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스포 다량 함유)


우선 난 아가사 초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있던, 뭐..나름 단단히 뭉쳐진 실뭉치였어.

특유의 치명치명한 매력과 아가사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냈던 로이를 좋아했고 그로인해 고통받고 괴로움에 눈물 흘리는 아가사가 안쓰럽고 때론 사랑스러웠었어.

근데 오늘 재연 첫공에서는 그러한 느낌을 한 방울도 느끼지 못했어.

아가사와 로이의 관계가 약해지니까 이야기가 설득력이 없어지고, 어느 캐릭터 하나에도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어.
로이는 그냥 아가사 안에 내재했던 또 다른 닝겐 그 이상 이하도 아닌게 되니까 그냥 무덤덤하게 아- 그러시구나- ㅇㅅaㅇ 근데 글케 괴로우세여? 라고 아가사한테 되묻고싶었고 넌 뭔데 나대? 라고 로이에게 되묻고싶었어. 로맨스...라는 단어 밖에 쓸게 없을까... 여튼 로이와 아가사 사이의 로맨스가 없어지니까 캐릭터에 설득력이 확 떨어지는 것 같아.

캐스팅 인터뷰에서 혜경가사가 아가사를 보고 관객들이 저 여자를 안아주고 싶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쉽지만 난 그러지 못했어.
아가사가 예전부터 악몽에 시달렸다는 얘기도 초반에 처음 나타난 로이가 잠깐 언급해서 휘릭 지나간것 같고(내기억엔?) 아가사 스스로 얘기 안했잖아? 초연에 건맨얘기 같은거 ㅇㅇ 그래서 아가사의 두려움 무서움 외로움 이런거에 공감 못하니까 안아주기는 커녕 ;; 무표정으로 보게됐어.
그리고 혜경가사 목상태도 매우 아쉬웠고. 1막과 2막의 마지막 하이노트는 좋았지만, 모든 넘버의 도입부가 불안해서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흩트려.

요정은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잘 발휘해줬다고 생각해. 멋졌어. 요정 자체가. 근데 '로이'의 캐릭터가 이상해지니까 요정도 묻히는 느낌.

레이몬드의 이야기도 개연성을 못느꼈어. 근레이는 여전히 잘해주었지만, 현재 성인이 된 작가 레이몬드가 왜 괴로워하며, 과거의 소년탐정 레이몬드는 왜 사건을 파헤치려하는지 납득이 안갔어. 자첫도 아닌데 왜이렇게 이해가 안가냐 나는....ㅋㅋㅋㅋ왜 이렇게 이야기들이 뚝뚝 끊기는지, 아이고 두야...하면서 한숨만 나왔어.

넘버도 꽤 변화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는 만족하는 편이야.....는 사실 넘버들 기억 휘발.... 넘버가 대극장스럽다는 기분은 별로 못느낀것 같은데...;; 여튼 넘버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배우들이 소화하는게 불만족스러울 뿐임.

아 그리고 무대 휑함. 공간활용 못해.

지금으로서는 재관람할 생각이 전혀 없어.
안타까울 뿐이야.

갤에 이런 후기 처음 써본다. 그냥 이런 후기도 있구나 하고 넘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