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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픽 66-2화

ㅇㅇ(180.70) 2019.02.12 00:43:06
조회 1644 추천 52 댓글 8

 “-! 진짜 멋있다.”

 

그렇게 출발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한 시간 남짓을 힘들게 걸어 올라오니,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는 어느새 깜깜한 어둠 대신 어스름한 새벽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이에 루미는 가쁜 숨을 들이 마시면서도 전망대 난간에 매달려 좋은 기분을 감추지 않는다.

 

 이래서 사람은 자연에서 살아야 된다니까요.”

 너는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그런 소리를 해?”

 이런데 나이가 어디 있어요!”

 

이젠 마에의 구박 아닌 구박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는지, 루미는 벤치에 앉아 가방 안에 챙겨온 것을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여름이라도 대관령은 새벽에 좀 추우니까, 담요랑 따뜻한 것 좀 챙겨왔어요.”

 그러길래, 이 한 여름에 담요까지 둘둘 둘러매야 하는데 여기는 왜 오자고 한 거야!”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라고는 정말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 끝자락이라고 해도 여름은 여름이니까. 겨울에 비하자면 배는 더 빠른 일출시간. 덕분에 이 꼭두새벽부터 한 시간을 넘게 걸어올 사람들은 기껏해야 그녀나 저 정도랄까. 사실 저도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이른 시간, 이런 수고까지 하지 않았겠지만 서도.

 

 예전에 혼자 자전거 타고 여행할 때, 선생님이랑 같이 봤으면 참 좋았겠다…… 그런 생각 정말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저렇게 대답해버리면 자신이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괜히 심술궂게 물은 질문만 멋쩍어 지지. 결국, 툴툴거리는 것을 포기한 마에는 입꼬리 한쪽을 샐쭉하면서도 그녀 옆에 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실은 대전 부모님 댁에 있다가 언니 집으로 올라올 때 여기 한 번 더 왔었어요. 언니가 데리러 온다는 것도 싫다고 고집 부려서, 굳이 혼자 기차 타고. 가는 중간에 여기 꼭 한 번 다시 와보고 싶어서.”

 

말을 잇는 와중에도 제 어깨에 가져온 담요 하나를 둘둘 매는 그녀의 손길을 저지시키는 마에였다. 저야 그다지 춥지도 않았지만,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걸친 그녀에게는 제법 기온이 쌀쌀했기 때문. 도로 담요를 건네자 마자 손사래를 치는 그녀에, 그는 주의를 분산시키고자 부러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

 다시 왔다며, 여기.”

 

그런 그에 루미는 다시 작게 미소 지으며 대화를 이었다.

 

 “…… 그 날도 일출 보려고 올라왔었는데, 결국엔 못 봤어요. 올라와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하도 구름이 많아서 그랬나, 아차 하니까 해가 이미 떴더라 고요. 그때는 그게 얼마나 속상했던지…….”

“…….”

오늘은 볼 수 있겠죠?”

오자고 그렇게 조르더니, 날씨도 안 알아본 거야?”

날씨 생각할 겨를이 있었나요, . 선생님 꼬신다고 정신 없이 바빴는데.”

!”

하하……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설득하기 어려울 때는 확 꼬셔버리라고.”

쓸데없기는…….”

쓸 데가 왜 없어요, 이렇게 효과 만점인데.”

 

이제 제 앞에서 겁을 먹기는커녕 실없는 소리까지 웃으며 내뱉는 그녀에, 종래는 자신이 졌다 싶어 그도 어이없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세상 천지에 제 앞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농담하고. 이런 행동을 할 사람은 평생가도 까불거리는 천성에 명환이 다였지 싶었는데. 아니지, 어쩌면 루미, 그녀가 그보다 한 수 위일지 몰랐다. 그가 제 앞에서 그러면 온갖 싫은 소리며, 짜증이란 짜증은 다 부렸을 텐데. 그녀에겐 이제 빈정거릴 마음조차 안 드니, 제가 어떻게.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그래서?”

 ? 뭐가요?”

 하고 싶은 말 따로 있을 거 아니야.”

 

, 져주는 수밖에.

 

 “…….”

 설득인지 뭔지 들어는 줄 테니까, 어디 한 번 해 봐.”

 그 때도 말씀 드렸잖아요. 전 선생님 편이라니까요.”

 거짓말을 할 거면 입에 침이라도 발라.”

 하하…… 진짠데. 선생님이 하시겠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좋고, 안 하시겠다고 하면 그것도 전 좋고요.”

 “…….”

 그래서 전, 선생님 생각만 궁금해요.”

 

그녀는 그를 보고 싱긋,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mso-ansi-language:EN-US;mso-fareast-language:KO;mso-bidi-language:AR-SA">어떠신데요, 선생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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