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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ㄱㄱ 일리아드 후기앱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1.08.01 06:33:53
조회 1218 추천 50 댓글 15


먼저 말할 것은..아까 썼다가 지워진 후기가 있는데 그게 내 후기임.
올렸다가 지워서 미안해. 사실 굳이 썼다가 지운 이유는.. 막상 올리고 나니 더 생각이 많아져서 이거 아니다 싶어서 지웠었음. 좀 보충해서 올리든지 아니면 그냥 아예 묻든지.. 해야될 거 같아서.

그리고, 생각을 해봤는데 보충해서 쓰고 싶어져서 씀.

특히나 관대 전날이라 오늘은 꼭 후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함. (자유롭게 해석하는 마지막 날일까봐.... ^^)
재미있게 보고 있는 극이라면 궁금한 게 굉장히 많아지는데, 일리아드는 왜 질문하는 것도 대답을 듣는 것도 겁나서 아무것도 못 물어보게 되는 걸까?

내가 해석한 게 틀릴까봐, 혹은 내가 해석할 수 없게 될까봐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음. 원래의 의도를 안다는 게 약간 양날의 검이잖아.

아무튼 내가 본 공연은 0731밤공이고, 불호의 이유는 여러 개가 있는데 차례대로 적어보겠음.



첫번째는 하프 연주인데..
라이브 하프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동이고, 연주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웬만하면 불호를 말하고 싶지 않았어.
근데 첫공즈음에 연주가 가장 좋았고 그 뒤로는 미스터치라든지, 음 몇 개가 잘못 짚이는 게 자꾸 들려.
이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솔직히 매 회차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함.
근데 첫공 이후로 미스터치 개수가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 들다가 얼마 전부터는 화음 자체를 도미솔로 짚어야 한다면 도파솔로 짚은, 그런 이질감이 자꾸 느껴지다가 어제는 무슨 음인지 모르겠는 음이 찍혀서...
한두 번 그런 것이 아니라 점점 연주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만은 사실임.ㅠㅠ

방패 만드는 장면 독주에서 도입부가 늘어진다 싶을 정도로 늦게 들어가더니, 연주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빨랐음. 마치 메트로놈 자체를 건드려서 속도 자체를 올리면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는데 그런 느낌이었어.

그리고 귭나레가 "우리 피 속에 흐르고 있나봐 분노가" 이 대사 하기 전에 하프 연주로 재촉해서..
이 부분 연주가 들어오는 게 점점 빨라지고, 귭나레 멘탈 더 털리고, 알았다고 소리 치거나 잠깐만 하면서 빌면서 연기로 받아서 재미있는 포인트였는데, 어제는 그냥 연주 자체가 빨랐어. 대사가 짤렸으니까.
불호인 점을 말하는 게 나쁜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웬만하면 일리아드 보면서 불호인 점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연기의 일환으로 연주를 빨리 하는 것하고, 그냥 점점 연주가 들어오는 타이밍이 빨라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되면 그동안 좋았던 것이 전자인지 후자인지 헷갈려져서...


두번째는...
매크로때문인데...
요즘들어 내가 공연볼 때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지긴 했거든?
이거에 대해서 생각을 되게 많이 해봤는데 처음에는 객석과의 제4의 벽이 깨져서 그런 줄 알았어.
배우가 자꾸 객석에 말걸고 그러니까, 집중도가 깨져서 나레이터로 안 보이는 거라고.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음.

근데 생각해보니까 순서가 반대인것같아.
배우가 객석에 반응을 묻는 게 대본인 걸 아는데도 공연의 일부로 안 보이고 제4의 벽이 깨진걸로 보이는건.... 솔직한 말로 그자리에 매크로가 앉았다고 내가 생각하니까 그런거겠지.

나는 이걸 확실히 하고 싶어.
앞줄이 전부 다 매크로라는 건 아니야. 그리고 거기 앉은 특정 누가 매크로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야.
한두번 앞열 갔다고 해서 매크로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아니야. 이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건 진짜 너무 확실하게 하고 싶어.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소수인원이 너무나 많은 회차 앞열을 가지고 있는건 사실이고, 누군가가 매크로를 돌려서 서버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티켓팅 진입창이 하얗게 렉 걸리고, 결제까지 끝내야만 포도알이 예매창에서 사라지는 예사 시스템에서도 a~b열은 보이지조차 않고 있는 건 사실이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꼭 일리아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공원은 e열까진 눈밭인데 예사는 c열쯤부터 보이더라, 하는 게 진짜 예사가 덜해서가 아니라, 예사는 이미 a~b열이 티켓팅 정시에 들어가서 예매창 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결제까지 다 끝난 상황이라는거임.

