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기자의 컬처 톡>○블록 ○열 ○번…‘떠든 관객’ 이름 적기
기사입력 2015.01.14 오전 11:42 문화일보

“저… 머리 좀 약간만 낮춰 주세요.” 지난 9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인터미션(중간 휴식 시간). 1부 내내 한 중년 남성의 ‘큰 머리’가 제 관람을 방해했습니다. 어찌나 자세도 꼿꼿하신지요. 허리를 곧게 펴 상·하반신을 정확하게 90도로 유지하셨던 이 분은 오페라 망원경까지 사용했습니다. 주진모(레트 버틀러)의 콧수염이 잘 다듬어졌는지 보는 건지, 아니면 바다(스칼렛 오하라)의 허리를 비비안 리와 비교하는 걸까요. 반복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 관람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사실 그분이 무슨 죄인가요. 잘못이 있다면 단차(앞좌석과 뒷좌석의 높이 차이)가 작은 극장에 있겠지요. 여하튼, 이날 공연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런 경우 “관크 당했다”고 하는데요, ‘관객 크리티컬’의 준말로 ‘공연 중 다른 관객으로 인한 방해’를 뜻합니다.

뮤지컬 취재 중 ‘관크’를 당한 게 처음은 아닙니다. 가족 단위 관객이 많은 ‘킹키부츠’ 때에는 한 초등학생이 엉뚱한(물론 어른의 기준입니다) 장면에서 자꾸 크게 웃어 신경이 쓰였습니다. ‘원스’ 때에는 제 앞뒤를 꽉 채운 단체 관람객이 “어머 어머, 호호” “저것 봐, 하하” 하며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더군요. 마치 가족이 모여 앉아 텔레비전을 보듯 말입니다. ‘원스’는 음악 소리가 전체적으로 작은 편이고, 연극 못지 않게 대사도 많아 집중력을 요합니다. 그런데 앞뒤에서 ‘동창회’가 열리고 있었으니…. 결국 한 번 더 보았는데, 이번에는 ‘커퀴(커플 바퀴벌레)’에게 당했습니다. 옆에서 속닥속닥, 뒤에서 속닥속닥. ‘떠든 사람’ 이름 적는 반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킬 앤 하이드’ 때에는 동창회도, ‘커퀴’도, 큰 머리도 없었습니다! 주변 관객들이 거의 숨소리조차 내지 않더군요. ‘뮤덕’(뮤지컬 덕후·공연 마니아를 일컬음) 친구에 따르면 이는 ‘시체 관극’. 미동 없이 뮤지컬에 집중하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제 뒤편에선 고성이 오갔습니다. “제 의자를 12번이나 치셨어요!” “그쪽 머리 때문에 배우들 머리만 보고 있거든요!” “그럼 전 고개를 푹 숙여야 하나요?” “그럼 전 비싼 돈 내고 절반만 보나요?” 공연좌석은 복불복입니다. 늘 ‘시체 관객’을 만나는 건 아니니까요.

친구는 의외로 간단한 해결법을 귀뜸해줬습니다. 바로 ‘떠든 관객’ 이름 적기. 인터미션 때 안내 요원에게 ○블록 ○열 ○번이라고 알려주면 됩니다. 2부가 시작되면 요원들이 직접 찾아가 주의를 주지요. 서로 얼굴 붉히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기다려라, 너희 커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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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보고 이건 뭐지?
나도 기자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