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이었지... (하염없이 울고마는데

휘윤을 몇번 봤었는데, 톤 자체가 먹히는 톤이라 쭉 힘들어했다가 19일에 완전 호 뜬 후기야. 토막글 붙여와서 흐름이 이상할 수도 있어. 19일의 휘윤은 노래며 대사도 본 중 가장 만족스러웠고, 노선은 말로는 다 표현못할만큼 좋았어.



우선 휘윤과 귭해진의 관계성이 참 좋았음. 나이차이가 예닐곱살 정도 날 것 같고, 어린시절부터 한동네에서 함께 자라온 느낌. 또래보다 조숙했던 귭해진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형이 나랑 안 놀아주고 글을 쓰잖아 나도 글 쓸래 나도 쓸거야 하고 단문부터 마구 써내려갔을 것 같은 윤이야ㅋㅋ 거침없는 문장력과 다르게 작은 거스러미 하나에도 예민과 섬세의 선을 넘나들었을 것 같고. 귭해진과 휘윤은 크게 놓고보면 성격이며 글 스타일은 정반대를 달리는데도 그렇게나 다른 서로를 곁에 두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다가 서로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위로를 주는, 이해의 깊이도 꽤 깊었을 관계랄까.

그렇다고 엄청 둘만 붙어다니면서 논다기 보다는 큰 무리에 속해있을 때 뭘 모르는 사람이 에 두사람 그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지 않나? 하면 둘을 오래봐온 사람은 띠용 무슨 소리야 둘이 젤 친해... 하는 관계성ㅋㅋㅋㅋ 둘이 마주앉아서 몇시간동안 한마디도 안하면서 자기 글들 쓰다가도 동시에 고개 딱 들어서 눈마주치면 휘윤: 님 수육ㄱㄱ? 귭해진 : (궁시렁하면서도 짐 싸고있음) 할 거 같은ㅋㅋ


구치소씬에서도 늘 이윤 보살이내... 하면서 보곤 했는데, 어쩌면 세훈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단연 휘윤이었을 것 같아.

세훈이에게 해진선생님이 따스하고 아린 봄이었다면 휘윤에게 해진이형은 어린 시절 고향의 내음새를 품고 날아드는, 봄을 닮은 그리움 같은 사람 아니었을까.


이날 생의 반려 뒷장면에서 그 시대 어조가 아닌 현대어투를 휘윤과 귭해진이 한번씩 주고받았는데, 글쟁이 윤과 해진이 아닌 어린 시절 해진형과 윤이동생의 모습이 문득 드러난 것 같아서 오열했다ㅠㅠ 휘윤이 등단을 했을 무렵부터 해진선생님이 윤이에게 경어를 써주기 시작했을 것 같아.


호불호가 갈리던 내가 먼저 걸렸으니까 내가 먼저 갈거야 대사 디테일도 긴장하며 봤는데 오히려 해진선생님 앞에서만 보여주는 어리광 같아서 더 슬펐음. 어쩌면 귭해진은 그 모습을 애틋하게 반가워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나도 형처럼 글 쓸거라고 자신만만하게 어리광을 피우던 작은 동생이 떠올라서.

비단 문인 김해진이 아니라 인간 김해진이 어떤 사람인지 휘윤만큼은 너무 잘 알아서 해진에게 펜을, 세훈이에게 김해진을 돌려줬겠지. 마무리는 내가 짓는다, 맛있는 거 사주마. 따뜻한 날이 모두 지나 겨울이 왔대도 계절은 돌아 다시 봄으로 향한다는 걸 아는 사람.



노래나 연기톤에서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휘윤이 보여주는 이윤이 참 입체적이라서 보는 재미도 감동도 있었어. 늘 해진쌤 위주로 보다가 이윤쌤이 훅 들어와서 놀랐네. 19일 공연 한번 더 보고싶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