.

연하지만 빠르게 번지고 금방 종이를 울게 만드는 그런 느낌. 

이츠키에 빙의해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현실에 있는 사람이고.. 러브레터 안에서도 현실에 있는 사람은 히로코였기에

결국 히로코의 시선을 따라갔던 거 같아.

그래서 잘 지내고 있나요- 라는 안부는..

나의 과거에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의 인사였다고 생각할래

그리고 이제 현실을 살아갈 히로코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고..

히로코도 이츠키를 추억의 서랍에 잘 묻어두고 

가끔 그리울 때 꺼내보면서.. 그렇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쓰다보니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이생각 저생각 옛생각 옛기억이 떠올랐어..

좋더라. 따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