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문제였을까.
오랜만에 2층, 그것도 난간 너머 거기 어디 저기 쩌리자리...
앞자리 분이... 등이, 날개뼈가 의자에 안 닿는 분이시더라고. 보면서, 아 역시 나도 운동 열심히 해서 등을 펴자... 라는 뻘생각을 하면서 극이 시작됐어.

문이 열리기 전, 벌써 덕테오의 한숨소리, 가 들렸어.

그리고 덕테오가 등장했는데...
아 바가지머리의 유덕시 정수리 예쁘더라. ㅠㅠ (젠장 자리새끼)

유덕시가 프롬빈센트 끝나고
빈센...트? 빈센트 반고흐...? 하면서 흐려지는 기억을 더듬다가 사랑하는 테오에게... 를 읽고서야 형을 생각해내는 디테일 정말 좋았어.

사실 난 빈센트 배우를 거의 고정으로 돌긴 했지만 테오에 따라서 감정이 많이 좌우돼.  나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테오한테 이입해야지만, 테오의 눈으로 봤을 때만 빈센트의 절망에 울 수 있더라고.
1220 때, 쌀덕 세미막이 테오가 너무 잘해서 나한테는 굉장히 임팩트가 컸던 공연이었고 그래서 쩌리석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었어.

그리고 드디어 덕테오와 쌀고흐가 서로 대화하는 씬이 시작됐는데... 아 직전에 그 회중시계, 탁 닫는 순간 전환 되는 거 여전히 짜릿하더라.

근데 형제미 찰떡이던 이 페어, 오늘 왜 이렇게 덜그럭 거리는 느낌이 들지?
호흡이 안 맞는다고 해야하나...
서로 대사 사이에 두는 잠깐의 쉼표를 잘 모르는 느낌. 정적 다음의 행동을 예측 못하는 느낌.

덕테오의 대사가 계속 내가 익숙한 것과 틀려서 더 그런 느낌이었을 수도 있어. 사실 덕테오의 다른 노선, 대사 애드립까지는 다 기억 못해서... 오랜만에 봤더니 계속 ‘응? 틀린 건가??’ 이런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그리고 덕테오는... 빈센트가 형이지만 무서워했던 동생같았어. 왠지 옳은 말만 하고 빈센트랑 다르게 무척 이성적이고 어른스러운 동생, 이랄까.

나행것 때, 아픈척 하는 쌀고흐를 하찮게 내려다 봐서(물론 재밌었음) 더 그럴 수도 있고... 본체의 나이 때문일수도 있고 아니면 빈틈없는 딕션 때문일 수도 있고...
두 형제의 관계는 테오의 일방적인 보살핌이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거지.

사실 이번 시즌 쌀덕페어는 다 봤는데 그 전엔 이런 느낌은 별로 안 들었는데 오늘은 왜 그런 느낌이었을까.

아버지 목소리는 여전히 좋았는데 살짝 동선이 엉킨 느낌이 있었고, 안톤은 내 기억보다도 부드러워서 테오랑 살짝 겹치고...
고갱은... 가사를 ‘만취한 상태~’가 아니라 ‘창백한 얼굴’인가? 그렇게 불렀던 것 같은데 원래 덕고갱은 그렇게 불렀나?
그리고 고갱이 빈센트가 싹싹 빌며 붙들 때 말리고 싶은 건지 경멸하는 건지, 유덕시의 손과 몸 연기가 좀 일관성이 없게 느껴졌어.

쌀과 유덕시, 각자 고흐 장인인데
그냥 각자 장인이네... 싶은 생각에 난 몰입이 안 되더라.

자리 문제였을까... 너무 멀고 정수리만 예쁘고 ㅠㅠㅠㅠ
아니면 그 사이 내 최애 고흐형제가 바뀌어서일까 ㅠㅠㅠㅠ

오늘 너무 아쉽지만 무나네가 딥디를 내준다면 1열 기분 느끼면서 다시 보고 싶다. 그럼 또 다른 게 보이지 않을까, 무나네야 어떻게 생각하니? 0222 를 대레전 극으로 기억을 다시 쓸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