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가가오토 에누리를 하사하사 사각연회장 다녀왔노라.
금일 주로 출연한 자는 윤가지 윤옹주 동그래 민불러 문굴러패 박비볐으 이쁠래르

웃통을 헐벗은 자들의 현란한 춤사위와 재주넘기가 몹시도 인상깊었으되
그 중에는 아녀자도 섞여있어 혹여나 몸이 상하지나 않을까 크게 심려되었으나
몹시도 단련된 듯 일인의 부상자 없이 아주 훌륭히 전 과정을 마쳐 심기 뿌듯하였다.

윤가지는 몸집이 크고 울림통이 좋은 사내로 큰 몸집에서 나오는 굵은 저음의 음성이 범인과는 달라 심금을 울리었다. 이 극에서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연정을 품은 반짐승 인간으로 분하였는데 그가 반짐승인지 반짐승이 그인지 모르겠다 하더라.
최종에 숨이 멎은 아녀자를 끌어안고 포효하는 모습은 가히 눈물없이는 볼 수 없으리라. 이 자라면 한평생 포효해도 좋을 듯 하다.

윤옹주는 본디 이름이 옹주라, 고귀한 이름에 맞는 아름다운 용모와 음성을 가져 눈을 뗄 수 없더라. 윤가지와 흔히 만날 수 없는 사이라 들었으나 매일 낯을 맞대는 자들과 같이 어울림이 좋았음이라. 두 손을 모으고 천지신명에게 기도하는 자태가 절로 눈물을 자아내었다.

동그래는 신장의 크기가 전신주와 같고 발육상태가 좋은 사내더라. 윤가지와 마찬가지로 울림통이 좋고 뛰어난 용모를 가졌으나 눈섭의 움직임 등 얼굴의 쓰임이 좋지 않다. 타고난 용모를 좀더 발휘할 수 있는 법을 연구해봄이 좋겠다. 타고난 몸의 쓰임 또한 빳빳한 마분지와 같으나 저 나름 흥을 타고 있으니 장래가 기대되는 재목이다. 최초와 최종에 선창하는 가락은 듣기에 매우 흡족하였다.

민불러는 머리털이 두상에 과하게 붙어있는 모양이 마치 참기름을 치덕치덕 발라놓은 듯 좋지않다. 머리털의 모양을 약간 변화시키면 좋다. 연기하는 모양새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으되 성대의 진동이 필요 이상으로 과한 부분은 조금 자제하면 좋겠다.

문굴러패 - 두 윤씨 못지않게 이 극의 주인공과 같으니 그에 맞는 대접을 함이 마땅할 것이다. 가창과 몸쓰임에 주저함이 없고 룡맹하니 그가 출현할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않았음은 비밀이다...

박비볐으 - 너무 비볐는지 극 중 단쵸가 의복에서 탈출하였다. 다소 심심하나 가창이나 용모가 흠잡을 곳이 별로 없었다.

이쁠래르 - 이뻤다.


미처 보지아니한 자들은 어서 달려가 구경함이 좋을 듯 하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