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모드의 헤어는 짱짱한 핫핑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어.

빛나던 그 머리는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서서히 그 색이 빠졌지만

여전히 모드만의 분위기는 건재한. 

80번째 생일을 앞둔 할머니의 분홍빛이 돌기도, 보라빛이 돌기도 한 헤어를 보며

'이즌 쉬 러~블리 빰빰 이즌 쉬 원~더풀' 이 노래가 먼저 떠올랐던 거 보면

모드의 매력은 2015년의 20대에게도 충분히 유효했던 거 같아.

괴짜같은 할머니. 

아니, 할머니란 호칭도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 모드는 그냥 모드인 걸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모드가 이런 말을 하더라.

"산다는 건 위대한 순환이지."

평생 살면서 내가 저 말을 쓸 일이 있을까?

아니면 저런 말을 해줄 사람이 있을까?

일상에서 들었다면 그래서 뭐 어쩌자는거지? 란 말이 먼저 나왔을 거 같아.

원래 대사나 디테일 잘 기억 못하는데 

다른 어떤 말보다도 왜 그말이 그렇게 가슴에 쿡 박혔는지 모르겠어. 

결국 마지막에 그 답을 찾았고...

아마.. 시간의 중력을 홀로 벗어난 건지 여전히 민들레처럼 맑게 웃는 모드는

무기력한 소년 해롤드에게 그 위대한 순환을 물려준 게 아닐까 싶어.

모드가 아니었다면 해롤드는 끝까지 그 죽음에 책임을 가지고 자신을 옭아맸겠지.

아니, 어쩌면 따라 죽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마지막, 웃으며 일어서는 해롤드를 보며 모드는 정말 멋진 여자란 생각이 들었어. 

비록 엄마입장에선 선뜻 받아드릴 수 없는 관계였겠지만

해롤드는 모드가 가진 밝은 빛을 이어받아 세대에서 세대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산다는 위대한 순환을 보여줬어. 

모드는 해롤드를 변화시킨거지.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 그것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건 수십년간 확고하게 또아리 틀었던 신념을 바꿨다는 얘기니까.

역시 멋져. 그런데 사랑스러워. 게다가 매력적이야. 

남의 나무를 뽑아오기도, 가구를 가져오기도 하고 그래서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도 모드를 미워하지 않아. 사실은 모두 모드를 사랑했지. 

문득 나는 누군가에겐 어떤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80세의 모드.

이즌 쉬 러블리? 쉬 이즈 러블리!

혼자 이런 문답을 주고 받으며 돌아왔어. 해롤드와 모드, 지금은 두 사람 모두 행복하길 바라면서ㅎㅎ

좋았던 포인트!!

비대칭으로 맞물린 두 공간(해롤드의 집, 모드의 집)과 색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장소들.

사이에 스크린을 두고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는 무대

정말 해롤드&모드에 집중된 이야기

다른 사람들과의 세상은 과장되고 어색했지만 그 둘만의 세상은 자연스러웠던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