이걸 몇 년 겪은 상황에서 배우가 앞열에 말 거는 공연을 봤을 때 그것 때문에 불호가 뜨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음. 아... 저 자리 나는 못 가는 자리인데라는 생각 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도 나는 정말 모르겠어.

이게 내가 앞자리 못가서, 내가 말 거는 자리에 앉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절대 못 갈 자리인 걸 아는데 저 자리가 공연 진행상으로 꼭 필요한 대화의 일부분이 되는, 어찌보면 이 극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자리 중 하나인 자리라는 거야. 이건 솔직히 상대적 박탈감 드는 게 사실이라고.

누구는 이 공연을 생생하게 느끼고 이 나레이터가 해주는 이야기들을 모두 정말 나에게 하는 말로 느끼고, 정말 나레이터가 느껴져? 했을 때 느끼고 있겠지.
근데 누군가는 나레이터가 앞줄에 말도 걸고, 신들의 이름이 기억나냐고 묻고, 술 좋아하냐고 묻고, 이걸 구경밖에 못한다고.

이게 공연 시작 전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만 그러면 모르겠는데, 공연 중에도 관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몇 마디 말을 걸고, 실제 반응을 듣는 것이 공연 중 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그리고 심지어 꼭 필요한 대사야.

예를 들면 "제우스 기억나? 그의 아내 헤라?"
여기에서 관객이 그렇다고 답하면 "오 기억나? 대단한데?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 괜찮아. 한동안 여기 없었으니까." 가 다음 대사가 된다?
근데 관객이 답하지 않거나 모른다고 대답하면 "아.. 기억 안 나는구나. 뭐 괜찮아. 한동안 여기 없었으니까." 이렇게 소소하지만 공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근데 저 대화를 나눈 당사자가 나는 절대로 될 수 없는거야. 실제로 내가 당사자가 되고 싶고 아니고를 떠나서 일단 타인의 대화를 구경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되는거고, 내가 이 공연을 보는 이상 소외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당장 오늘 내가 저 자리를 갔고, 못 갔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저 대화는 나에게는 영원히 남들의 대화인거야.
거기서 소외감이 온다는것임.

이걸 공연 불호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웃긴데, 회차가 반복될수록 이게 스트레스 요소가 된다? 진짜야. 그래서 일리아드 불호후기를 쓰고 싶었고 쓰다 보니까 화도 많이 났어. 이게 배우가 객석에 말을 걸고 어디에 걸고가 문제가 아니라, 매크로의 존재 때문이라는거임.

근데 이게 앞열이 문젤까. 만약에 a열 아니라 다른 곳에 말을 건다면? 그럼 해결될까? 아니 절대 ㅋㅋㅋㅋ 그러면 이제 그 자리가 남들의 잔치가 되겠지. 그걸 아니까 그 어디에 말을 걸더라도 나는 아마 그날로부터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을거야.

이게 객석에 말 거는 연출이 있는 일리아드가 잘못일까? 매크로가 잘못이지..
내가 아까 그걸 생각 못하고 글을 올렸던 것 같아서 지웠었어. 일단 올렸던 걸 댓글도 달렸는데 지워버려서 미안해. 근데 이부분을 꼭 다시 써야할 것 같았어.

나는 이 상태로는 이 공연을 보기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힘들고, 후기를 써도 계속 이 얘기밖에 안 나올 것 같아. 그래서 그냥 느낀 그대로 썼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너무 좋고 텍스트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보고 있는데 내가 이 스트레스를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 후기를 올리지 않는 것도 고려할게.





그리고...
공연 자체에 대한 걸 얘기해야겠지.

먼저 공연 순서에 대해 이야기할까? 대본집을 기준으로 연극 일리아드는 총 7장으로 나뉘어.

제1장 : 군대가 모이다
제2장 : 아킬레스
제3장 : 헥토르
제4장 : 파트로클로스
제5장 : 아킬레스의 새 무구
제6장 : 헥토르의 죽음
제7장 : 장례식 게임

여기에서 장례식 게임이란 헥토르의 시신을 가지고 돌아온 뒤에야 그리스군이 파트로클로스를 장사 치르는데, 이 때 파트로클로스를 기념하며 온갖 게임을 했대. 나레이터는 그저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을 치렀다고만 언급하지만, 일리아스를 보면 이 때 마치 축제처럼 경기를 벌이고 춤을 추면서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을 거하게 치렀다는 거야.
그 동안 헥토르의 시체는 그리스 선박 옆 모래밭에 나동그라져서 개떼와 새떼에게 먹히며 썩어가고 있었던 거지.
아니 사실 제우스가 보낸 마법 보호막으로 보호받고 있었지. 하지만 어쨌거나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이 성대하게 위로받는 동안 헥토르의 시체는 적군 진지 틈에서 초라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있었다는 것이 포인트.
아킬레스의 분노가 그만큼 컸으며, 트로이 인들이 못 견딜 만큼 헥토르의 죽음이 너무 비참했다는 거겠지. 그래서 프리아모스 왕이 죽음도 불사하고 적군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을거야.



