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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ㄱㄱ) 마리 퀴리 불호 후기. (스포 많음 주의)앱에서 작성

ㅇㅇ(110.70) 2020.09.23 01:16:09
조회 2260 추천 124 댓글 15


홍아센에 올라온 뮤지컬 마리 퀴리를 다섯번 봤다. 처음엔 바뀐것이 낯설고 신기했고 그래서 시간을 거듭하면 나는 내가 이 극에 익숙해지고 애정을 가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이 극을 보고 나서 갖게되는 감정은 분노에 가깝다. 화가나고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다.

무대의 활용이나 소품들도 넘버도 조명도 다양해진 의상들도 참 괜찮은데 왜 자꾸 내 맘에는 화가 남을까. 배우의 감정이 맞질 않아서? 내가 이해를 못한걸까? 그래도 어떤 장면은 좋았던것 같기도한데 다시보면 괜찮을까? 내가 너무 지난 버전들에 집착하고 있는건 아닐까. 공연을 보고 나서 어느날을 견딜수 없는 답답함에 짜증을 내고 어느날은 뒤늦게 귓가를 맴도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이상한 나날이었다.

극중의 장면 장면들은 사실 나쁘지않다. 그저 그 순간만을 즐기자면 괜찮은것도 같다. 라듐을 발견한 순간이나 1막 마지막의 마리의 솔로 넘버는 배우의 노래에 감탄하고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이나 잘 지내요 같은 노래도 좋고 라듐 파라다이스의 화려함과 활기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극이 마지막에 이르러서 모든 장면들이 합쳐지고나면 이 극은 좀 불편해진다.

그래서 왜 그럴까 싶어서 차근히 다시 지켜본 끝에 내 생각은 이 극은 마리 퀴리 떠받들기에 여념이 없어서 피해자에대한 예의를 져버렸고 그걸 지켜보자니 점점 화가 날 수 밖에 없구나 였다.

그 가장 큰 문제는 안느의 역할이다.

이 극은 일단 주인공인 마리를 기준으로 세가지 축을 이룬다. 안느와의 우정이 한 축을 담당하고 루벤의 후원이 다른 한 축을 그리고 피에르와의 동반자 관계가 마지막 축을 이루는데 여기서 감정적으로 마리에게 가장 강한 영향력을 주는것은 안느와의 우정이다.

그런데 이 안느라는 인물은 정말 말 그대로 마리에게 영향을 주기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로, 초반에는 기차에서 곤경에 빠진 마리를 도와주고 그녀에게 가장 먼저 반하고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최초의 지지자 역할을 하고 중반부터 후반에 걸쳐서는 라듐을 사용하는 공장의 노동자이며 라듐중독의 피해자 역할을 하고 마지막에는 마리의 업적을 인정하고 찬양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역할이 바뀌어가며 두 사람의 연대를 지지하기는 커녕 둘 다 제정신인가 싶어진다.

작가는 무슨 의도로 안느와 마리를 친구로 만든걸까. 무슨 생각이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안느와 마리의 우정은 죽은 직공들을 위한 볼레로 직전의 병원장면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연구실을 찾았어도 찾을 수 없었던 친구이자 위대한 과학자가 알고보니 부작용을 알고도 은폐한 회사측의 병원에서 임상 실험을 하고 있었고 모든 사실을 알고 죽어가는 자신의 앞에서 임상실험을 선택했다.

그 모습에 실망한 안느는 나는 내 방식대로 하겠다고 병원을 떠나 시위를 하며 세상에 소리친다. 내가 바라는것은 내가 죽은뒤 모두의 앞에서 나를 부검하는 것이다. 이 희생자의 절박한 외침에 세상이 적막해지는 순간 마리가 나타나서 안느에게 내려오라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하는데... 일단 나는 저 사람이 왜 갑자기 여기 나와서 저러는지 정말 모르겠다.

마리가 마음을 바꿀만한 그 어떤 새로운 계기가 없지않나? 최소한 후회하고 고민하는 척하는 순간이라도 보여줬다면 약간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것따위 이미 선택을 한 다음이었고 극중에서 내내 마리는 한번 정한것을 그렇게 번복한적이 없는 인물인데 아무런 계기 없이 노래한곡 사이에 갑작스러운 변심을 한다? 객석의 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와중에 병증이 나타난 안느보다 자신이 방사능에 더 오랜시간 노출되었으니 자신을 부검하라고 하는데... 이 부검이란 단어가 다음장면을 위한거라고 치더라도 산 사람에게 부검이 왠말인가 싶다. 요즘 정치권의 뭐만하면 부검하라는 드립은 빡치기도하지만 웃기기라도하지. 차라리 나를 죽이라는 말이라도 하면서 부검하라고 하던지 산 사람이 자신을 부검을 말할때마다 속이 답답해지고 차라리 자신에게 인체실험을 진행중이다 조사해보겠다고 말하는게 낫지않나싶어진다.

