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를 밀어내던 시절의 현수는,
아빠 귀신이 보이는게
(이전에는 몰랐지만) 사람들 말처럼 본인이 아빠처럼 되어가도록
그의 악의가 자기를 덮치는거라고 생각했을거야.
초반 공방씬을 보면 어둠이 드리우듯 아버지 등장을 보여주잖아.
멱살잡고 끌어내줘? 라고 아픈 말을 뱉어서라도 지원이를
검은 악의가 번져나가는 제 곁에 두고싶지 않았을거야.

비오던 첫 데이트날도.
샛별같이 반짝거리는 환한 미소를 가진 지원이에게
또다시 검은 악의가 다가오지 않도록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도록 속상하고 아파도
나혼자만 아프고 말자며 돌아설지언정 이 아이는 밝게 두고파서.

벚꽃아래에서 깨닫지.
지원이의 밝음은 검은 악의를 오히려 떨칠수 있다는걸.
현수는 그저 두려워 숨고 도망갔었는데 지원이와 함께면
다 물리치고 다 잊고 지원이처럼 밝게 웃을수 있다고.

무진이가, 박경춘이 배키성으로서의 삶을 위협해도
지원이만 모르면
지원이만 지켜낼수 있다면
아파도 부서져도 죽을지도 몰라도 괜찮았나봐 현수는.

그런 시련들보다 더 현수를 조여온건
죽어버린 아버지의 환영보다 더 끔찍한
아직 살아있는 공범의 악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놈의 악의.

운전하다 핸들울 치며 화를 내고
새벽 공범 전화에 흔들려 함정에 빠질만큼
이성적인 현수는 온데간데 없을만큼
그 검은 악의가 덮쳐오는게, 그 놈이 노리는게 지원이나 은하일까봐,
내 소중한 빛을 어둠이 삼킬까봐 현수는 다시 흔들려.

그리고 어둠이 빛을 삼켜버렸을때,
아니 그런줄 알았을때
현수는 제 소중한 전부를 잃고 무너져내리지.
다시 눈앞에 나타난 샛별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시커먼 어둠에 삼켜지지 않으려 힘겹게 한발짝씩 내딛고
그 샛별을 지키려고 다시 몸을 내던졌어.

현수라고 왜 긴 꿈을 깨고 나와 제 샛별을 찾고싶지 않았을까.
다만 예전처럼 자신이 옆에 있다는 이유로
다시 샛별이 어둠에 삼켜질까 두려워서
그런 일들로 아프고 힘겨웠을게 이미 너무 미안해서
스스로 그 빛을 잃어 그녀에겐 자유를 주고
본인은 너무 아프고 마는 선택을 해버린거겠지.


하지만 현수가 몰랐던 것.
그의 샛별은 아파도 그와 함께 해야 진짜 밝게 웃을수 있다는것.
그가 없이 그녀는 밝은 빛도 찬란한 웃음도 잃고
그저 어둠, 그저 눈물뿐.

조금 시간이 걸려
조금 멀리 왔던 길을 돌아돌아
다시 샛별에게 돌아와 둘 다 환한 빛을 찾았겠지.
이전보다 더 많이 반짝거리는 그와 샛별의 은하수.










( 아니 갤에서 줏은 짤이 천개가 다되는데 적절한걸 못찾는 이유는
  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