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고 순간 고민했어. 여길 가 말아.

누워서 한참을 간다 안간다 사다리 타다가 예매신청도 했고 원채 기대작이기도 했고...

나중에 이 작품들이 올라왔을 때 리딩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 할 것 같아 졸린 눈 부비면서 갔어.

아침부터 아보카토-런웨이비트 두 개 봤고, 다 보고 난 후 오늘 내 선택에 대해 현타를 가졌어.

완벽한 숙지, 의상, 무대, 조명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리딩'인 건 알지만

내 기대가 너무 커서였나, 전반적으로 실망.. 그리고 또 실망...

이건 '리딩'이니까 말 그대로 대본 속 캐릭터와 이야기의 흐름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거잖아.

아보카토는...

처음엔 줄거리를 보며 우와 했어. 근데 흐름이 너무 더디더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연애를 하며 누구나 겪는 갈등은 좋지만

내가 무대에서 보고 싶었던 건 그런 소소한 일들의 나열이 아니라 꿈꿔보고 싶은 이야기,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 지루했어.

그리고... 이거 내가 잘못 들은건가 궁금한데...

줄거리에 보면 다정과 재민이 헤어지는 그 사고... 뒤에 배경판에는 '홍대입구'라고 나오지 않았어?

그래서 난 갑자기 쌩뚱맞은 전개다 했는데 나중에 줄거리 정독하니 내용과 도 다르고...

정말 시간아 언제가나~_~ 했어...

그리고 런웨이비트는...

일본영화? 가 원작인 건 알고 있었거든. 그래도 워낙 이희준 작가 좋아하니 믿고 봤는데...

그러고보니 심사평에 그런 얘기가 있었어.

이 작품을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난 처음에 그게 완전 미소년나오고 그런 얘기인 줄 알았는데.. 정말 이게 무대에 어떻게 올라가지? 싶은 장면도 있었어.

가령 손을 대면 휘릭~ 하고 옷이 바뀌는 장면이나

대사로 이미 압도적이고 환타스틱하다고 한 쇼 장면들...

느낌은 정말 산뜻한 고등학교 청춘의 한 페이지. 약간 자나가 떠오르는 장면도 있었어.

한 학교의 학생들이 힘을 모아 갈등을 해결하고, 그 와중에 소외받았던, 소외받는다고 생각했던 이도 모두 함께가 되는..

근데 되게 자나의 일본버전 같기도 했어.

이건 작가가 헤이자나 도 번역한 걸로 알고 있으니 작가의 색채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많은 부분이 수정되고 채워지고 보완되겠지만..

오늘 공연은 '리딩'이라는 점에서,

또 '리딩'은 말그대로 오롯이 대사와 노래만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게 정식 무대에서는 어떻게 바뀔까 기대가 되지만 그러면서도 그닥 보고싶지 않은.. 그런 미묘한 감상이었어

생각나는거 쓰고 나니 짧은 후기는 아닌거 같지만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