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롯데 지킬 때 미친듯 류지킬 달리고 나서 블퀘 지킬은 가아끔 보고 있는데 샤롯데때부터 류조쏘가 최애 페어라 오늘 류조쏘로 이번 지킬 막공하려고 한달 반만에 블퀘 감. 

류지킬 조엠마 쏘루시 다 지킬에 있어서는 장인급이고 오늘 공연도 딱 류조쏘가 보여줄 수 있는 균형을 보여준 듯. 샤롯데 류막공때 제일 두드러졌었는데, 난 이 페어를 좋아하는게 류지킬이나 쏘루시가 둘다 감정이 많이 올라가는 타입인데 조엠마의 차분함과 담백함이 그 과잉을 적절하게 눌러준다고 해야 하나.

류는 원래 장기공연하면 본인이 심심해서인지 이거저거 디테일을 미친듯 바꿔대는데 이번 지킬 역시 마찬가지고. 전반적으로 이번 블퀘 지킬은 샤롯데 때보다 지킬과 하이드의 구분이 더 모호해졌다고 해야 하나. 여기저기서 툭툭 지킬이, 하이드가 안 나오던 데서 튀어나와서 깜짝깜짝 놀람. 

소냐는 늘 잘하는 루시지만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데, 특히 지난번과의 차이는 소녀스러움이 많이 더해진 것 같아. 그래서 정말로 자기에게 그렇게 잘해준 사람이 지킬이 '처음'이라 술집에서 몸을 파는 여자라 해도 마음은 정말 처음 누군가를 사랑해보는 거로구나, 하는 게 많이 보였고, 뉴라입에서도 지킬이 준 돈을 가지고 떠나서 지킬이 자기에게 보여준 그 마음 하나로 과거를 버리고 새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아직 파릇한 희망이 보여서 오늘 그 결말이 더 슬프더라.  

조엠마는 샤롯데때, 그리고 이번 초반에도 지적받았던 히즈웍의 고음이 많이 좋아진 게 반갑고, 드큘에 이어 두작품을 류랑 계속 무대에서 꽁냥거리는 걸 보고 있으니 케미가 아주 갈수록 좋아지는 듯. 테잌미 끝에 서로 뭐라뭐라 입모양으로 얘기하는데 진짜 뭔 소리인지 궁금하고, 류지킬이 사랑해 엠마, 하고 다 들리게 말하고 퇴장하는 것도 초반에 없었지. 근데 ㅎㅎ 샤롯데 지킬 때는 12월말에 조엠마가 거의 원캐로 무적의 스케줄을 버티고 나니 갑자기 테잌미 마지막에 류지킬이 조엠마 입술에 키스를 하기 시작해서 객석을 놀래키고 그 디테일이 막공까지 갔는데 왜 이번에는 그리 내외를 ㅋㅋ 

이번 지킬을 덜 보게 만든 원인 중 큰 몫을 하는 앙상블이 오늘은 그나마 본 중에는 제일 나아서 다행이고, 이사회씬에서 한 번이라도 고음이 나오려나 싶던 비콘스필드 부인이 겨우 제 몫 한 것도 반갑고. 하지만 오디는 제발 다음 지킬에는 무조건 했던 사람 시키지는 말고 앙상블 좀 제대로 뽑길. 글구 프룹스가 예전 다른 극 앙상블에서 눈에 띄어서 좋아하던 김영완 배우란 걸 n번 보고 나서야 깨달아서 미안;;

그리고 오늘 좋았던 건 객석. 앞은 덕덕하고 뒤는 머글머글한 전형적인 예였던 거 같긴 한데, 기침소리야 어쩔 수 없는 거고 일단 주요 넘버마다 뒤에서 박수랑 환호가 물결처럼 밀려와서 괜히 내가 다 흐뭇하더라. 샤롯데 때는 그걸로도 그리 욕먹었던 원음감이 박수가 나오는 동안 기다려주게 된 것도 반가운 일이고. 오늘 무대도 좋았지만 그에 대한 환호도 이번 지킬을 보는 동안 제일 열렬해서, 이래저래 흐뭇하게 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