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도 회군 이후 차기 국왕선정을 두고 이색, 조민수와 이성계 일파가 대립했다는 설이 통설로 널리 퍼져있다. 신종의 7대손이자 이성계와 사돈지간인 정창군(定昌君) 왕요(王瑤)를 공양왕으로 즉위시켜 평화롭게 선양받는 그림을 그렸는데, 조민수와 이색이 세자 왕창을 창왕으로 옹립하는 것으로 반격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우창비왕설(우왕과 창왕은 왕씨가 아니다)을 성립시키기 위해 저지른 고려사의 가장 대표적인 곡필로 사실이 아니다.

조선건국세력이 건드릴 수 없는 명의 기록과 이성계 아들들의 활동상, 기록상 모순과 편찬 연대를 감안하면 이 시기 기록에 대대적인 역사 왜곡이 보인다.

이색은 이때 재야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판문하부사가 되어 정계를 이끌고 있었음에 비추어 실제로는 이색의 주도 아래 정계 전반이 창왕 옹립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창왕 즉위년(1388)의 이성계 일파는 창왕을 옹립하고 명의 인정을 받는 문제에서 이색측과 의견이 같았고 긴밀히 협력했던 것이다.

우왕은 요동정벌을 주된 명분으로 삼아 폐위되었으나 전왕이자 왕의 부친으로 꾸준히 예우를 받았다.

명나라에겐 우왕이 지병으로 물러났다고 블러핑을 쳤으나 홍무제는 우왕이 강화에 구금되고, 주동자로 이성계가 있음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명은 우왕때도 공민왕이 시해되었다는 이유로 1374년에 죽은 공민왕의 시호를 1385년이 되어서야 내려주며 우왕의 승계를 공인한 적이 있어서 창왕의 승계를 인정받기 위해선 좀 더 세심히 전략이 필요했다.

이색은 그것을 감국(監國)에서 찾았다. 고려사절요에서는 이색이 창왕의 감국(監國), 관리를 파견해 고려를 감독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적고 있다. 

이색은 감국만 요청했고 받아들여졌는데 이성계 세력이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을 세운 것은 명 황제가 인정한 왕을 쫓아낸 패역으로 규정될 수 있다. 

우왕의 폐위에 대해 요동정벌이라는 반명 행위를 명분으로 제시한 것처럼 창왕의 폐위에도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창왕이 신씨라서 명의 인정을 못 받았다.'라고 꾸며낸 것이다.