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ㅃ 아킬레스 아무말 후기 (스포)앱에서 작성

ㅇㅇ(183.98) 2021.01.23 03:37:39
조회 735 추천 4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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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작 극을 많이 본 건 아닌데 본 와중에도 아킬레스는 독특한 지점이 많다고 느꼈던 극이였어 자첫 전에는 누가 말했듯 불가아앜! 한 극이려나? 싶었고 보면서는 아 불가앜하네 했는데 보고 나와서 며칠을 생각해보니 창작진이 같은 지점에서 오는 불가앜점은 있을지라도 좀 다른 결이 아닌가 생각을 했고...

독특하나 느꼈던 지점 중 하나가 극의 진행 방식이였어. 극은 아킬레스가 비밀 참고인으로 소환되어 조사관 앞에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 회고 방식인데 희작 극 중 이런 형식을 취한 극은 요 최근중엔 처음이라 놀랬어. 어.. 예전에 본 연우사춘기가 영민이의 회고 방식을 첫 장면에서 취하긴 했지만 그건 첫 장면만 그랬었고, 사춘기는 영민이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의 목소리와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편이였는데, 아킬레스는 딱 아킬레스만의 이야기잖아? 극 내내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아킬레스가 겪은 일들을 아킬레스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들이고, 그 이야기를 말하는 화자도 오롯이 아킬레스 하나야. 사실 개인적으로 희작만큼 많은 캐릭터를 그려내면서도 모두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사람이 없다 생각해서 이런 형식이 의외였어. 오롯이 한 사람, 아킬레스의 입으로만 진행되는 이야기. 그것도 시간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회상하는 방식으로.

아킬레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통의 형식(?) 처럼 태초부터 살아가는 인생을 관객의 입장에서 지켜볼 수 있게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었는데 왜 이런 방식을 취한 걸까에 대해서 궁금했는데 아킬레스에 대해 이것저것 들춰보다 좀 비슷한 키워드가 되는 걸 찾아서 혼자 뒷북 쳤어. 아킬레스의 이름은 a와 입술 (cheile) 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래(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아킬레스가 하고 싶었던 말과 동시에 아킬레스의 존재성, “입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

아킬레스라는 이름의 어원인,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전쟁 영웅.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그 영웅이 최후를 맞이한 가장 약점이 이름이 되어버린. 극 중의 아킬레스는 신화 속 영웅의 약점을 이름으로 삼고 태어난 ‘유태인’이야. 처음에 나는 이게 (이름에 대한게) 굉장히 아이러닉하다고 생각했어, 가장 힘 쎈 사람의 가장 약한 지점이 이름이 된 그 시대의 가장 약자. 어원이 된 신화 속 존재와는 정반대지. 신화 속 아킬레스는 무기를 들고 전쟁에 나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지만 극 중 아킬레스는 또렷이 드러나는 이마의 낙인마저 숨기며 살아야 했고, 위험한 순간 제 이름마저 삼켜 먹어야 했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결국 아킬레스가 가진 건 “입술”밖에 없었지. 어쩌면 그런 존재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 아킬레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이름이 가진 약점을 무릎쓰고 이름의 근원으로 내려간 입술만이 모든 것이였을거야. 단순히 글자로 적어내려간 글을 소리내지 않고 읽는 것 만으로는 부족한. (여담이지만 몇 번 나오는 아킬레스의 독서시간(?)은 사실 시대의 광풍을 튼튼한 창문 밖 회오리바람이라 여기려 했던 일종의 회피라고 생각해) 

곱씹어보면 극 중에서는 “입술”로 행해지는 일들이 많아. (사실 “뮤지컬”이다 보니 그 행위가 전부긴 한데^^;) 대표적으로는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 꺼내보일때 핸드마이크를 꺼내는 일 (음향이나 가사 전달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이 연출이 가장 아킬레스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해) 처음 일리아스에 들어가 노래를 하거나, 백장미단의 전단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이나, 사탕에 대한 순간이나 제 이름이 적힌 종이를 씹어 삼키거나 파트로와의 마지막... 이름이 가진 존재성의 약점을 모두 끌어안고 입술을 떼는 행위 자체가 용기였고, 무언가를 위한 시작이 되었어. 

그러고 나서야 이 극이 왜 이런 방식을 취했는지 나름대로 이해가 되더라. 만약에 아킬레스가 전하려는 말이 있다면 그건 살아가는 시간을 반직선 방향으로 함께 살아가며 순간 순간 내뱉는 말보다 그 모든 과거의 시간을 견뎌서 지금, 여기 서 있는 내가 시간의 총합이라는 무게를 싣고 내 입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말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백장미단의 등장 이후 그리고 선언 넘버가 아킬레스가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 행동하기로 “선택”을 한 지점이라 생각해서 더 생각해봤는데, 선언 넘버에 나오는 유죄의 것들에 대한 공통점은 모두 아킬레스를 나타내고 있었어. 침묵 외면 핑계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모든 것은 입술을 잃어버린 행위들이고, 그건 선언 이전의 아킬레스가 시대와 타협해온 모습들이지. “판결”은 시대가 아킬레스와 다른 이름들에 대해 내린 문서화된 결정임과 동시에 아킬레스 개인의 각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나와 너가 반복되어 나오지만 사실 그 모두는 아킬레스, 자신을 향한 게 아니였을까. 강자의 마지막 약점, 강하고 약한 나, 그 모두를 포함한 이름이 아킬레스 그 자체였으니까.



한 번만 더 보면... 더 생각할 지점이 많을 것 같은데 자첫자막 당해서 울면서 쓰는 후기글.... 흑흑 문제시 비번잘알이고 길어진 후기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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