그리고 이제 공연 이야기.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귭나레 표정이 굳더라. 실시간으로 점점 굳어가는 게 눈에 보여서, 아 나레이터가 노래하기 싫구나. 이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어. 반복되는 노래, 끝나지 않는 노래, 나레이터는 이걸 정말 끝내고 싶겠지. 매번 이 노래가 정말로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있으니까.

어셔가 공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를 치는데 귭나레가 손을 뻗어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제스쳐와 함께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표정을 보이고, 릴리 마를렌을 끝까지 듣더라.. 그러면서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아서 마치 묵념하는 거 같았어. 전쟁 중 병사들에게 널리 사랑받았던 릴리 마를렌을 통해서, 마치 전사한 병사들을 기리는 듯이 보였음.

그리고 난 매일 매일 노래했어, 밤이고 낮이고, 모든 전투에서 모든 여담에서. 이 부분 대사를 치더니 좀 착잡한 얼굴로 우리한테 잠시 기다리라는 듯한 표정을 보이더니 가서 코트를 벗고오더라.

겉옷을 벗는다는 건 어딘가에 마악 들어와서 자리를 잡거나, 오래 머물러야 할 때 하는 행동이지. 코트를 벗는 귭나레는 한 자리에 서있지 못하고 서성거리며 우리를 기다리다가 이제 이야기가 시작될 때가 되어서야 코트를 벗음. 이것도 어찌보면 이야기를 하기 싫은 나레이터를 보여주는 건 아닐까?
언제든 이 장소를 떠날 수 있는 사람, 오래 머물지 않을 사람은 겉옷을 벗지 않고 있는 경우가 있지. 혹은 춥거나. 그런데 나레이터가 지금 추위를 느낄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고, 심적으로 여기 머물고 싶지 않은- 노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저렇게 보여준 건 아닐까.

이 이야기는 두 영웅에 관한 이야기야. 아킬레스와 헥토르! 하고 하프가 두둥! 하는 음을 연주하는 장면은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이야. 일리아스의 도입부를 이야기하다가 "신들이야, 신들." 하면서 다시 나레이터로 돌아오는 장면도 좋아해. 아무리 이야기에 빠져들어 전투를 우리에게 전해주더라도 나레이터는 결국 그의 견해를 덧붙이면서 이 이야기를 전하는 '나레이터', 매개체로서의 자아로 계속 돌아올 수밖에 없어.

장엄한 그리스 서사시의 억양으로 일리아스의 일부분을 읽어내리다가도 금방 현대적인 말투로 돌아오면서 우리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는 나레이터의 모습이 정말 좋더라. (이걸 매크로 때문에... 배우가 앞쪽에만 말을 건다고 소외감을 느끼며 스트레스 받을 수밖에 없던 내가 불쌍하기까지 할 정도로.. 이게 정말이지 그렇게 볼 극이 아닌데.....)

그리고 해안을 상상해보자면서 바위투성이 해안과 2km 내륙의 성, 그리고 그걸 내려다보는 헥토르가 되는 나레이터.
처음 소개한 것이 아킬레스지만, 나레이터가 가장 먼저 보여주는 인물이 헥토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좀 아이러니한 것 같아. 일리아스도 그래. 아킬레스의 분노를 말하지만 결국은 헥토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거든. 아무튼 이러나저러나 재미있는 장면.

그리고 "노래하소서, 기리는 노래를. 트로이에 모인 모든 이를 기리는 노래를." 하고 나서 "함선목록!" 이라고 말하는데, 이 함선목록 이라는 것은 총 24권으로 이뤄진 일리아스 중 제2권의 제목과도 같음. 아가멤논의 꿈 | 함선목록 이렇게 되어있는데, 우리에게 그 중 함선목록 부분을 가장 먼저 설명해주는 거야.

의외로 일리아스 제1권이 아킬레스의 분노인데, 연극 일리아드에서는 제2권 함선목록을 먼저 설명한 다음 그 전장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끔 하고 나서야 아킬레스의 분노에 대해 설명해. 나레이터가 마냥 일리아스를 우리에게 순서대로 요약해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 거지. 이 지점이 정말 재미나고, 제작자의 고민이 녹아든 부분인 것 같음.

