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김광보의 팬이고 덕후임. 기사가 논란이 되었고 그 기사로 인한 궁금증으로 보는 날짜를 당겨봄. 12년부터 그의 작품은 몇개빼고 다 봤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ㅈㄴ 주관적이고 연출한테만 좋게 표현할수 있음.


1. 장면이 일단 너무 많고 조각조각이 따로 노는데 이걸 억지로 이음새를 만드느라 연출이 고생한 느낌. 진짜 짧은건 3분도 안걸리는거 같던데 진짜 이건 좀 아닌듯. 이건 광보 연출이 왜 그랬는지 궁금.
공연 배경이 2008년 부터 현재라는데 그래서 조각조각 그냥 사건들에다가 여우라는걸 억지로 작가가 얹히고 가는 느낌. 알레고리? 풍자? 비유? 블랙코메디? 한시간쯤 까지는 몇개가 구석구석 담겨져 가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냥 걍 작가의 정치적 메세지만 일장 연설. 그리고 왜 그렇게 독백들이 많아?

2. 무대는 되게 아무것도 없음. 소도구도 절제. 인터뷰에서 한판 놀자라고 했다는데 배우들이 당췌 놀지를 않음. 뭔가 눌린 느낌. 이건 광보 연출의 잘못된 판단인듯.

3. 작가가 연출한테 뭐라했다는 장면은 생각보다 뭉클하면서 담백했음.
뒷부분가면 대사들이 너무 직접적이어서 정말 부담스러운데 연출이 절제하고 객관화 시키고 싶었던 의도라는 생각.
김광보 연출이 확실히 절제하는건 잘하는듯. 브레히트적인 부분을 잘 살린듯 함. 근데 그래서 좀 재미없고 다소 억눌리는 느낌. 아무 감정도 감동도 느낌도 안옴.

4. 김광보 작품에 계속 나오는 씬 스틸러들이 생각보다 엄청 절제하고 참는게 좀 의외였음. 저 사람들 잘 노는데?

여우들의 연기는 매우 부조리극처럼 가는데 인간들은 리얼로 연기하고 정치의 욕심내는 이기적인 인간들은 과장적? (이 말이 맞을까? 보이첵 같은 연기? 좀 얼빠진?)으로 연기함
그래서 굉장히 엇박나보이는데 나름 뭔가 시도하려고 했던걸까? 라는 생각
약간 불협화음에 붕 뜬 느낌. 그래서 극 전반은 좀 실망.

5. 작가의 프레스콜 중 사건 기사를 보며 광보 연출은 항상 작가의 글 그대로 토씨 하나 안틀리는걸로 유명한데 작가가 저렇게 말했다는건 자기가 시키는대로 안해서 뿔난거 같다는 느낌
유명하잖냐? 내로라 하는 연출가들한테도 자기 말 대로 연출 안한다고 소리 지르고 화내는 작가로 알려져있는데. 결국 지 맘대로 안되니까 그런거 아님? 난 그렇다고 보고 심지어 공개 석상에서 하는건 자기 무덤 자기가 판 꼴. 작가가 순간 욱할 필요는 그 상황에서 없었다고 생각. 그 당시 녹화본이 궁금하다.
어쨌든 그래서 텍스트와 연기 그리고 무대가 다 따로논다. 오히려 연출이 그걸 의도한거 처럼 완전 텍스트랑 따로 가는 연극임.


결론. 이 작품은 서로에게 최고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김광보에게도 실패한 작품으로 기록되고 이강백도 실패한 작품으로 기록 될듯.

P.S 기자간담회 기사 찾아 보니까 이강백이 작년에 완성하고 일년동안 서로 연출가들이 안한다고 해서 미뤄지다가 김광보가 전화 받고 반가운 마음에 대본도 안읽고 수락했다는데 김광보의 최대실수임. 난 광보 연출 팬으로서 광보 연출이 앞으로는 이런 실수 안하길 바람.

한줄평
김광보도 텍스트가 구리면 커버를 못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