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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디셈버', 완성도도 김광석의 감성도 모두 놓쳐..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33) 2013.12.17 21:07:52
조회 4215 추천 101 댓글 41

과한 것은 안하니만 못한 법이다. 관객과 배우, 음악과 무대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뮤지컬은 두말할 것도 없다. 호흡과 균형이 중요한 뮤지컬의 특성상 모든 면에서 과욕이 넘치는 <디셈버>는 작품의 완성도도 김광석의 감성도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다.

공연시간만 무려 3시간 30분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단순하다. 첫눈에 반한 여인을 사고로 잃은 지욱이 20여년 뒤 나타난 그녀와 꼭 닮은 여인 화이를 자신이 연출하는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스토리가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군에서 다리를 잃은 뒤 보수적인 국회의원으로 변한 훈, 코믹을 담당하는 여일, 성태의 에피소드들이 덧붙여진다.

특히 <디셈버>는뮤지컬 두 편이 묘하게 겹친다. 1막은 이영훈 작곡가의 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 2막은 올해 재연으로 호평을 이끌어낸 <번지점프를 하다>의 잔상이 진하다. <광화문연가>와는 80년대 학생운동하던 청년들의 모습과 주인공의 죽음, <번지점프를 하다>와는 죽은 연인과 닮은 사람이 나타나 다시 사랑한다는 콘셉트에서 유사하다.


더불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구조에 너무 많은 노래가 들어갔다는 점이 가장 큰 흠이다. 억지로 끼워넣은 곡들도 다수 보인다. 김광석에 대한 부담은 버리고 출발해야 했지만, 결국 그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스토리라인은 늘어지는 동시에 곳곳에서 가로막히고 주인공 주변에서 뱅뱅 맴돌아 지루하게 느껴진다.

넘버들은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듯 보이지만 인물의 감정표현에 집중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노래 없이 넘어가도 될 부분까지 꽉꽉 메워 극이 총체적으로 답답해 보인다. ‘이야기에 빠져들지 못한 채 익숙한 노래를 들으면 30초면 지루해진다’는 기존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진들의 우려는 여기서 여실히 드러난다. 편곡으로 이리저리 붙이고 자르며 조율했지만 안타깝게도 귀에 남는 노래가 없다.

주인공의 서정적인 스토리라인에 활력을 입히는 코믹한 장면들 역시 실망스럽다. 스물아홉 성태가 여일에게 퇴짜 맞고 부르는 ‘서른 즈음에’ 장면에서 무대가 빠지고 조명이 어두워지자 ‘아직(분량이) 남았다’며 아등바등하다 암전돼버리는 장면, 2막 후반 성태와 여일이 객석에 난입해 관객에게 ‘여기 우리 자리’라며 우기는 장면 등 웃기지만 극의 흐름을 깨버리는 신이 많다.

‘최첨단 무대기술’이라고 자랑했던 무대 매커니즘도 극과 어우러지지 못하며 겉돌았다. 영상의 대부분은 왜 넣었는지 모를 만큼 당혹스러웠다. 2막 중반 이후 납골당 뒤로 비치는 이연의 실루엣, 마지막장면 분장실을 가득 채우는 이연의 실루엣이 등장할 때는 실소도 터져나왔다. 훈의 선임이 지뢰를 밟아 폭사(爆死) 하는 영상에서 ‘한 청년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구현하겠다’던 호기도 그 청년과 함께 사라져갔다.



뿐만 아니라 2막이 시작되면 극과는 별개로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김광석이 지욱 역의 배우와 함께 ‘먼지가 되어’를 부르고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콘셉트는 당혹스러웠다.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던 관객들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광석 50주년 기념’이라는 명분이 굳이 필요했다면 커튼콜 이후 모든 배우들과 김광석이 함께 노래 부르며 끝맺는 편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이처럼 당혹스런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끌어간 배우들의 고군분투는 박수받기 충분했다. 김준수는 힘을 빼고 보통 청년과 뮤지컬연출을 오가며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다. 꺼질듯한 촛불 하나를 손에 쥔 듯한 여린 청년과 같은 감성 연기는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소연 역시 1막과 2막의 상반된 캐릭터를 소화하며 20대 최고의 여배우임을 입증했고, 이창용의 감정연기와 가창력도 훌륭했다. 웃음을 온전히 담당한 임기홍, 김슬기 커플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전체적으로 <디셈버>는 ‘왜 김광석 50주년 기념 뮤지컬’을 표방하느냐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부제처럼 아무리 기다려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의미도 불분명한 작품을 세시간 반이나 지켜봐야 한다는건 배우들의 팬을 제외하고는 고역에 가까운 일이다. 준수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아니었으면 관객들의 기립도 없었다.

‘기억 속 찬란한 러브스토리’는 첫사랑처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해야 아름다운 법이다. 막상 먼 훗날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실망스러운 것처럼 억지로 끌어낸 추억은 이전의 감성만 못하다. 김광석의 노래를 기억하고 함께 나누려는 뜻은 거추장스러운 한줄의 홍보문구와 홀로그램이 아니라 동일한 콘셉트의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처럼 그를 위해 가장 좋은 객석을 비워두는 작은 배려에서 더 깊이 전달되는 것 아닐까.

김준수, 박건형 등 스타 배우들의 힘이 없었다면 과연 <디셈버>가 연일 매진행렬을 이루는 ‘그날들’이 올 수 있었을까. 그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공연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1월 29일(수)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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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니온프레스 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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