거기에 왜 말하지 않았냐는 안느의 말에 무서웠다며 하소연을 하는 마리를 보면... 참 되게 어이가없다.

극 초반에 마리의 꿈은 자기 이름을 남기는 것 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마리는 이미 두개의 원소를 발견한 사람이었다. 그런 마리가 안느에게 하는 더이상 연구를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대한 하소연은 마치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건물 더 못늘릴것같다고 하소연하는것 같다. 누구는 생존이 달려있고 이미 죽어나간 사람이있는데? 그런데 거기서 안느가 그걸 들어주고 받아주고 계단 세트를 지키고 선 직공들의 유령이 마리와 안느를 별처럼 올려다보고 있고  마리에게 그댄 내게 별을 불러주는 순간 이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에게 가해 원인 제공자를 감싸안고 격려하게 하는데... 마리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안느가 마리에게 그래야 당신이지 라는데... 라듐 공장 피해자에게 직접 가해자는 루벤이겠지만 부작용에 대해서 알면서도 임상실험과 본인의 경력을 위해 제대로 알리지 않은 마리의 간접 가해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을 그려놓고 안느를 통해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고 감싸안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주게 하는데 난 이걸 이렇게 애정 가득하게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안느와 마리가 서로에게 넌 항상 나였다며 너는 나의 별이었다고 말하는데 내 기분은 좀 끔찍했다. 그건 마치 기업을 대상으로한 산재 피해자 대표가 알고보니 가해자측과 좋은 유대관계가 있어서 어떤 합당한 사과도 없이 혼자 가해자와 합의를 하는 광경을 보는 기분이랄까.

심지어 그 다음 장면의 피에르와의 이별이나 부검으로 마리의 슬픔을 보여주고 피에르의 부검을 결정하는것을 큰 아픔이자 희생처럼 느끼게 하는데 여기서 두 마리 다 엄청나게 운다. 난 그 모습 어디에서도 '감정을 배제하고 차갑게 문제를 보는 사람'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피에르의 사망을 슬퍼할 수록 이미 죽어간 직공들의 죽음을 외면했던 마리에게 그 슬픔이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거기에 직접 가해자인 루벤의 미국 진출을 암시하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장면은 임종을 앞둔 마리 퀴리로 전환하는데 그 이후에 안느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는 말과 드러나는 죄책감에서 그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뻔 한 순간 이렌이 안느가 보내온 주기율표와 스크랩북을 꺼내들고 편지속의 안느가 마리의 업적을 인정하고 찬양하고 그 끝에는 희생자들인 직공들의 이름과 함께 마리 스콜로도프스카 퀴리의 이름을 말한다.

아무리 인간이 다면적이고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극에서 모든 인물들이 마리를 용서하고 지지하고 격려하고 그 끝에는 희생자들과 마리를 동격으로 올려두는데... 난 좀 미칠것같아진다.

정말 밖에서 팔고있는 라듐걸스라는 책을 사 봐야하나? 그러면 이게 용인이 될까? 아니 극을 극 이외의 것을 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것부터 이상한 일 아닌가?

라듐의 발견은 위대했고 그 부작용은 치명적이었지만 결국 그녀는 잘 헤쳐나가 결국 많은 업적을 이루어냈다. 그것이 진정 선이든 악이든 그녀의 업적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극에서 그녀가 누군가의 죽음을 묵인하는 장면을 그려낸 순간, 그 순간의 잘못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용서할 수 는 없는것이다.

그런데 안느는 이 극에서 마리의 친구이자 라듐의 희생자라는 이름으로 마리를 용서한다. 수고했다고 격려한다.

그렇다면 이 극에서 조쉬, 폴, 아멜리에, 마르친, 레흐, 알리샤는? 안느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마리의 친구가 아닌 순수한 라듐의 피해자인 그들은 그들의 죽음과 고통은 그저 장식적으로 안느의 배경으로밖에 느껴지지 않게되는데 이 극을 그저 안느와 마리 두사람의 절절한 우정과 마리 퀴리의 고달팠던 삶과 업적으로만 보라고?

난 그게 안된다.
못하겠다.

이 극에 다른 문제점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내가 이 극을 계속해서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어떤 불합리를 직시하기위해 불편한 장면을 만들어내거나 하는것이 아니라 주인공 떠받들기에 모든 여념을 쏟아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다른 각도에서의 시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각들은 예쁘지만 막상 다 조립해보니 기괴하고 불편한 그림. 내게 지금의 마리 퀴리가 그렇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까지 화도 많이 났지만 조금 슬펐다. 충무 초연은 코로나 초반 두려움과 걱정으로 볼 수 없었다고 하지만 트라이아웃기간동안 1n번을 보면서 단 한번도 이런종류의 불편함이 없었던 극이었는데 왜 이렇게 변해버린걸까. 그저 내가 지옥의 트아충인가? 그러기엔 전해주는 이야기가 너무나 달라졌고 그 표현에 있어서 불편함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 다시금 생각해보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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