함선목록에서 나열하는 지명들을 난 참 좋아해. 운율이 느껴지기도 하고, 나에게 영어하는 한국 병사들, 영어하는 태국 병사들, 베트남 병사들처럼 그 지명들 또한 트로이전쟁에 참여한 당시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미를 가진 지명들일 테니까. 그 지명을 들으면서 잠시나마 그 전쟁을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에 대해 상상해보는 거지.

아 정말 전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전쟁 하나를 위해 모였구나...
그렇게 실감하게 해 주는 장면이라서 좋아함.

그리고 아킬레스를 설명할 때, 온갖 동물들이 나오고 우리가 웃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장면들이 나옴. 이 뒤에는 아가멤논의 도발과 아킬레스의 분노가 나오면서 그가 잿빛 바다 기슭에 걸터앉아 슬퍼하는 장면이 보여지니까.

그리고 트로이를 소개하는 노래로 넘어가면 귭나레가 아주 폴짝폴짝 뛰면서 직접 물고기가 되어 우리에게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해줌.ㅋㅋㅋ

헥토르를 설명할 때는 온갖 수식어가 나오는데, 불세출의 영웅이라고만 설명했던 아킬레스와는 다르게 그의 가족 이야기, 파리스 이야기, 아내 이야기가 아주 긴 시간에 걸쳐서 보여짐. 아마도 진짜 주인공은 헥토르일거야. 사람을 죽이는 헥토르, 말을 길들이는 헥토르.
안드로마케에게 아주 스윗하지만, 전사다운 핀트 나간 모습으로 아들에게 덕담을 건네는 모습을 보면 좀 섬찟해지기도 함. 그 때 귭헥토르 눈 살짝 돌아가는 거 보면 진짜.. 전쟁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구나가 약간 느껴지는 기분? 광기의 전조랄까. 파트로클로스의 갑옷을 벗겨낼 때 보이는 광기의 전조.

파트로클로스가 나온 뒤에는 이제 본격적인 광기가 시작된다. 귭나레는 분명 투구를 쓰기 싫어서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귭파트로클로스는 살인기계처럼 날뛰며 온통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조명을 뒤집어쓰고 우리에게 총도 쏨. (!!)

전쟁에서 인간이 느끼는 광기를 가장 먼저 뒤집어쓴 건 파트로클로스이지만, 그 광기는 이 인물들 모두에게 내재된 것이라는 점이 포인트인 것 같아. 파트로클로스가 그런 인간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피 속에 분노가 내재되어 있는 것.

이 뒤에 헥토르도 파트로클로스의 갑옷을 벗겨내며 주먹으로 쥐어뜯고 이미 죽은 파트로클로스에게 분노를 쏟아붓지. 네가 운명을 알아? 난 너희들 모두를 쓸어버릴 것이야!
분노의 트리거가 눌린 헥토르는, 그가 아무리 좋은 남자였든간에 모든 인간의 피 속에 내재된 그 분노를 온통 몸으로 받아들이고, 귭나레는 거기에 절망하는 모습을 보임.

울면서 자켓을, 파트로클로스의 갑옷 혹은 시신을 양손으로 쥐어드는 귭나레를 하프 소리가 재촉하고, 나레이터는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없이 알았다고 소리지르면서 저항해보지만 결국 이야기를 이어나가야만 함.

다음 인물인 아킬레스의 분노를 나레이터는 곧바로 뒤집어써야 하는거야. 마치 이야기의 노예처럼..

이렇게 한 차례 분노가 휩쓸고 간 뒤로는 온통 전쟁에 피해입은 사람들의 이야기.
절규하는 헤카베와 안드로마케, 무릎 꿇은 채로 바닥에 엎드려서 아킬레스에게 아들을 돌려달라고, 그것도 산 아들이 아니라 죽은 시신을 돌려달라고 온갖 보물들을 수레에 가득 싣고 와 바닥에 납죽 엎드려 간청하는 프리아모스...
그런 프리아모스를 보면서 왼쪽 뺨에 눈물이 뚝 떨어지던 아킬레스...

모든 분노가 눈물로 지워지고 난 뒤 잠깐 동안의 휴식. 이 때 귭나레가 바로 앉지 않고, 서서 동전을 만지작거리다가 앉아서 동전을 두개 던지고 나니 연주가 끝나 버리더라. 나레이터는 이제 휴식조차 할 수 없는건가봐.

분노와 슬픔을 차례대로 뒤집어쓴 뒤에 헥토르의 장례식을 노래하고 나서는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노래를 해야 할 시간이 오면 또 다시 분노와 슬픔, 장례식...

나레이터에게는 참 잔혹한 이야기지만 이 세상의 모든 분노와 전쟁, 슬픔이 사라지기까지 얼마쯤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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