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늦은 겨울 감상.
전에 뿌리깊은 나무 보고 했던 평 중 하나가 서울예술단은 강점 중 하나인 이미지의 전달을 주로 하는 극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는데 이가 이른 봄 늦은 겨울로 이뤄졌어! 와왕 매화라는 공통 제재로 여러 이미지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냈는데 그 조화가 훌륭해서 마치 꽃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매화 가지 하나를 선물 받은 기분이야.
이른 봄 늦은 겨울은 매화라는 제재를 통해 경계에 서있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거 같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노부부, 봄과 겨울의 경계에 피어나고 지는 매화의 덧없는 아름다움, 매화같이 금방 떠나가는 인생사, 금방 커 없어져버리는 어린시절 등등을 마찬가지로 경계에 있는 여러 요소로 표현해내는 게 놀라워. 이른 봄 늦은 겨울은 뮤지컬, 연극, 무용극 중 그 어떤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무언가... 시대 역시 과거도 현대도 아닌 그 무언가기도 하고 이를 표현해내는 음악 역시 동서양의 여러 장르를 섞어 많은 요소의 경계에 자신을 놓는 것 같아.
이런 표현방식과 주제를 보여주면서 이른 봄 늦은 겨울은 마치 내가 한바탕 환상에 빠지다 온 것만 같은 오묘함에 젖게 하더라. 수미상관과 같이 박물관에서 우리네와 같은 모습을 한 인물들이 매화에 접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를 환상 속에 빠뜨렸다 건져내는 것 같은 느낌...? 마지막 장면에 우리와 같은 관람객이 매화 그림을 구경하는 동안 뒤로 각 장면들의 주인공들이 마치 필름을 찍는 것 같이 마임을 하며 줄지어 등장했다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실제 그 환상이 있었다는 것처럼 유쾌한 잔상을 남기고 사라지는 거 같았어. 이는 커튼콜에도 이어져서 인사를 하고 바로 끝날 것 같던 예상과는 다르게 가운데의 좁은 틈 사이로 모두 춤을 추며 후루룩 사라져버리는 환상같은 이미지를 남기더라.
개인적 평으론 호호 아주 호. 잃어버린 얼굴 이후로 점점 떨어져가던 기대가 뿌리깊은 나무를 터닝포인트로, 이른 봄 늦은 겨울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여름의 신과 함께 저승편도 매우 기대됨!
+) 배우들의 앙상블이 매우 좋더라. 설예단 배우들의 흥!
+) 제일 별로일 거 같던 랩이 오히려 호 쪽이었음
엌ㅋㅋㅋㅋ 봉산탈춤과 우리가락과 랩의 조화란ㅋㅋㅋㅋㅋ 월매워얼매! 월매워얼매! 풍랩 진짜 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