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무뜬금주의!)

 네 명의 배우가 나와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이야기는 인물에서 인물로 이어지고 대사는 말에서 말로 이어져. 돌고 도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가볍게 생각하면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이라는 한 줄 요약은 아직 뜬구름잡는 이야기 인 듯 한데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각 배역들은 극 안에서 뭔가를 잃어버렸어. 그 단순한 차를 태워다 준 닉(맞나?)조차도 자신의 직업을 잃어버리고 부부사이의 끈을 잃어버린 사람이잖아. 서로에 대한 끈을 잡고 있지만 몇 조각의 설렘과 믿음을 잃어버린 두 쌍의 부부, 사람에 대한 신뢰를 몇 조각 잃어버린 아가씨, 과거에 대한 기억으로 자신을 몇 조각 잃어버린 상담사, 과거의 무덤에 갇혀 현재의 조각을 잃어버린 남자 등등..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자들이 지금까지 자신의 삶 안에서 만나지 않았던, 관계맺지 않았던 사람을 만나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자신의 안에 있는 잃어버린 조각에 대한 고백을 한 무대에서 적어도 두 명 이상이 하는 구조가 한 명이 고백을 하면 꽤 밋밋하고 연극판 사랑과 전쟁 같을 수 있는 극을 섬세하게 짜여진 직물처럼 얽히면서 꽤 박진감있게 만들어주더라고. 김동연 연출의 마치 카스트라토 같은, 여성처럼 섬세한 감성으로 남성처럼 극 안에 선명한 메시지를 담고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이 능력은 이 극에서 십분 발휘되는 것 같았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극에 뭘 자꾸 붙이려고 하면 이 극은 그냥 대놓고 지저분해 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극을 보는 내내 한 생각이 어쩜 저렇게 연출이 섬세할까, 였어. 대사로 감정을 극대화시키면서도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음. 프라이드를 연출했던 그의 연출력이 그냥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건 아니었구나 싶기도 했지. 자신이 어디서 멈춰야 함을 정확하게 알고 발을 빼는 프로... 멋있다bb

 그런데 그 와중에 좋은건.. 이 극의 구조는 프라이드와 비슷하면서도 풀어낸 감정 자체는 프라이드와는 성질이 달랐어. 물론 감정이라는 것이 같을수는 없지만 뭔가 멘탈을 터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마음을 씻어낼 수 있는.. 그런데 아직 그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 무지개처럼 색이 명확한 것이 아니라 스피킹의 무대처럼 흰 무대 위에 어떤 조명을 비추냐에 따라 완전히 그 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마 이 극을 볼때의 상태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더라고. 누구의 잃어버린 조각에 마음을 두느냐에 따라 혓바닥에서 나오는 말들의 색이 와 닿는 느낌이 다를 것 같은..

 배우들은... 오늘 한 모든 배우가 정말 잘했어. 연기도 연기지만 말이 중요한 연극에서는 대사에 어떤 색을 싣느냐가 상당히 중요함을 얼마 전 모 극에서 뼈저리게 배웠는데 다들 어쩜 그렇게 자신이 데리고 있는 여러 역할의 색을 다양하게 담아냈는지.. 다만 유부가 한 여자를 만났어, 라고 자신의 부인에게 해야 하는 대사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는 말로 바뀌어서 순간 유부 게이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이면 그 대사에서 틀릴게뭐얔ㅋㅋㅋㅋㅋ

재관람의사 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